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양재찬의 프리즘
세계 최저 수준 합계출산율
지역소멸 넘어 국가소멸 위기
총선 앞둔 여야 저출산 공약 대결
육아휴직 확대 ‧ 신혼부부 임대주택
총선 ‧ 대선 공약 재탕삼탕에 그쳐
실현 가능성과 효과 꼼꼼히 따져야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역소멸을 넘어 국가소멸 위기까지 거론될 정도다. 국가 미래가 걸린 현안을 반짝 공약으로 대응해선 곤란하다.[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역소멸을 넘어 국가소멸 위기까지 거론될 정도다. 국가 미래가 걸린 현안을 반짝 공약으로 대응해선 곤란하다.[사진=연합뉴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바빠졌다. 정당들은 18일 저출산 극복 대책을 동시에 발표하며 정책 공약 경쟁에 나섰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유급 아빠휴가 1개월 의무화, 0세~초등학교 저학년 자녀 대상 보육 지원, 중소기업의 대체인력 수급 개선 등을 내놓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두 자녀 이상 부부에게 공공임대 아파트 우선 분양, 신혼부부에게 1억원 대출 및 자녀 수에 따른 원리금 탕감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일주일 뒤 맞벌이 부부가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초등학생 자녀를 학교에서 돌봐주는 ‘늘봄학교’ 확대 등 두번째 저출산 공약을 발표했다.  

사사건건 비방과 정쟁을 일삼던 정당들이 늦었지만 저출산 정책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육아휴직 의무화나 신혼부부 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은 이미 총선거·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여러 차례 나온 재탕이다. 여야 합의와 입법, 의무 시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번에도 총선용 ‘떴다방 공약’에 그칠 공산이 크다.

여야는 스스로 내놓은 정책들이 실현 가능한지, 투입 예산 대비 효과는 있는지, 재원 마련은 가능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총선 공약이라서 표를 노린 선심이 작용할 소지가 있다. 실현 가능성과 효과가 크고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적은 대책부터 면밀히 실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저출산 정책 컨트롤타워 부처를 신설하고,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게 하자는 방안이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공약했다. 이참에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저출산 정책을 총괄하고, 이민정책까지 망라하는 부처 신설을 추진하자.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육아휴직 자동 개시와 휴직 시 급여 보장을 공약했다. 하지만 배우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 현재 시행되는 제도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민간기업은커녕 관련 제도를 설계하고 집행하는 관료사회도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2년 육아휴직 공무원 5만9758명 중 여성이 75.7%, 남성은 24.3%였다. 육아휴직 사용률에서도 남녀 격차가 컸다. 국가공무원의 경우, 육아휴직 대상자(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 중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37.0%인 반면 남성은 10.6%에 불과했다. 일본의 남성 공무원 육아휴직 사용률(72.5%)과 크게 차이 난다. 

육아휴직 사용 부담이 덜한 공직사회조차 이를 마음 편히 쓰지 못하는 데다 육아와 돌봄은 여성 몫이라는 편견에 휩싸여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가 기업들에 저출산 극복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려면 정부부터 공직사회의 육아문화 개선과 제도 정착에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0.7명 초반~0.6명 후반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0.6명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외신이 ‘유럽 흑사병 시대 인구감소보다 심각하다’고 전할 정도로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지역소멸을 넘어 국가소멸 위기까지 거론된다. 국가 미래가 걸린 현안에 표를 노린 반짝 공약으로 대응해선 곤란하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나 공공임대 아파트 공급 등은 기업 부담과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한다.

양당은 현금성 지원 대책을 여러 공약에 포함하면서도 구체적 재원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은 연간 28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지만, 이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국민의힘도 약 3조원이 필요한데 자세한 내역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재원 마련 방안이 없는 정책 공약은 실천 의지를 의심받고, 총선용 이벤트라는 지적을 벗기도 어렵다. 

한국보다 앞서 저출산을 경험한 국가들이 한국보다 높은 1.2~1.7명대 출산율을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가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쉬운 환경’ 조성에 앞장섰다. 출산 및 보육 환경 조성에 과감한 재정 투자는 물론 치밀한 대책을 일관되게 실행한 공통점이 있다. 

여야는 스스로 내놓은 저출산 정책들이 실현 가능한지, 투입 예산 대비 효과는 있는지, 재원 마련은 가능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여야는 스스로 내놓은 저출산 정책들이 실현 가능한지, 투입 예산 대비 효과는 있는지, 재원 마련은 가능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사진=연합뉴스]

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일본 이토추상사는 2013년부터 오전 5∼8시에 출근해 오후 3시부터 퇴근하는 ‘아침형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오후 8시 이후 야근을 금지하고, 주 2회 재택근무제도 실시한다. 스웨덴은 아빠 육아휴직을 의무화했다. 

헝가리는 주택자금을 지원하고,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탕감해준다. 프랑스는 비혼非婚 가정, 독일은 이민자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해 아이를 키우며 어떤 법적·경제적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한다. 

주요국들은 한국보다 출산율이 높은데도 다양한 출산장려 및 보육환경 조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여야가 백화점식 대책을 쏟아내며 선명성 경쟁을 하는 데 그치지 말고, 우리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직접적인 저출산 대책 못지않게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통해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긴요하다. ​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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