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s infographic
인포그래픽으로 본 세상
바람 잘 날 없는 게임업계
남성혐오 손가락 표현에
게임 아이템 확률 조작
갑작스러운 서버 종료까지
한국 게임 이대로 괜찮나

최근 한국 게임 산업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파문이 일어난 건 지난해 11월 25일 게임사 넥슨의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 애니메이션에 혐오적 표현이 들어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논란을 일으킨 부분은 영상 속 캐릭터가 손가락을 구부려 만든 ‘집게 손’이었다. 이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성 혐오’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동작이다.

게임업계는 지난해 남성 혐오 표현으로 곤혹을 치렀다. 사진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사진=더스쿠프 포토]
게임업계는 지난해 남성 혐오 표현으로 곤혹을 치렀다. 사진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사진=더스쿠프 포토]

넥슨은 발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돌리고, 사과문을 공지했다.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는 유튜브를 통해 직접 사과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남성 게이머를 향한 일종의 ‘사과 퍼포먼스’였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용률이 높은 데다 과금 액수가 많은 남자 게이머는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고객 1순위’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성인 남성 3042명 중 75.3%가 게임을 즐긴다는 통계도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2022년 설문조사·표➊).

문제는 ‘집게 손 사태’가 넥슨에서 끝난 게 아니란 점이다. 문제의 표현을 집어넣은 건 외주 업체 ‘스튜디오 뿌리’로 밝혀졌는데, 이 업체가 넥슨 외 다른 게임사의 홍보 영상을 다수 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불길이 게임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다른 게임사 영상에서도 집게 손이 나온다”는 이용자들의 제보가 빗발쳤다.

이 때문에 ‘스튜디오 뿌리’에 외주를 맡겼던 게임사들이 집게 손을 찾기 위해 자사 홍보 영상을 초단위로 조사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중 님블뉴런·네오위즈·스마일게이트 등 일부 게임사는 집게 손을 발견한 영상과 게임 소스를 비공개 처리하고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표➋).

집게 손 사태가 잠잠해지자 이번엔 ‘게임 아이템 확률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공교롭게도 넥슨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넥슨이 이용자 모르게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큐브’의 확률 조건을 넥슨에 유리하도록 조작했다는 게 골자였다.[※참고: 확률형 아이템은 일종의 ‘뽑기’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게이머는 캐릭터를 강화하기 위해 유료로 큐브를 구매하는데, 이때 어떤 옵션이 나오는지는 알 수 없다.]

확률 조작 논란은 큐브를 구매한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체감상 좋은 옵션이 등장하는 확률이 넥슨이 공지한 확률보다 낮은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흥미로운 건 이번엔 정부가 나서 게이머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일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넥슨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6억원을 부여했다(표➌). 이는 공정위가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고 액수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2010년 9월부터 인기가 높은 옵션이 덜 나오도록 큐브의 확률 구조를 바꿨다. 2011년 8월부터 2021년 3월까진 특정 중복 옵션이 아예 나오지 않도록 변경하고도 그 사실을 감췄다.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13년여간 소비자를 기만한 셈이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자 넥슨은 이번에도 빠른 진화에 나섰다. 지난 9일 온라인 방송에서 강원기 총괄 디렉터는 “깨진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면서 “전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큐브 판매를 중지하고 대규모 업데이트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성날 대로 성난 이용자들을 붙잡아둘 수 있을진 미지수다.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로 게이머들의 공분을 산 게임사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4일 “누적된 적자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의 법인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조조정 차원에서 엔트리브소프트의 게임인 프로야구H2·프로야구H3·트릭스터M의 서비스 종료도 공지했다(표➍).

문제는 엔트리브소프트가 서비스 종료를 공지하기 전날까지 신규상품을 게이머들에게 대거 선보였다는 점이다. 이때 아이템을 구매해 사용했다면 환불받기도 어렵다. 전자상거래법은 ‘게임 아이템 및 재화는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 구매한 지 1주일 내에 신청해야 환불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표➎).

아이템을 구입한 게이머 중 몇몇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섭종(서비스 종료)이 된다는 걸 알았다면 아이템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엔씨소프트가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나쁜 이슈로 얼룩지고 있는 한국 게임업계, 이대로 괜찮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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