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문래동 작은 공장 이야기
더스쿠프 Video B 기획
3편 작은 공장의 작지 않은 가치

# 문래동 작은 공장 1279개의 새 터전이 조만간 공개된다. 이들이 떠난 자리엔 4차 산업과 밀접한 산업단지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낡은 공장을 허물고 새로운 첨단 산업이 들어서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문래동의 공장들은 작고 낡았지만, 그 가치까진 작진 않아서다.

# 문래동 작은 공장은 어떤 부품이든 뚝딱 만들어낸다. 그래서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이곳 작은 공장에 제품을 의뢰하는 경우가 숱하다. 촘촘히 엮인 그물망처럼 작은 공장들이 우리나라 제조업 생태계의 밑단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이대로 문래동 작은 공장이 밀려나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 더스쿠프와 영상 플랫폼 Video B가 ‘아무도 말하지 않는 작은 공장의 가치’를 영상으로 만들었다. 3편 작은 공장의 작지 않은 가치를 공개한다.

내레이션 : 우리는 2편 ‘흉물이 된 작은 공장’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 문래동 작은 공장 사람들의 위기를 들여다봤습니다. ‘뭘 만드는 지도 모르는데 싹 밀어버리는 게 낫다’는 주장이 도시개발론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아무도 말하지 않는 작은 공장의 가치’는 상당합니다. 문래동 작은 공장은 우리에게 어떤 이로움을 가져다주고 있을까요.

내레이션 : 제조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실핏줄’이라면 도심 속 작은 공장은 ‘제조업의 실핏줄’입니다. 크기가 작다고 해서 가치까지 작다고 할 수 없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실제로 작은 공장은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오래된 농담처럼 어떤 부품이든 뚝딱 만들어냅니다.

내레이션 : 작은 공장의 가치는 통계로도 입증됩니다. 통계청ㆍ중소벤처기업부가 5인 미만 사업체를 조사해 발표하는 ‘소상공인 실태조사’를 볼까요. 2021년 기준 서울의 산업별 업체당 매출액은 평균 2억2900만원이었습니다. 그중 제조업의 사업체당 매출액은 2억7800만원으로 건설업, 도소매업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습니다.

내레이션 : 업력을 따져봐도 15년 이상 영업 중인 제조업체는 38.5%로 모든 업종 중에서 비중이 가장 컸습니다. 수십년의 업력을 쌓은 장인들의 기술력이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 이유죠. 그래서인지 전문가들은 이런 작은 공장들을 ‘무형자산’으로 보기도 합니다.

김현수 서울대BK연구소 연구원 : “도심 제조업이라든가 아니면 산업에서 기술로 축적돼 있는 것들도 거기에 오랫동안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 공유되어 있고, 또 그 교류되고 있는 지식이나 아니면 거기서 축적된 경험된 노하우 같은 경우도 저는 무형자산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문래동 작은 공장의 가치는 생각보다 크다.[사진=천막사진관]
문래동 작은 공장의 가치는 생각보다 크다.[사진=천막사진관]

내레이션 : 자! 그럼 문래동 작은 공장은 어떻게 제조업의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자세히 들여다봅시다. 앞서 언급했듯 문래동 작은 공장의 강점은 뭐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겁니다. 큰 공장은 규격화한 대량생산을 주로 한다면 작은 공장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죠. 특히 연구용 부품ㆍ시제품 등 맞춤형 제조물이 필요한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에 문래동은 반드시 필요한 공간입니다.

