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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랠리 발생 원인 각양각색
개미, 공매도와 연관 짓기도
파월 ‘금리인하’ 언급해 산타 등극

매년 이맘때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게 아이들만은 아니다. 12월 25일이 임박하면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주식 투자자들이 있다. 크리스마스 전주의 상승장을 뜻하는 산타랠리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 13일 ‘금리인하’를 언급하면서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 13일 ‘금리인하’를 언급하면서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타랠리는 크리스마스 직전 주에 증시가 강세장을 보인다는 미국 증시의 속설을 말한다. 1972년 「주식 거래자 연감(Stock Trader's Almanac)」이란 연례 간행물을 펴내던 예일 허시가 처음 사용했다. 그의 아들 제프리 허시가 지금도 매년 펴내는 이 연감에서 산타랠리는 주요 항목 중 하나다. 

「주식 거래자 연감」은 주가 통계를 쉽게 내지 못하던 시절에 월 평균 수익률과 주가 장기 추세 등을 담고 있어 인기가 좋았다. 이 연감이 스테디셀러에 오른 이유 중 하나는 통계를 활용해 각종 패턴을 포착하고, 여기에 듣기 좋은 이름을 붙이는 것이었다. 예일 허시는 산타랠리 기간을 매년 마지막 5거래일과 다음 해 첫 2거래일로 정의했다. 연감에는 ‘1월 효과’ ‘셀 인 메이(Sell in May And Go away)’와 같은 증시 격언이 한 챕터씩을 차지한다. 

올해도 여러 증권사와 경제매체가 산타랠리를 다뤘다. 이 격언이 아직도 쓰이는 이유는 실제로 크리스마스 전 주에 강세장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서다. 제프리 허시는 연감에서 “1950~2022년 80%가량의 확률로 산타랠리가 발생했고, 평균 전주 대비 0.5%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확률은 최근 들어 하락하는 추세다. 최근 20년 동안 산타랠리 발생 확률은 65.0%였다. 산타랠리의 최고 기록은 7거래일 동안 7.5%나 상승했던 1975년이다. 

그런데 대형주 위주의 미국 S&P 500 지수를 기준으로 할 때, 미국 증시는 사실 늘 상승해 왔다. 배당금을 모두 재투자한다는 가정하에 S&P 500 지수는 올해 9월 기준으로 지난 30년간 연평균 9.8% 상승했고, 최근 10년 수익률은 연평균 12.0%에 달한다. 그러니 산타랠리 때도 어지간하면 오를 확률이 높다. 

[자료 | 주식거래자연감]
[자료 | 주식거래자연감]

개미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산타랠리가 발생하는 이유로 세금, 기관투자자, 성과급 등을 꼽는다. 먼저, 개미들은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기 위해 공매도를 하지 않으면 산타랠리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기관투자자가 연말 포트폴리오를 보기 좋게 꾸미기 위해서 수익률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오른다고 생각하는 개미도 있다. 

반론도 존재한다. 기관투자자가 항상 공매도하지는 않고, 산타랠리가 정말 존재한다면 오히려 기관투자자들이 더 열심히 거래를 할 것이며,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윈도 드레싱이란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수익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개인투자자들의 절세 수단인 자본손실수확(Tax-Loss Harvesting)이 산타랠리의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자본손실수확이란 투자로 얻은 자본소득을 자본손실로 상쇄해 과세 부담을 줄이는 행위다. 쉽게 말해서 올해 주식을 팔아서 1만달러의 차익을 냈는데, 가격이 오를 것 같지 않은 종목들을 매각해 1만 달러의 손실을 확정하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미국은 자본소득 세율보다 노동소득 세율이 높기 때문에 주식 손절이 유리할 때도 있다. 

배당과 성과급 등 연말 추가 소득이 산타랠리의 재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8일 보고서에서 한국의 배당일이 통상 크리스마스 이후인 28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산타랠리를 보기 힘들다고 정리했다. 미국 배당일은 들쑥날쑥하다.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이 산타랠리를 경제적으로 분석하려고 시도했다. 확률상으로는 맞지만, 이를 이론적으로 밝혀내는 데는 대부분 실패했다. 토론토대 대학원생 브리이드 카미는 2016년 논문에서 “1987~2016년 S&P 500 지수에서는 산타랠리의 증거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뉴욕 아델피대학의 제이든 파텔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나스닥 지수를 기준으로 통계적 의미를 분석한 결과 산타랠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산타랠리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올해 미국장에 산타가 온 것만은 확실하다. S&P 500 지수는 지난 19일 전일 대비 0.59% 상승한 4768.37로 장을 마쳤다. 최근 5거래일 동안에는 2.63% 상승했다. S&P 500은 최근 6개월 동안 8.65%, 올해 들어선 24.69% 상승했는데도 여전히 오르고 있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시민이 전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시민이 전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월스트리트 산타클로스의 정체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다. 파월 의장은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의 적절한 시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언제부터 긴축 강도를 낮추는 게 적절할지를 둘러싼 논의가 가시화하기 시작했다”고 폭탄 발언을 내놨다. 

파월의 예상 밖 비둘기파 발언으로 미국 증시가 과열되자 FOMC 위원들인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이 진화에 나섰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가 파월을 대신해 그의 발언이 기준금리 인하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을 생각해 보면, 파월 의장이 월가에 내놓은 크리스마스 선물 보따리가 공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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