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포퓰리즘의 덫➊ 공매도 금지
공매도 전면 금지 선언한 정부
공매도 금지 소식에 증시 ‘출렁’
7% 이상 치솟은 코스닥지수
3년 6개월 만에 사이드카 발동
오래가지 않은 공매도 금지 효과
공매도 멈췄지만 개인은 매도세
전향적 제도 개선 약속했지만…
줄어들지 않는 투자자의 불만들

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를 두고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공매도 금지를 환영했던 개인투자자조차 그 효과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공매도 금지의 긍정적인 효과가 오래가지 않은 데다, 민관정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면서 내놓은 공매도 개선책마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공매도 금지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란 의구심이 걷히지 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공매도 전면 금지 효과를 향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매도 전면 금지 효과를 향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1월 6일 오전 9시 57분, 코스닥 시장에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이 5분간 멈췄다. 장 시작과 함께 코스닥지수가 급등했기 때문이었다. 시장을 흔들 만한 변수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미 증시가 소폭의 상승세를 기록한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날 코스닥지수는 7.64% 상승세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가 7% 이상 급등한 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했던 2020년 3월 24일(8.26%) 이후 3년 7개월 만이었다. 코스피지수도 2500포인트대를 단숨에 돌파하며 전 거래일 대비 5.66% 상승했다.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건 경제적 요인이 아니었다.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발표 때문이었다. 금융당국은 이보다 앞선 5일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고,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증시 변동성 확대와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안정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며 “공매도 금지기간 중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 소식에 ‘사이드카’를 발동시킬 정도로 열광한 개인투자자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편에선 공매도 금지가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또다른 편에선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반론을 제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외부 충격이 아닌 불법공매도라는 내부 요인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반론의 이유였다. 엇갈린 전망을 반영하듯 다음날 코스닥시장에선 지수 급락으로 인한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그렇다면 경제적 이유가 아닌 정책적 논리로 금지된 공매도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화려한 등장과 달리 공매도 금지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공매도 금지 소식에 지난 11월 6일 5.66% (2368.34포인트→2502.37포인트) 상승했던 코스피지수는 일주일 만에 2403.76포인트(11월 13일)로 하락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했고, 지난 11월 29일 2519.18포인트를 기록했다. 사이드카가 이틀 연속 발동됐던 코스닥지수는 839.45포인트(11월 6일)→774.42포인트(11월 13일)→ 822.44포인트(11월 29일)를 기록하며 변동성을 키웠다. 

주식시장에 활력을 줬는지도 의문이다. 공매도가 금지된 11월 6일부터 28일까지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7779억원으로 올해 평균치는 19조6911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10월의 14조9701억원보다는 소폭 증가했지만 9월(19조810억원), 8월(22조9502억원), 7월(27조214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공매도 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거다. 

당연히 공매도 금지의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보였던 2차전지 관련주의 흐름도 지지부진하다. 공매도 금지 첫날 상한가(82만8000원)를 기록했던 에코프로의 주가는 지난 11월 28일 71만원으로 떨어졌다. 에코프로는 공매도 금지 직전인 11월 3일까지 코스닥시장 공매도 잔고 상위종목(3위)에 이름을 올렸던 종목이다.

공매도 잔고 2위였던 엘앤에프의 주가는 공매도 금지 이전보다 더 떨어졌다(11월 3일 14만9800원→11월 28일 14만4500원).[※참고: 엘앤에프의 주가는 11월 29일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출시 기대감에 전 거래일 대비 15.95% 급등하며 16만8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한 추가적인 쇼트커버링(공매도 상환)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기간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량은 적은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외 악재가 완화하면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급이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는 이어졌을까. 그렇지 않다. 11월 6일부터 28일까지 17거래일 중 개인투자자가 순매수세를 기록한 것은 6거래일뿐이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5조8498억원의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공매도 금지에도 투자자의 불만은 전혀 줄지 않았다. 공매도 금지 직후에는 공매도를 예외적으로 허용한 시장조성자(증권사)의 공매도를 향한 불만이 빗발쳤다. 일부 종목의 공매도 잔고가 증가하자 시장조성자인 증권사들이 공매도로 배를 불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서다. 

전향적인 변화를 예고한 정부의 공매도 제도 개선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사례가 11월 16일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국민의힘, 금융당국 등 민당정 협의회에서 논의한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이다. 이날 도출한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기관투자자의 대차 상환기간을 개인투자자의 대주 기간과 동일하게 ‘90일+연장’으로 규제한다. 기관투자자의 대차 상환 기간을 90일로 제한하면 사실상 무제한인 대차 기간이 줄어들 것이란 게 민관정 협의회의 계산이다. 공매도 세력이 대차한 주식을 90일 단위로 연장하고 공매도 현황을 보고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거다. 

둘째, 개인투자자의 대주 담보비율을 대차 담보비율과 같은 105%(현금 기준·현재 120%) 이상으로 인하한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여 기관투자자와의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대차 거래가 해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국내법으로 정한 담보비율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개인투자자의 담보비율을 낮춘 요인으로 작용했다. 얼핏 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방안 같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를 두고 투자자의 불만을 달래려는 ‘눈 가리고 아웅’식 대안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공매도 전면 금지를 두고 내년 총선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매도 전면 금지를 두고 내년 총선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표한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은 혹세무민”이라며 말을 이었다. “공매도 대차의 문제는 상환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대차 ‘연장 금지’를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환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이상 공매도 세력에 달라지는 건 없다. 담보비율도 마찬가지다. 투자자가 원하는 건 담보비율을 높여 공매도 세력을 견제하는 건데, 이번 정책에선 개인투자자 대주 담보비율을 낮추곤 개인이 더 유리해졌다고 말한다.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공매도 금지가 증시나 투자자에게 만족할 효과를 미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거다. 공매도 금지를 두고 내년 총선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