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공병훈의 맥락
사이퍼펑크와 블록체인❸
중앙관리시스템 없는 거래
동등한 동료 사이의 관계망
글로벌 결제수단 된 암호화폐
긍정적 의미만큼 부작용도 커

우리는 사이퍼펑크와 블록체인 1편과 2편에서 중앙집권화한 정부와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암호시스템’이 진화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암호화폐를 알아봤으니 이젠 블록체인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자. 사이퍼펑크와 블록체인 마지막 편이다.

암호화폐는 중앙관리시스템이 없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암호화폐는 중앙관리시스템이 없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개인과 개인의 거래가 생길 때마다 데이터는 ‘블록(Block)’을 만들어 쌓여간다. 이 기록들은 순차적으로 이어져 ‘사슬(Chain)’ 구조를 형성한다. 거래 기록을 담은 블록들이 사슬로 이어져 하나의 장부帳簿를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장부를 네트워크 참가자들에게 공개ㆍ분산ㆍ관리하기 때문에 ‘공공 거래 장부’ 또는 ‘분산 거래 장부’ ‘분산 원장’으로 불린다. 

1998년 웨이 데이(Wei Dai)는 B화폐(b-money)를 통해 익명의 개인 간 계약을 체결해 분산형 통화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이는 각 참여자가 B화폐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암호로 만들어 블록으로 저장한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개념과 상당히 유사하다. 

특히 웨이 데이는 거래가 발생해 새로운 블록이 추가될 때 가장 먼저 암호를 풀어낸 참여자에게 B화폐 인센티브를 주는 ‘작업증명’과 보유한 가상화폐의 양에 따라 일부 참여자에게만 우선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지분증명’ 방법도 제안했다. 작업증명은 현재 비트코인과 같은 대부분의 가상화폐가 채택한 방식이다. 

2004년 할 피니(Hal Finney)는 해시캐시를 사용해 ‘재사용이 가능한 작업증명’을 만들었다. 비로소 가상화폐의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만들어진 것이다. 2005년 닉 자보(Nick Szabo)는 이를 이용해 ‘비트골드’란 가상화폐를 제안했다. 

비트골드는 총액을 제한하지 않았으나, 비트골드를 만들기 위해 동원된 계산량에 따라 가치가 정해졌다. 드디어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해시캐시와 비트골드를 발전시켜 비트코인을 창안했다. 거래의 자유를 향한 사이퍼펑크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나카모토는 2009년 오픈소스 비트코인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설치해 최초의 블록을 만들고, 50비트코인을 채굴한 뒤 할 피니에게 10비트코인을 줬다. 이후 소수의 암호연구자와 프로그래머가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주고받았지만 거래량이 많지 않아 실물가치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비트코인 최초의 실물거래는 2010년 어떤 프로그래머가 피자 두판에 1만비트코인을 지불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 위키리크스, 전자 프런티어 재단 등 비영리 재단은 비트코인으로 기부를 받기 시작했다. 상품 및 서비스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는 곳이 점점 늘어났다. 

블록체인의 요체는 모든 정보를 P2P (Peer To Peerㆍ소비자 대 소비자간 거래) 네트워크에 분산해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자료를 기록ㆍ관리하는 기술이다. 당연히 중앙 관리 시스템 자체가 없다. 동등한 동료(Peer) 사이에서 이뤄지는 관계망이 블록체인의 기본 전제란 얘기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Acute Market Reports)에 따르면, 세계의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2020년 20억4050만 달러에서 2022~2030년 연평균 7.2%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암호화폐를 단순한 개인간 거래를 넘어 글로벌 차원의 결제 방식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 의미만큼 부작용도 노출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국적 기업과 국가 귄력, 그리고 금융자본의 통제와 감시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했던 사이퍼펑크들의 꿈은 지금 어떤 의미인가.

공병훈 협성대 교수 | 더스쿠프
hobbits84@naver.com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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