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아시아나IDT 12월 주가 38%↑
지난해 상반기엔 박스권 주가
연말 들어 2만원 돌파하기도
모회사 합병 기대감 커진 덕분
결합 심사 이슈에 따라 요동쳐
합병하면 SI 일감 늘어나는 셈
합병까지 변수 많은 점은 리스크

아시아나IDT의 주가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슈에 큰 영향을 받는다. [사진=뉴시스]
아시아나IDT의 주가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슈에 큰 영향을 받는다. [사진=뉴시스]

SI업체 ‘아시아나IDT’의 주가 그래프가 요동치고 있다. 악재도 호재도 없는데도 주가가 춤추는 이유는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합병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기업결합 심사 이슈에 따라 주가가 ‘수직 이착륙’을 거듭하고 있는 셈인데, 합병 이후 회사 가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측면에선 꽤 위험한 베팅으로 보인다.

시스템통합(SI) 업체 아시아나IDT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2023년 12월 한달 사이 이 회사 주가는 38.04% 상승했다. 상반기 내내 1만원 초반에서 거래되던 주식이 2023년 마지막 거래일엔 1만9450원까지 치솟았다. 12월 코스피에 상장된 종목 중 세번째로 높은 상승률(우선주 제외)을 기록했다. 2024년 새해 첫 거래일에도 전 거래일 대비 0.57% 상승했다. 

아시아나IDT의 주가는 지난해 11월에도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그래프를 그리더니 월간 등락률은 -15.83%를 기록했다. 

아시아나IDT는 중견 SI 기업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IT 시스템 전반을 관리하는 게 주요 사업이다. 건설ㆍ금융 분야에도 여러 고객사를 두고 있다. 여느 대기업 SI 기업처럼 실적은 무난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는 안정적이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나IDT의 최근 주가 흐름은 다소 특이하다. SI 종목은 보통 주가 등락폭이 크지 않다. 실적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일이 많지 않다 보니 안정적이지만 재미없는 주식으로 여겨진다. 아시아나IDT에 호재나 악재로 작용할 만한 뚜렷한 사건이 터졌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주가가 출렁인 이유는 뭘까. 

아시아나IDT의 주가 방향성을 결정하는 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슈다. 아시아나IDT의 모회사는 지분 76.22%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이다. 만약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는 데 성공할 경우, 아시아나IDT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SI기업인 한진정보통신과 합병을 꾀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IDT의 주가는 두 항공사 합병 과정에 청신호가 켜지면 오르고, 반대의 상황에 놓이면 내려가는 식의 움직임을 보였다. 일례로 지난해 내내 1만원 초반 박스권에 갇혀있던 아시아나IDT 주가가 춤을 추기 시작한 건 10월 말의 일이었다.

10월 30일엔 전일 대비 18.27% 상승했고 이튿날엔 상한가(29.97%)를 쳤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었기 때문이었다. 핵심 안건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을 다른 저비용항공사(LCC)에 분리해 매각하라는 대한항공의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였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는 양사 합병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가 지난해 5월 대한항공에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주요 여객ㆍ화물 노선에서 독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정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 우려를 해소할 방안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하겠단 카드를 마련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동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양사 합병은 어그러질 게 뻔했다. 당시 열린 이사회에선 다소 진통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사업부 매각을 수용하면서 합병 작업에 청신호를 켰다. 

아시아나IDT는 2023년 12월 7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이때도 굵직한 합병 이슈가 터졌다.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EU 경쟁당국이 ‘2024년 2월 14일까지 결합 승인 여부를 결론 내겠다’고 못 박은 게 발단이었다.

EU 집행위에서 반독점 부문을 이끄는 디디에 레인더스 집행위원이 인터뷰를 통해 “일부 제안에서 매우 좋은 진전이 있었다”고 발언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결정이 EU 경쟁당국의 독점 우려를 불식했음을 시사하는 말로 풀이됐다. 

아시아나IDT의 주가는 여느 SI업체와 다르게 움직인다. [사진=뉴시스]
아시아나IDT의 주가는 여느 SI업체와 다르게 움직인다. [사진=뉴시스]

아시아나IDT의 주가는 앞으로도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고비를 넘은 건 맞지만, 장애물이 여전해서다. EU의 결합 승인을 받더라도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두 항공사가 합병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더라도 아시아나IDT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할 거란 보장도 없다. 

SI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IDT가 한전정보통신과 한몸이 된다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 합병할지는 모회사 합병 이후 논의해야 할 문제”라면서 “기본적으로 SI 중심의 서비스 사업만으론 외형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존 사업 틀에 커다란 변화를 주지 않는 한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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