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여전히 눈을 좋아합니다

# 올겨울은 눈이 참 많이 옵니다. 언젠가부턴 ‘눈 내린 후’의 일이 걱정스럽긴 하지만, 눈을 보면 마음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 어릴 때 ‘눈만 내리면’ 할 일이 참 많았습니다. 비탈길에서 비닐봉지로 만든 썰매를 타느라, 동네 친구들과 눈싸움을 벌이느라, 해가 지는 것도 잊곤 했죠. 깜깜한 밤, 집에 돌아오면 엉망이 돼버린 옷과 빨갛게 변한 얼굴 때문에 꾸지람을 듣기 일쑤였지만, ‘내일 또 눈이 오길’ 기도하곤 했죠. 지금 아이들도 그럴까요? 혹시 스마트폰을 더 좋아하진 않을까요?

# 늦은 저녁. 놀이터 바닥에 눈덩이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눈사람을 만들다 만 걸까, 해가 뜨면 다 녹아버릴 텐데 어쩌나….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렇게 눈덩이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면서 사진 찍다 보니 손이 시려옵니다. 

# 얼어버린 손을 감싸고 집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소리칩니다. “아빠 나가서 눈싸움하자!” 그렇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은 여전히 눈을 좋아합니다. 변하지 않은 풍경입니다. 나가서 저도 눈덩이 하나 만들어야겠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는 것보단 낭만적일 겁니다. 눈이 자주 오는 만큼 즐겁게 바쁜 요즘입니다. 예나 지금이나요.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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