내레이션 : 그럼 문래동 작은 공장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품을 만들어내는 걸까요. 제조업의 일반적인 과정은 금형→주조→소성가공→용접접합→열처리→표면처리 등 총 6개인데, 문래동에선 이 6단계를 모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레이션 : 각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고체 금속을 녹여 액체화한 후 틀 속에서 냉각해 일정한 모양의 제품을 만드는 주조. 같은 형태의 제품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금속으로 틀을 만드는 금형. 재료에 힘을 가해 영구적으로 변형하는 소성가공. 금속ㆍ비금속 소재와 부품을 열이나 압력을 이용해 결합하는 용접접합. 금속소재와 부품에 가열ㆍ냉각을 반복 적용해 물성을 향상하는 열처리. 소재ㆍ부품 표면에 금속 등을 부착해 미관이나 내구성을 개선하는 표면처리로 이뤄집니다. 까다로운 기계 부품 가공 작업이 가능한 문래동 작은 공장 태유정공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김태준 태유정공 과장 : “호스를 생산할 때 호스 안으로 실이 들어가는데 30도 정도 각도가 눕혀져서 구멍이 뚫려 있거든요. 결합 부위라서 또 가공이 까다롭고 (충격을 받아) 찍히면 안 되는 부위가 있어 가공을 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이것도 같은 기계에 가공 결합하는 제품인데. 얇은 실이 구멍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실이 끊어지지 않도록 가공을 깔끔하게 해야합니다. 이 제품도 가공할 때 어렵지만 시간이 최대한 걸리지 않게 자동 기계를 사용하고 있어 빠르게 가공할 수 있습니다.”

내레이션 : 호스 제작 기계에 들어가는 이 부품은 작지만 까다롭습니다. 실이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부품에 작은 요철도 있으면 안 됩니다. 날카로운 요철이 있으면 실이 끊길테니까요. 그렇기에 열처리나 표면처리를 거쳐 매끈한 표면으로 다듬어야 합니다. 태유정공에서 만든 이 부품은 아주 작지만 가공과 표면처리를 위해 여러 공장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영등포구는 문래동 기계금속집적단지에 4차 산업 혁명 거점을 세울 계획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영등포구는 문래동 기계금속집적단지에 4차 산업 혁명 거점을 세울 계획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내레이션 : 문래동 작은 공장이 이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건 전문기업들이 고르게 둥지를 틀고 있어서입니다. 문래동 공장 1279곳 중 금형 업체는 105곳, 주조 업체 29곳, 소성가공 업체 1125곳, 용접접합 업체 94곳, 열처리 업체 15곳, 표면처리 업체 119곳이 있습니다

내레이션 : 이렇듯 문래동 작은 공장은 결코 작지 않은 가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이들에 제조를 맡기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만약 문래동이 청계천처럼 흩어지면 한번에 이뤄지던 이런 제조 과정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전체 공장을 옮기는 ‘통이전’을 해야 하는데 작은 공장 사람들의 경영 인프라를 충족할 대체지가 과연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김현수 연구원 : “생태계라는 건 큰 생태계가 있지만 그 안에서 마이크로 생태계들이 있는 거고 여기서 금속 정밀이든 이 전 과정에서 그러니까 이게 전 공정을 한 기업에서 하는 거면 문제가 없는데 이들이 굉장히 강한 집전을 하는 거는 부분 공정을 하기 때문이거든요. 근데 부분 공정이 여기에 많은 기업의 종류가 있다고 그래서 A라는 기업이 멀리 있는 기업과 연계를 잇는 게 아니라 결국은 그 주변에서 생태계를 이루면서 하는 거기 때문에 이 자체를 이전한다고 해서 A가 가지고 있는 생태계가 그대로 움직여진다는 보장이 없는 거잖아요.”

구본기 소장 : “도시개발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여기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사람이다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있다 이런 스토리들을 조금 행정이 청취했으면 좋겠고, 그러면 최대한 덜 실패한 사업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내레이션 : 여기까지가 문래동이 처한 현주소입니다. 정치인과 행정가들은 ‘공장 밀어내기’에 여념이 없고 시민들도 작은 공장에 차가운 눈초리를 보냅니다. 제조업의 실핏줄인 이들 작은 공장은 어떻게 해야 이 도심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내레이션 : 다행히 우리는 주목할 만한 사례가 근처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경제구조가 유사한 일본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1980년대 도쿄시 오타구는 마을공장들을 도심 밖으로 밀어내려다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죠. 그런데 내쫓길 뻔했던 마을공장이 지금은 오타구 경제 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내레이션 : 그렇다면 지금 오타구의 마을공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어쩌면 문래동 작은공장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는 4편 ‘마치코바 이웃이 되다’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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