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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혜 꼬꼬잠 대표 인터뷰
둘째 잘 재우려 만든 속싸개
엄마 마음 고려한 편의성에
입소문 타면서 동네서 인기
창업 후 특허 취득해 차별화
“가족 수면 돕는 기업 될 것”

저출산 시대다. 올해 1~3분기 신생아 수는 17만7000명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이런 상황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유아용품 스타트업이 있다.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아기 속싸개 전문제조기업 ‘꼬꼬잠’이다. 

이 회사를 창업한 박정혜(48) 대표는 "아기 울음을 벗어나고 싶었던 전업주부 시절의 경험을 살려서 제품을 만들었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기업의 경쟁력은 뭘까. 더스쿠프가 ‘꼬꼬잠’ 속으로 들어가봤다. 

아기 속싸개 제조기업 꼬꼬잠을 창업한 박정혜 대표.[사진=천막사진관]
아기 속싸개 제조기업 꼬꼬잠을 창업한 박정혜 대표.[사진=천막사진관]

결혼 후 첫애를 낳고 부모가 되면 다양한 어려움에 부딪힌다.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부터 고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중에도 가장 큰 난관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 아기의 울음이다. 배가 고프거나 축축한 기저귀 때문에 우는 것이라면 원인을 제거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울음의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아기의 울음이 시시때때로 터질 땐 삶의 균형추가 흔들리기도 한다. 이런 부모의 난관을 ‘속싸개’ 하나로 덜어줄 수 있다고 말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속싸개 전문제조기업 ‘꼬꼬잠’이다. 속싸개와 아기의 잠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까. 박정혜 꼬꼬잠 대표를 만나봤다. 

✚ 지금 같은 저출산 시기에 아기 속싸개를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이유는 뭔가요? 
“창업하기 전에 저는 전업주부였어요. 16년 전 첫째를 낳고 나서 참 힘들었어요. 아기의 잠투정 때문에 잠을 거의 못 잤거든요. 둘째를 갖고 나서 어떻게 하면 잠을 잘 재울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책 한권을 접했는데, 미국의 소아과 의사가 쓴 「엄마, 뱃속이 그리워요」란 육아서였죠. 거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더라고요. ‘속싸개를 한 아기가 속싸개를 안 한 아기보다 잘 잔다.’ 그래서 속싸개를 더 깊이 찾아보기 시작했죠.”

「엄마, 뱃속이 그리워요」의 저자인 하비 카프는 소아과 전문의(UCLA 교수)로, 모유 수유 분야의 권위자다. 수십년간 신생아의 울음과 산통을 연구해온 학자다. 

✚ 외국에도 아기 속싸개 같은 게 있나요?
“네. 속싸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있습니다. 서구에선 아기 속싸개를 스와들(swaddle), 중국에선 꽈뿌(裹布), 일본에선 오쿠루미(おくるみ)라고 부릅니다. 아기의 몸을 적절히 조여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는 얘기죠.”

✚ 이미 속싸개를 파는 곳이 적지 않았을 텐데요. 
“그렇죠. 그런데 대부분 속싸개는 아기를 꽁꽁 싸매는 포대기였어요. 제가 원하는 속싸개는 그런 게 아니었어요.”

✚ 속싸개도 종류가 있나보군요? 
“혹시 나비잠이라고 아시나요? 아이가 똑바로 누워서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자는 모양을 나비잠이라고 하는데, 이런 자세를 유지해줘야 아기가 잠을 잘 잡니다. 그래서 아기의 나비잠 체형을 유지할 속싸개를 찾아다녔던 거예요.”

✚ 그런 속싸개는 없었나요? 
“해외 브랜드 제품 중에 그나마 비슷한 게 있어서 사서 보니 우리나라 아기 체형과는 맞지 않더군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어요.”

특허를 받은 꼬꼬잠의 아기 속싸개.[사진=꼬꼬잠 제공]
특허를 받은 꼬꼬잠의 아기 속싸개.[사진=꼬꼬잠 제공]

✚ 그건 더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제가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했거든요.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할 땐 무대의상을 직접 만들기도 했어요. 경험을 살려 만들면서 속싸개를 만들어보기로 했죠.” 

✚ 직접 만들어 입히고 나니 효과가 있던가요? 
“첫째보단 잘 자더라고요. 물론 속싸개를 한다고 밤에 단 한번도 깨지 않고 잔다는 건 아니에요. 좀 덜 깨고 잔다는 정도죠. 다만, 작은 효과가 제가 만든 속싸개 덕분인지, 둘째가 좀 순해서 그런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 검증이 필요했겠네요. 
“맞습니다. 운 좋게도 동네 아줌마들이 제가 만든 속싸개를 보면서 어디서 샀냐고 묻더군요.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자기들 아기 속싸개도 좀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제대로 주문을 받아서 만들어줬는데, 많은 엄마들이 ‘속싸개를 하니 훨씬 잘 자더라’는 피드백을 주더라고요. 그렇게 엄마들의 의견이 쌓이면서 2014년 창업까지 하게 됐죠.”

