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트위시트 나비효과➌
어쨌든 한국 떠나는 트위치
아프리카TV 주가 치솟았지만
네이버의 준비도 만만찮아
새 플랫폼 트위치 쏙 빼닮았어
트위치 이용자 흡수하겠잔 전략
질세라 아프리카TV도 정비 시작
트위치 빈자리 누가 꿰찰까

산업적인 관점에서 트위시트(Twit-xit·Twitch Exit)를 보면, 살펴봐야 할 이슈가 많다. 트위치가 떠난 뒤에도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 산업은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일부에서 트위치가 떠난 자리를 아프리카TV나 네이버가 꿰찰 것이란 미래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과연 트위치가 떠난 자리를 차지할 곳은 어디일까.

트위치 서비스 종료로 아프리카TV와 네이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트위치 서비스 종료로 아프리카TV와 네이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우리는 커버스토리 視리즈 트위시트 1편과 2편에서 트위치가 한국을 떠난 이유와 이통3사가 침묵한 이유를 살펴봤다. ‘망網 사용료가 큰 부담이 된다’는 트위치의 말이 옳든 그르든 어쨌거나 트위치는 한국을 떠난다. 이는 아프리카TV, 유튜브, 네이버 등 경쟁업체에 절호의 기회임에 틀림없다. 트위치를 시청하는 국내 시청자가 생각보다 많아서다.

통계 사이트 ‘트위치트래커’에 따르면 한국어 트위치 시청자는 일주일 평균 14만3427명(7일 기준)으로 글로벌 시청자의 5.7%를 차지했다. 이는 트위치가 진출한 220여개 국가 중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트위시트(Twit-xit)가 알려진 후 아프리카TV의 주가가 폭등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5일 6만4200원에 머물러 있던 아프리카TV 주가는 트위치가 철수한다는 사실이 공표된 직후인 6일 8만3400원으로 29.9% 치솟으며 상한가를 쳤다. 아프리카TV가 트위치의 빈자리를 꿰찰 거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럼 트위치가 빠진 빈자리를 차지할 업체는 어디일까. 일단 유튜브는 다소 애매한 위치에 서있다. 불편하고 기능이 몇 없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 빠르게 반영되지 않는 시청자 채팅 등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아프리카TV와 네이버가 트위치의 빈자리를 차지할 유력 후보로 내다보고 있다.

■ 후보➊ 아프리카TV의 존재감 = 아프리카TV의 최대 장점은 대중성이다. 그간 트위치와 함께 한국 라이브 스트리밍 산업의 점유율을 양분해왔던 만큼 플랫폼 인지도가 높다. 둥지를 잃을 처지에 놓인 트위치 스트리머와 시청자가 가장 손쉽게 이전할 만한 채널로 꼽힌다. 트위치의 몇몇 유명 스트리머는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한 경험도 있다.

다만, 아프리카TV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트위치와 상당히 달라 시청자들이 친숙해지기가 쉽지 않다는 건 단점으로 꼽힌다. 아프리카TV에서 고화질 시청을 하려면 아프리카TV 전용 프로그램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것도 제약요인이다. 별다른 설치 없이 볼 수 있는 트위치 시청자들에겐 불편한 절차여서다.

아프리카TV와 트위치의 ‘방송 문화’가 크게 다르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한 트위치 스트리머의 말을 들어보자. “아프리카TV는 별풍선(후원)에 좌지우지되는 문화가 강하다. 아프리카TV BJ(방송인)의 상당수는 많은 별풍선을 쏘는 시청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식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후원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방송하는 트위치 문화와 결이 맞지 않는다.”

아프리카TV는 e스포츠 대회 등을 통해 시청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사진=아프리카TV 제공]
아프리카TV는 e스포츠 대회 등을 통해 시청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사진=아프리카TV 제공]

이 점을 잘 알고 있는지 아프리카도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지난 15일에는 ‘트위치 웰컴’ 방송을 열고 트위치 스트리머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한발 더 나아가 18일엔 자사명을 아프리카TV에서 ‘숲’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사명 역시 아프리카TV에서 ‘숲코리아’로 변경할 예정이다. 회사를 세운 지 17년 만의 ‘리브랜딩’이다. 이렇듯 아프리카TV는 ‘민심 잡기’에 열심인데, 네이버는 어떨까.

■ 후보➋ 네이버의 도전장 = 네이버는 일단 상황 자체가 유리하다. 공교롭게도 네이버가 게임 실시간 중계 플랫폼 ‘치지직(CHZZK)’을 론칭하는 시점이 트위치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종료하는 날(2월 27일)이다.

더구나 치지직의 UI는 트위치와 무척 흡사하다. 온라인에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치지직은 홈페이지 디자인부터 채팅 방식, 각종 버튼과 이미지 배치 등 모든 면에서 트위치를 연상케 한다. 이는 트위치 시청자들이 치지직에 왔을 때 이질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트위치에서 방송하는 스트리머와 시청자 중 상당수가 네이버 생태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점도 유리한 환경이다. 가령, ‘우왁굳(팔로워 103만명)’ ‘동수칸(65만명)’ ‘풍월량(62만명)’ 등 트위치 시청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인기 스트리머들은 모두 네이버에 팬카페를 만들어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다. 이미 네이버로 이적을 알린 스트리머도 있다. ‘양띵’ ‘다주’ ‘삼식’ 등 인기 스트리머가 대거 모인 ‘양띵크루’는 지난 6일 팬카페에 치지직으로 이적할 것이란 공지를 올렸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스트리머 후원 방법으로 자사 결제 수단인 ‘네이버페이’의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지난 11월 간편결제 브랜드 평판에서 카카오페이·삼성페이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른 서비스다(한국기업평판연구소). 네이버 카페, 네이버페이 등 네이버 플랫폼을 이용하는 시청자들 입장에선 별다른 접점이 없는 아프리카TV보단 새 플랫폼인 치지직을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인지 증권가에서도 네이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6일 보고서에서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3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트위치 스트리머를 영입하고 유저 트래픽을 성공적으로 확보한다면 치지직의 사업가치는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네이버에도 단점이 있다. 포털·쇼핑·간편결제 등 굵직한 사업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평판 관리는 네이버에 무척 중요하다. 작은 일이라도 터지면 정치권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일 때도 많다. 이런 이유로 네이버는 치지직에서 방송하는 스트리머에게 빡빡한 조건들을 내놓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는 트위치 스트리머에겐 부담 요인임에 틀림없다. 트위치엔 19세 이상만 시청할 수 있는 게임을 주요 콘텐츠로 운영하는 스트리머가 유독 많다. 여기엔 비속어나 담배·술을 크게 제한하지 않는 트위치의 방송 문화가 한몫했다. 제약이 많지 않고 자유로운 방송 문화가 트위치의 강점이란 건데, 네이버 치지직이 엄격한 규정을 스트리머에게 들이민다면 이런 강점이 사라질 수 있다.

두 기업의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다. 네이버가 19일부터 ‘치지직’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트위치 최대 규모의 e스포츠 대회 ‘자본주의가 낳은 대회’도 치지직에서 동시 송출한다.

스트리머의 경우 트위치 팔로워가 1만명 이상이어야 치지직에서 방송할 수 있지만, 시청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번 베타 서비스를 통해 치지직의 흥행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과연 트위치의 철수 이후 어떤 플랫폼이 승리의 미소를 지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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