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3대 생활규제 폐지 세가지 질문➋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의 허점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
대기업 유통업체 골목상권 침탈
소상공인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
의무휴업 무용론 펼쳐온 유통업계
결국 12년 만에 폐지 수순…
소상공인단체 “우리 의견 반영 안해”
당사자 배제한 폐지 논의 괜찮을까

#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12년 만에 사라질 듯합니다.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죠.

# 찬성하는 여론도, 반대하는 여론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제도의 당사자 격인 소상공인이 ‘의무휴업’ 폐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점입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을 추진한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을 추진한다.[사진=뉴시스]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사실상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2일 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단말기유통법’ ‘도서정가제’와 함께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밝혔죠. 

그동안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제12조의2)에 따라 ‘월 2회 의무휴업’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이란 규제를 받아 왔습니다. 그중 월 2회 의무휴업은 공휴일 휴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었죠. 대형마트 영업 제한 시간엔 온라인 배송 등이 불가능했습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정책 기조로 내세워온 윤석열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공휴일로 지정한 원칙 삭제, ▲영업 제한 시간에도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허용 등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2년부터 12년간 이어져온 규제가 풀릴 조짐을 보이면서 대형마트 업체들의 주가는 들썩였습니다. 정부 발표가 있던 22일 이마트와 롯데마트(롯데쇼핑)의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5.3%(6만7900원→7만1500원), 4.3%(6만8800원→7만1800원) 상승했죠. 

그만큼 대형마트 업계에 의무휴업 폐지는 숙원사업이나 다름없었습니다. 2018년엔 이마트·롯데쇼핑·홈플러스 등 7개 유통회사가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죠.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골목상권을 살리는 효과는 미미하고, 대형마트의 영업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었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대형마트 업계는 ‘소비자 편익’ 등을 앞세워 의무휴업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 왔습니다. 일례로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민생토론회가 열린 22일에도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2024년 1월·성인남녀 1000명 대상)’ 결과를 발표했죠.

한경협 측은 “전체의 76.4%가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면서 “소비자 편익 보호를 위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경협의 주장처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을 반기는 소비자도 적지 않습니다. 평일에 장보기를 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나, 주말마다 의무휴업일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했던 소비자들로선 불편을 덜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짚어볼 건 있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왜 도입했느냐’는 점입니다. 

이명박(MB) 정부 시절이던 2012년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습니다. 대형마트 업계의 과도한 출점 경쟁이 골목상권을 위기로 몰아넣었기 때문이죠. 2007년 국내 대형마트 점포 수는 400개를 넘어섰습니다. 당시 유통 전문가들이 국내 적정 대형마트 수를 270~280개(인구 15만명당 1곳)로 꼽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셈이었죠. 

출점이 한계에 다다르자 대형마트 업계는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 Market)’이란 새로운 업태로 골목상권을 파고들기 시작했고, 소상공인들의 곡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MB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도입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죠. 소상공인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했던 셈입니다. 

아울러 대형마트들이 ‘365일·24시간’ 영업을 고수한 탓에 제대로 쉴 수 없었던 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도 이 제도의 취지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법 개정을 추진하는 지금, 이해당사자인 소상공인과 마트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2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전환한 대구시의 사례를 볼까요. 

정부는 2022년부터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의무휴업 제도를 완화해 왔습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되 지자체 조례를 통해 이해당사자 간 협의를 거치면 평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을 근거로 의무휴업일을 가장 먼저 평일로 전환한 건 대구시였습니다.

소상공인들은 당연히 반발했습니다. 대구시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한 소상공인 단체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은 골목상권 최소한의 안전망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되레 충북 청주시(2023년 5월 평일 전환), 서울시 서초구(2023년 12월 추진 중) 등으로 의무휴업 평일 전환이 확산했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법 개정까지 추진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지만 정작 소상공인들은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면서 “많은 소상공인이 의무휴업 제도의 실효성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상공인들은 “의무휴업 제도마저 폐지되면 경영난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소상공인들은 “의무휴업 제도마저 폐지되면 경영난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실제로 한경협 조사에서도 의무휴업제도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어느 구매처를 이용하냐”는 질문에 ‘슈퍼마켓·식자재마트(46.1%)’ ‘전통시장(11.5%)’ ‘편의점(10.2%)’을 찾는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67.8%에 달했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채널을 찾는다는 방증입니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한경협의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의무휴업 제도는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 입장에서 의무휴업일이 사라지면 고사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볼멘소리가 아닙니다. 고물가와 장기화한 경기침체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올해 경영 전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고 답한 소상공인은 74.8%에 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나마 잡아줄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마저 흔들리면서 소상공인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과연 소상공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까요?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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