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에 맞는 모습으로
바꾸는 자연의 신비

# 출근길입니다. 집을 나오니 아침부터 가을비가 내립니다. 멀지 않은 주차장을 우산 없이 뛰어갑니다. 허겁지겁 차에 올라타 묻은 빗물을 털어내며 숨을 고릅니다. 시동을 켜려고 보니 차창에 단풍잎 하나가 붙어있습니다.

# 언제부터 비를 맞았는지 흠뻑 젖은 모습입니다. 유리창에 코팅을 해놓은 것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습니다. 불가사리 같기도 하고 별 같기도 합니다. 빨간빛에 초록도 남아있고 노란 빛깔도 남아있습니다. 잎 하나에 사계절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 가을이 가는 게 저만 아쉬운 건 아닌 듯합니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유리창에 꼭 붙어 있는 걸 보니, 단풍잎도 그런 모양입니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단풍잎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 자연은 때에 맞는 모습으로 바뀝니다. 자연의 법칙입니다. 생각해 보면 때에 따라 바뀌는 사람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속상했던 일이 많습니다. 사람은 늘 한결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 같기도 합니다. 사람이 바뀌는덴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 이렇게 또 가을은 가고 겨울이 올 겁니다. 내년에 다시 만나자고 단풍잎에게 조용히 마음속 인사를 합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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