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금투세가 이상한 규제라는 尹
선진 자본시장과 비교해보니
금투세 같은 기능 이미 존재
한국만 금투세 같은 기능 전무
금투세 도입이 글로벌 스탠더드

윤석열 대통령이 2025년 도입할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를 돌연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한 결정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금투세 도입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과연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는 게 금융 투자자들을 위한 것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걸까. 금투세 폐지 선언에 숨은 모순을 자세히 살펴봤다.

금투세 폐지는 오히려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처사다.[사진=뉴시스] 
금투세 폐지는 오히려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처사다.[사진=뉴시스]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2024년도 증권ㆍ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금투세는 주식ㆍ채권ㆍ펀드ㆍ파생상품 등에 투자해서 얻은 연간 수익이 일정 금액(국내 주식ㆍ펀드 5000만원, 해외 투자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한 소득의 20~25%만큼 부과하는 세금이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기업이 많지만,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돼 있다”면서 “임기 중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의 주가보다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뜻한다. 남북 대치 상황, 지배구조와 회계의 불투명성, 경직된 노동시장, 모기업과 계열사의 중복 상장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내년에 도입할 예정인 금투세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고 본 셈이다.

그렇다면 금투세는 정말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이상한 규제장치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보다 규모가 크고, 선진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ㆍ일본ㆍ영국ㆍ독일의 주식시장과 비교해보면 그렇다. 

첫째, 이들 국가는 모두 상장주식의 양도차익(팔아서 얻은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금투세와 비슷한 과세 장치가 있다는 얘기다. 국가별 세부 방식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론 상품별 수익을 통합적으로 계산해 과세하는 손익통산損益通算을 적용한다. 

손익통산의 개념은 금투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A씨가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투자에선 수익을 보고, 어떤 투자에선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미국ㆍ일본ㆍ영국ㆍ독일 등에선 금융상품의 수익과 손실을 모두 합산해 이익을 거둔 경우에만 과세를 한다. 

미국이나 일본, 영국, 독일 등은 손익통산과 이월공제를 적용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이나 일본, 영국, 독일 등은 손익통산과 이월공제를 적용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는 다르다. 하나의 계좌에서 이뤄진 매매라 할지라도 손익통산이 되지 않는다. 금융상품별로 과세 체계가 달라서다. 예컨대 국내 주식은 매도할 때 양도가액(판매가격)의 0.3%에 해당하는 증권거래세를 부과한다. 팔면 무조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거다. 

해외 주식은 양도소득에 22%의 세금을 부과한다. 펀드는 해지(환매)할 때나 중간 배당을 받을 때나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최종 합산 시 손실을 봤더라도 여러 개의 펀드 중 하나라도 이익을 보면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런 점을 보완한 게 금투세다. 금투세의 뼈대는 손익통산이다. 

둘째, 미국ㆍ일본ㆍ영국ㆍ독일은 모두 당해연도의 손실을 이월해서 공제해주는 이월공제를 실시하고 있다. 쉽게 말해 지난해 금융투자를 통해 총 1000만원의 손실을 봤다면 올해 500만원의 이익을 올렸다 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이익으로 처리해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아직 손실이 500만원 남았으니 이익을 보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얘기다. 이월공제가 3년이라면 이런 이월을 3년간 인정해준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수년간 손실을 입었어도 올해 이익이 발생했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 이 역시 금투세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금투세는 이월공제를 3년간 적용한다. 이처럼 금투세는 윤 대통령의 말과 달리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세제다. 

셋째,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정부의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을 확대했다. 2000년 ‘지분율 3% 혹은 100억원 이상’에서 2013년 ‘지분율 2% 혹은 50억원’으로, 2016년엔 ‘지분율 1% 혹은 25억원 이상’으로 대상을 넓혔다.

2018년엔 ‘지분율 1% 혹은 15억원 이상’, 2020년엔 ‘지분율 1% 혹은 10억원 이상’으로 더 확대됐다. 이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윤 정부는 2023년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납부 대상을 ‘지분율 1% 혹은 50억원’으로 축소했다.

이렇게 볼 때 금투세 도입을 막겠다는 윤 정부의 방침이 오히려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결정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우는 셈이다. 심지어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세제의 원칙을 버리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앞서 언급한 불합리한 과세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도 된다. 원칙을 버리고 불합리한 제도를 유지하는 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2023년 11월 30일 기준 증권펀드 가운데 주식에 투자가 가능한 주식형 펀드, 혼합주식형 펀드, 혼합채권형 펀드의 총 판매 잔고는 대략 44조원이다. 이들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비합리적인 현행 과세 제도에 의해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 도입을 폐지하는 게 과연 옳은 결정일까. 정책 결정자의 숙고가 필요해 보인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thick99@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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