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볼 만한 신간
시 · 사진과 접목한 50개 증후군
봉준호 SF 기대작의 원작 소설
시인 이병철의 날카로운 평론집
돼지가족과 잡식가족 이야기

「상처받은 나들에게」
김네잎 지음 | 더푸른 펴냄


‘증후군’은 심리적, 신경‧정신‧병리학적, 문화‧사회적 요인 등으로 발생한다. 물리적, 정신적 혹은 심리적으로 아픔을 받은 자취는 크고 작게 남아 삶에 영향을 준다. 김네잎 시인은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50가지 증후군을 시와 사진에 접목했다. 증후군과 미묘하게 겹치며 연결되는 사진과 시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게끔 만든다. 내 안에 남은 아픔과 힘겹게 싸우고 있을 ‘나’들에게 에세이는 위로를 건넨다.

「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 황금가지 펴냄


봉준호 감독의 2024년 SF 기대작 ‘미키17’의 원작소설로 주목받은 SF 장편소설 「미키7」의 후속작이다. 죽더라도 끊임없이 전임자의 기억을 갖고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나는 미키의 일곱번째 삶을 소재로 SF의 재미와 철학적 주제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작에 이어 이번 후속작에서는 니플하임의 토착 생명체인 크리퍼의 실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생존자들을 위협하는 적대적 지적 생명체와의 교섭 등 전작에서 채 마무리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완성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은 2024년 상반기 중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빛나는 의심, 눈부신 균열-고독한 예술가들의 노래」
이병철 지음 | 걷는사람 펴냄


이병철 시인은 2017년 첫 시집 「오늘의 냄새」를 시작으로 총 2권의 시집과 문학 비평서, 여러 권의 산문집을 선보였다. 한국 사회의 시의성 있는 주제와 문학 작품을 겹쳐 현실과 문학의 접점을 탐색해 온 시인은 이번 평론집에서 문학뿐만 아니라 뮤지컬, 연극, 드라마 등 다양한 대중문화를 풍요로운 사유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분석한다. 시인은 작품을 감상하는 건 세속적 욕망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감정적 주체가 되는 일이라 말한다.

「사랑할까, 먹을까」
황윤 지음|휴 펴냄 


2015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고기가 고기가 되기 전 생명이었을 때의 모습’과 ‘공장식 축산의 참혹한 현실’을 보여줘 화제를 일으켰다. 영화의 주인공은 돼지 엄마 ‘십순이’와 새끼 돼지 ‘돈수’, 그리고 돈가스 마니아인 감독과 감독의 아들 ‘도영’, 치킨 킬러인 남편이다. 이 책은 돼지가족과 잡식가족의 다큐멘터리 전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보여주고,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일인칭 가난」
안온 지음|마티 펴냄


가난은 개인적일 수 없다. 실업, 장애, 경력단절 등의 문제를 ‘가족’에게 떠넘기는 사회적 분위기와 선별적 복지 시스템, 철저한 복지 신청주의, 공고한 능력주의가 가난과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알코올 중독이었던 시각장애인 아버지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일할 수 없는 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20살이 되기까지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았던 그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가난의 세부’를 보여주며, 가난에 관심을 촉구한다. 

「핌·오렌지빛이랄지」
이상우 지음 | 민음사 펴냄


감각적인 문장과 독보적인 스타일로 한국문학에서 고유한 위치를 차지한 소설가 이상우의 신작 소설집이다. 수록작 「핌」과 「오렌지빛이랄지」를 공동 표제작으로 삼아 두 작품에 각각 대응하는 이미지를 앞뒤로 삽입한 양면 책 커버를 사용했다. 독자들이 고른 선택지에 따라 장면들이 달라지는 소설 「핌」, 화자의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들이 문장 사이사이 삽입된 소설 「오렌지빛이랄지」 등의 형식 실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일종의 체험을 제공한다.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하완 지음 | 세미콜론 펴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로 화제를 모은 하완 작가의 두번째 산문집 수정증보판이다.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한 표지 그림을 선보인다. 기존 버전처럼 날렵하면서도 트렌디한 느낌은 동일하지만 좀 더 정교한 서체로 교체해 가독성을 보완했다. 세가지 신규 에세이를 추가 수록해 동시대 감각을 높였다. 특유의 냉소적인 듯하지만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는 유머를 보여준다. 내가 나다운 모습으로 당당히 살아갈 자유를 말하는 에세이다.

「무질서와 질서 사이에서」
조르조 파리시 지음 | 사이언스북스 펴냄


세상의 진리가 우주나 대자연의 질서가 아닌 무작위‧무질서를 특징으로 하는 복잡계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밝혀 온 20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조르조 파리시의 첫 에세이다. 이 책은 그가 1966년 로마 사피엔차 대학교에 입학 후 격변의 기억, 상전이 현상에 쏟았던 관심, 25세의 나이에 노벨상을 코앞에서 놓쳤던 경험, 그렇지만 결국 노벨상 수상자로 우뚝 서기까지 우여곡절을 담은 8편의 에세이로 이뤄졌다. 


「휘말린 날들」
서보경 지음 | 반비 펴냄


의료인류학자이자 HIV‧AIDS 인권운동 활동가인 저자가 감염병인 HIV‧AIDS의 낙인에서 벗어나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감염인 당사자와 그 주변 사람들을 숨거나 도망쳐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감염이라는 사건을 한발 앞서 겪은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에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불의를 꼬집는 날카로운 비판, 숨은 상실, 애도의 기억, 그리고 어떻게 다른 세상을 열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대담한 통찰이 깃들어 있다.

이지원·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책 제공=문학전문지 뉴스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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