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인천시 출산책 1억+아이드림
1억 앞세워 이슈몰이 성공했지만
새롭게 만들어낸 시 예산 아니야
기존 7250만원에 2870만원 얹어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 제기
부침 많았던 인천시 출산장려책
재정 상황에 따라 신설 폐지 반복
‘1억+아이드림’ 지속가능할까

올해 태어나는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인천시의 출산장려책 ‘1억+아이드림’. 1억원을 앞세웠기 때문인지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인천시가 내세운 1억원은 ‘새롭게 만든’ 예산이 아니다. 정부와 시가 지원하던 7250만원에 2870만원을 살짝 얹은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인천시가 ‘출산장려책’을 꿋꿋하게 이어온 것도 아니다. 더스쿠프가 ‘1억+아이드림’의 세가지 덫을 살펴봤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브리핑룸에서 인천형 출생정책 '1억+아이드림'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인천시 제공]
유정복 인천시장이 브리핑룸에서 인천형 출생정책 '1억+아이드림'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인천시 제공]

인천시가 새 출산장려책으로 ‘1억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1억+아이드림’이란 정책인데, 골자는 올해 출생한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원을 지급하겠다는 거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를 획기적인 ‘출산장려책’이라고 자찬했다.

“정부가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출산율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인 수준의 정책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획기적인 인천형 출생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2023년 12월 18일 인천시청 브리핑).”

인천시가 파격 정책을 꺼내든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23년 3분기 기준 인천의 합계출산율(한 여자가 가임기간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66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0.54명)과 부산(0.64명)에 이어 세번째로 낮다. 문제는 ‘1억+아이드림’이 시장이 직접 나서 자찬할 만큼 획기적인 출산장려책이냐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말이 1억원이지 화려한 수사修辭에 가깝다. 그 이유를 하나씩 따져보자.

■숨은 문제➊ 과장의 덫 = 인천시의 출산가구는 이미 부모급여ㆍ아동수당ㆍ보육료ㆍ교육비 등 총 725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정부(50%)와 인천시(50%)가 지급한다. 여기에 시예산 2870만원을 추가하는 게 ‘1억+아이드림’의 뼈대다. 2870만원을 쪼개면, ▲1세부터 7세까지 월 10만원을 지원하는 천사 지원금 840만원, ▲8세부터 18세까지 월 15만원을 지급하는 아이 꿈 수당 1980만원, ▲임산부 교통비 50만원이다.

아이 1인당 한 달에 10만~15만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셈이다. 인천에 살고 있는 김선하씨는 “안 주는 것보다는 낫지만, 과도한 말장난”이라고 지적했다. 엄밀히 따지면 ‘포퓰리즘’ 정책 아니냐는 거다.

인천시 관계자는 “처음부터 1억원을 준다고 말한 적이 없고 기존 7000여만원을 포함한 금액이라고 분명히 브리핑했다”고 말했지만, ‘1억+아이드림’이란 명칭을 접한 인천시민 입장에선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 시 관계자는 “명칭 때문에 오해한 분들이 있다면, 정책 내용을 좀 더 열심히 홍보하겠다”고 해명했다.

■ 숨은 문제➋ 현금의 덫 = 정책을 과장했든 그렇지 않든 인천시가 내세운 현금지원책이 저출생을 획기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인천시의 단견短見을 엿볼 수 있는 사례는 적지 않다.

전남 해남군의 실패 사례는 대표적이다. 2012년 아이를 낳으면 300만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정책을 시행한 전남 해남군은 2012년(2.47명)부터 2018년(1.89명)까지 7년간 전국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후론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3년엔 1.04명까지 떨어졌다. 수혜자들이 출산장려금만 받고 다른 곳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2015년 해남에서 출산장려금을 받은 아이의 엄마 중 28.3%는 출산 직전(6개월 내)에 해남에 전입했다. 그로부터 3년간 장려금을 받은 아이 중 26.0%, 엄마 중 22.0%가 해남을 떠났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 평가센터장은 “현금성 지원을 하면 당장은 출산율이 높아질 순 있지만 그 원인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이렇게 꼬집었다. “현금성 지원을 받기 위해 다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주소지를 옮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남 해남군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정부와 지자체가 정책적 호흡을 맞추지 않으면 파격적인 현금 지원이 결국 ‘인구 뺏기’에 그칠 수 있다.”

전용호 인천대(사회복지학) 교수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건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교육비ㆍ주거비 등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며 “주택 지원 등 삶의 질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수백조의 예산을 사용했는데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은 현금성 지원’은 보여주기식 행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 숨은 문제➌ 변덕의 덫 = ‘1억+아이드림’ 정책에서 살펴볼 점은 또 있다. 인천시의 전례前例를 봤을 때 이 정책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인천시가 재정 부담을 내세워 출산장려책의 뼈대를 바꾼 게 워낙 숱해서다. 2011년부터 ‘셋째’ 출산 가정에 장려금 300만원을 지원한 인천시는 이듬해 수혜의 대상을 ‘둘째 자녀’로 넓혀 100만원을 추가 지급했다.

그러던 2014년 출산장려금 지급액이 149억원으로 늘어나자 2015년 ‘둘째’ 장려금을 없애고 ‘셋째 이상’ 장려금은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였다. 2016년엔 한발 더 나아가 이 제도를 아예 없애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가 올해 ‘1억+아이드림’을 위해 404억원(5년 총 4815억원)을 편성했으니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따라붙는 건 당연하다.

2023년 3분기 기준 인천의 합계출산율은 0.66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3분기 기준 인천의 합계출산율은 0.66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고 인천시의 재정자립도가 ‘재정부담’을 이유로 출산장려금 제도를 없앴던 2016년에 비해 좋아진 것도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천시의 재정자립도는 2016년 63.1%에서 2023년 52.4%로 되레 악화했다.

이 때문인지 보여주기식 ‘현금성 지원책’보단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먼저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용호 교수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국공립 유치원을 늘리는 등 돌봄 시스템과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먼저”라면서 “교육비가 무료인 독일처럼 공공이 교육비를 최대한 지원해 부모들의 개인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이를 낳으면 1억원을 준다는 파격 정책을 선보인 인천. 과연 인천은 ‘아이 낳으면 1억 주는 도시’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hongsa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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