이처럼 박 대표가 처음부터 ‘대단한 사업’을 꿈꾼 건 아니다. 전업주부였던 그는 오로지 아기가 잘 자도록 하기 위한 속싸개가 필요했고, 만들고 보니 입소문을 탔다. ‘아기가 코~잔다’란 뜻의 사명社命처럼 ‘조용한 사업’을 꾀했다.

그러다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2020년께 유아용품을 리뷰하는 유명 유튜버가 속싸개를 제품별로 써보고 평가하는 방송을 진행했는데, 거기서 ‘꼬꼬잠 제품이 좋다’는 평을 내놨다. 이를 계기로 ‘아기 울음 때문에 잠을 못 자던’ 엄마들 사이에서 꼬꼬잠이 입소문을 탔고, 지금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꼬꼬잠이 ‘예기치 않은 홍보’ 덕으로만 성장한 건 아니다. 꼬꼬잠은 이미 충분히 성장할 준비가 돼 있었다. 꼬꼬잠만의 특허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회사 설립과 동시에 특허를 출원했고, 2년 후 등록됐다. 박 대표는 “정부나 지자체의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는데, 특허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 꼬꼬잠 속싸개엔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저희는 두가지의 ‘영유아 기능성 속싸개 특허’를 갖고 있어요. 창업한 해인 2014년에 출원해서 2년 후 받았죠.” 

✚ 어떤 특허인가요?  
“하나는 아기 스스로 속싸개에서 손을 빼진 못하지만, 엄마가 원하면 손을 빼줄 수 있다는 겁니다. 단추나 지퍼 없이 그걸 구현했어요. 게다가 다리와 다리 사이엔 커다란 지퍼가 있는데, 이 지퍼를 통해 기저귀를 손쉽게 갈 수 있어요. 잠을 깨우지 않고도 가능하죠. 그래서 급할 때는 속싸개 하나만 입혀서 외출을 할 수도 있답니다.”

✚ 다른 브랜드와 법적 분쟁은 없었나요?
“있었죠. 해외 브랜드가 ‘나비잠 모양의 디자인을 베꼈다’면서 소송을 걸었지만 승소했어요. 해외 브랜드가 ‘디자인 등록’만 해놨던 반면 저희는 특허를 갖고 있어서 ‘우월한 권리’를 인정받았죠. 특허 등록 시기도 2년이나 빨랐고요.” 

✚ 소송이 법적 근거를 만들어 준 거군요. 
“그렇죠. 저희에겐 되레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꼬꼬잠은 2022년 매출 6억362억원, 영업이익 4025만원을 기록했다. 2020년 대비 매출은 145.1%, 영업이익은 146.5% 늘어났는데, ‘저출산 국면’이 심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다만, 한가지 의문은 있다. 유아용품 시장은 ‘레드오션’에 접어든 게 분명하고, 저출산의 골은 당분간 더 깊어질 거다. 꼬꼬잠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 

✚ 세계경제가 심상치 않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손꼽히는 저출산 국가죠. 미래를 위한 묘책이 있나요?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숙제는 주력제품의 단가를 낮추는 거예요. 제가 의류학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대충 만드는 걸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수작업이 많아요. 그렇다고 원자잿값을 낮출 수도 없어요. ‘소중한 아기’를 위한 제품인 만큼 유기농(오가닉) 면만 고집하는 편이에요.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죠. 주변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양보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전 잘 모르겠어요. 아직은 지금의 품질과 가치를 고집스럽게 유지해볼 생각이에요. 다만, 유아용품시장이 ‘레드오션’이란 지적에는 동의하기 힘들어요.” 

✚ 이유가 뭔가요?
“국내로 한정하지 않으면 시장은 얼마든지 넓힐 수 있어요. 저희는 ‘아기가 잘 자야 가족이 행복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가족 모두가 꿀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솔루션하는 기업’을 추구하기 때문에 사업 아이템도 속싸개에 한정돼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보면 시장은 넓고, 할 일은 많은 거죠.”

✚ 목표가 뭔가요?
“꼬꼬잠 제품으로 아기와 엄마, 아빠가 편히 잘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게 첫번째 목표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이걸 하나의 솔루션으로 구축해보고 싶어요. 꼬꼬잠만의 특징을 살려서요. 예컨대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돈독하게 하는 꼬꼬잠 제품을 만들 수도 있겠죠. 저희 제품을 통해 가정에 웃음과 행복이 깃들면 좋겠어요.”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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