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자영업자 재무설계 2편
시원찮은 가게 매출 탓에…
뒤섞인 가계부와 회사 장부
가계 관련 비용 분리해야
자금 맞춰 재무 목표 수정

자영업자가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회사 비용을 자신의 돈으로 처리하는 경우다. 소액이라면 몰라도 액수가 커지면 골치가 아파진다. 가계부 소득과 지출을 명확히 구분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자신의 재정 상태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 부부의 가계부도 회사 장부가 섞여 있었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얽힌 실타래를 풀었다.

가게 장부는 가계부와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 소득과 지출을 파악하기 수월해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게 장부는 가계부와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 소득과 지출을 파악하기 수월해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를 뜻하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은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 사용했다. 맞벌이 문화가 절정에 달했을 당시 많은 부부가 자녀 계획을 포기하면서 이같은 트렌드가 생겼다. 이로 인해 미국 사회 내에서 핵가족화가 가속화했고, 출산율이 떨어졌다.

그로부터 50여년이 흐른 지금, 딩크족은 한국 사회에도 가족 형태의 한 갈래로 뿌리를 내렸다. 무엇보다 자녀를 가질 생각이 없는 젊은층이 크게 늘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2020년 20·30대 직장인 712명에게 ‘결혼 후 자녀를 가질 계획’을 물어본 결과, 전체의 33.7%가 ‘없다’고 답했다. 4년 전보다 출산율이 더 악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생각을 가진 직장인은 더 늘었을 게 분명하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양서훈(가명·35)씨와 한은서(가명·34)씨 부부는 딩크족에 가깝다. 두 사람은 결혼 3년차에 접어 들었지만 아직까지 아기를 낳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평생 자녀 없이 살겠다고 결정한 건 아니지만 현실이 부부를 그렇게 만들었다.

지난해 회사를 나와 컵과일 가게를 창업한 남편 양씨는 하루의 대부분을 가게에서 보낸다. 그가 컵과일 장사로 한달에 벌어들이는 수익이 월평균 150만원으로 최저시급에도 못 미쳐서다. 창업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쁜 성적은 아니라는 게 양씨의 생각이지만, 빨리 자리를 잡고 싶어서 일에 매달리고 있다. 양씨는 “가게 일 때문에 2세를 가질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의 수입이 시원찮으니 아내 한씨도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하지 못한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창업한 게 여전히 못마땅한 아내는 이 문제로 남편과 종종 말다툼을 한다. 소득이 줄어든 탓인지 재정 상황도 좋지 않다. 얼마 전부터 가계부가 적자로 돌아섰고, 소폭이긴 하지만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는 걸 우려한 부부는 필자의 상담실을 방문해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지난 시간에 파악한 부부의 재정 상태를 되짚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450만원이다. 컵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남편이 월평균 150만원을 벌고, 중견기업에 다니는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307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60만원, 금융성 상품 100만원 등 총 467만원을 쓴다. 한달에 17만원씩 적자를 보는 셈이다. 1차 상담에서 식비를 80만원에서 60만원으로 20만원 줄여 적자를 ‘3만원 흑자’로 전환해 둔 상태다.

지출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지출을 줄이는 첫 걸음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출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지출을 줄이는 첫 걸음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부로부터 재무목표도 들었다. 부부는 ‘내집 마련’ ‘노후준비’ ‘해외여행’ 3가지를 위해 돈을 모으고 싶어 했다. 이 목표들을 이루려면 꽤 많은 목돈이 필요하다. 현재 부부는 월 100만원씩 적금통장에 붓고 있지만, 이 돈을 재무목표에 쓰기는 힘들다. 남편의 사업이 나빠질 경우 비상금 용도로 써야 해서다.

이런 이유로 2차 상담에선 부부의 지출을 최대한 줄여보기로 했다. 먼저 15만원씩 내는 통신비를 다시 설계했다. 각각 6만원짜리 LTE 스마트폰 요금제를 쓰고 있는 부부의 상품을 비슷한 데이터 용량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이 훨씬 더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로 교체하기로 했다.

알뜰폰 업체를 잘 찾아보면 파격적인 프로모션 조건을 제시한 곳이 적지 않다. 검색 끝에 부부는 2만원에 월 10GB 데이터를 제공하고 통화·문자가 무료인 알뜰폰 요금제를 택했고, 통신비를 15만원에서 7만원으로 8만원 줄이는 데 성공했다. 통신비에 포함돼 있는 유선인터넷이나 IPTV 등은 모두 최저가 요금제를 쓰고 있으므로 바꾸지 않기로 했다.

교통비(30만원)도 좀 줄이기로 했다. 남편은 평소 과일을 운반할 때 자차를 쓴다. 자차를 회사 업무용으로 쓴다는 얘긴데, 그러면 가게 업무 용도로 쓴 만큼의 유류비를 가게에서 지원받아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가계부와 회사 장부를 뒤섞는 것이다. 그러면 지출 구분이 어려워지고, 지출을 줄이는 것도 힘들어진다. 이런 이유로 교통비 30만원 중 10만원을 회사 장부로 돌리기로 했다. 따라서 교통비는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이유로 가게 관련 비용(80만원)도 줄이기로 했다. 여기엔 가게 월세 50만원을 포함해 과일값, 컵과일 재룟값 등이 들어 있다. 재료를 구매해야 하는데 자금이 부족할 때마다 남편이 돈을 끌어다 쓰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월세야 아직 가게 상황이 여의치 않으므로 부부 가계부에서 처리한다 치더라도, 과일값과 재룟값은 엄격히 회삿돈으로 구매해야 한다.

필자의 조언대로 부부는 조금 어렵더라도 회사 지출을 가계부에서 철저히 분리하기로 했다. 남편 소득이 150만원에서 더 줄어들더라도 이 원칙은 깨뜨리지 않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을 통해 부부의 가게 관련 비용은 8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었다. 이 부분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탄력적으로 조절하기로 했다.

이제 중간 점검을 해 보자. 부부는 1차 상담에서 줄인 식비 20만원(80만→60만원)을 시작으로 통신비 8만원(15만→7만원), 교통비 10만원(30만→20만원), 가게 관련 비용(80만→50만원) 등 68만원을 절약했다. 이에 따라 17만원 적자도 51만원 흑자로 전환됐다.

아직 보험료(20만원), 비정기지출(월평균 60만원) 등 줄일 것이 몇가지 남은 상태인데, 필자가 보기에 여기서 허리띠를 더 졸라맨다 하더라도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올 것 같지가 않다. 더구나 남편의 소득도 조정해야 한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부부의 재무 목표 범위를 줄여야 한다. 월 100만원씩 꼬박꼬박 내고 있는 적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할 듯하다. 과연 부부는 순탄하게 재무 목표를 완수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계속 이야기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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