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1월 주가 상승률 59.2% 기록
2만원대 주가 4만원대로 점프
증시 침체에도 연일 신고가 경신
‘CES 2024’ 부스 참가 반등 계기
메타버스 플랫폼 선보이면서 주목
그룹 후계자의 부스 방문도 화제
마침 신동빈 회장이 AI 혁신 강조
롯데정보통신 역할론 부각 중
오른 주가만큼 기술력 증명해야

롯데정보통신이 ‘CES 수혜주’로 떠올랐다. IT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참가했는데, 그중에서도 주가상승률이 빛났다. 다만, 롯데정보통신의 기술력이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고만 볼 순 없다. 그보단 롯데 오너 일가의 말과 발걸음이 주가 상승을 부채질한 측면이 많다. 롯데정보통신으로선 기술력과 실적을 입증해야 할 과제를 떠안았다.

롯데정보통신이 ‘CES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사진=뉴시스]
롯데정보통신이 ‘CES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사진=뉴시스]

새해 들어 롯데정보통신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1월 이 회사 주가 상승률은 59.22%(19일 기준)였다. 이 기간 코스피에 상장한 종목 중 3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1월 효과를 누리지 못한 코스피는 6.87% 하락했는데, 이 회사의 주가는 오히려 연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내내 2만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던 회사 주가가 4만원대로 갑자기 뛰어오른 건 ‘국제가전박람회(CES) 2024’ 덕분이다. 롯데정보통신은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CES 2024에 참가해 부스를 차렸다. 롯데그룹의 IT사업을 전담하는 회사여서 CES와의 접점이 많았다. 

롯데정보통신이 CES 2024에서 내세운 기술은 메타버스였다. 올해 상반기 출시를 앞둔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전격 공개했는데, 초실감형 그래픽과 다양한 사용자제작콘텐츠(UGC) 기술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가령 칼리버스의 ‘라이브 메타버스 기술’은 실제 인물의 모습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사용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세계적인 그래픽 엔진 ‘언리얼엔진5’를 적용해 움직이는 인물 그대로를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

칼리버스는 앞으로 여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는 코리아세븐과 롯데하이마트, 롯데면세 등 그룹 내 유통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두영 롯데정보통신 대표는 “가상세상과 현실세상을 연결하는 칼리버스로 비즈니스 전환을 이끌어 갈 계획”이라며 “혁신기술을 적용한 롯데만의 플랫폼을 통해 고객에게 더 나은 미래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물론 40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기술을 뽐내는 CES에서 롯데정보통신의 기술력만 빛났다고 보긴 어렵다. 롯데정보통신의 CES 참가가 주가에 영향을 줄 만큼 이례적인 일도 아니었다. 지난 두번의 참가에서도 올해처럼 메타버스를 키워드로 내세웠지만 주가가 꿈틀대는 일은 없었다. 

롯데정보통신이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공개했다.[사진=롯데정보통신 제공]
롯데정보통신이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공개했다.[사진=롯데정보통신 제공]

그렇다면 이 회사의 주가가 급등한 원인은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중과 그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의 행보에서 답을 찾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인공지능(AI) 트랜스포메이션’을 화두로 던진 신 회장은 “생성형 AI 등 기술 투자를 더 강화하고 고객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롯데만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AI 기술을 적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롯데의 IT사업을 전담하는 롯데정보통신의 역할론이 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이 이번 CES에서 롯데정보통신의 부스를 깜짝 방문해 헤드셋 기기를 착용하고 칼리버스를 체험했다. 그룹 오너가 롯데정보통신의 역할론을 띄우자 후계자가 거기에 방점을 찍은 셈이었다. 롯데정보통신의 이례적인 주가 상승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고 롯데정보통신의 주가가 ‘역할론’ 하나로 치솟은 건 아니다. 실적도 뒷받침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3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8503억원, 영업이익은 3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5%, 110.0 % 증가한 수치였다. 2022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던 롯데정보통신은 2023년에도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울 게 분명하다. 

다만 롯데정보통신의 주가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CES가 폐막한 지난 12일 이후부턴 상승세가 좀 꺾였다. 투자자들이 롯데정보통신의 기술력이나 실적보단 오너 부자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방증이다.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게 개인투자자였다는 점도 눈에 띈다. 1월 들어 기관과 외국인이 회사 주식을 순매도하는 사이 개인투자자는 61억원을 순매수했다. 

SI업계 관계자는 “롯데정보통신은 다른 대기업 그룹의 SI기업과 달리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것도 아니고,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이 회사가 후계 구도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만큼 이번 주가 급등은 깜짝 이벤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롯데정보통신이 최근의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올 상반기 출시할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흥행가도에 올려놔야 한다. 칼리버스가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처럼 반짝 인기에 그친다면, 롯데정보통신의 주가는 다시 박스권에 갇힐 공산이 크다. 오너 일가가 점찍었단 이유로 치솟은 주가를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롯데정보통신만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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