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

# “외롭지 않아?” 사진기자 초년병 시절. 취재를 다녀온 제게 한 선배가 했던 말입니다. 선배가 싱글이라 그런가? 뚱딴지 같은 소리에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당시 여자친구(현 아내님)도 있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던 때라 그런지 외로움이란 단어를 전혀 모르고 살았습니다. 

# 사실 지금은 종종 외롭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진 찍을 때’ 외롭습니다. 사진은 제게 취미 생활이 아닙니다. 너무나 좋아하는 사진이지만 취미와 밥벌이는 확실히 다릅니다. 일로 촬영할 때면 많은 압박을 받곤 합니다. 확실한 목적성을 가지고 독자와 고객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모든 건 혼자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도 모자라 책임까지 져야 합니다. 아마도 선배가 이야기했던 ‘외로움’이 이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 참 오랜만에 혼자가 아닌 둘이 촬영을 떠났습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떠나는 촬영 길이라 그럴까요. 마음도 편하고 참 좋더군요. 무엇보다 외롭지 않았습니다. 먼 길이지만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동행자가 운전을 맡아준 덕분에 감사하게도 조수석에서 편히 동행했습니다. 늘 운전대를 잡고 홀로 떠나던 여정과는 다른 하루입니다. 

# 해뜨기 전 출발해 고속도로에서 일출을 마주합니다. 조수석에 앉으니 고속도로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는 행운도 누립니다. 안성을 지날 때쯤이었나 봅니다. 마침 지나가던 눈에 ‘안성마춤’이란 표지판이 들어옵니다. 모든 게 ‘안성맞춤’인 제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합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럴 겁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은 안성맞춤일 테니까요.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studiotent@naver.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