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3대 생활규제 폐지 세가지 질문➊
단통법 폐지와 후속대책
말 많고 탈 많던 법의 퇴장
시장 경쟁 활성화하겠단 취지
상한제 때문에 경쟁 줄었지만
지금은 일몰된 무의미한 조항
지원금 경쟁은 음지서 진행 중
유명무실해진 지금 폐지 옳지만
통신비 인하에 기여할지 미지수

윤석열 정부가 단통법, 마트 의무휴업제도, 도서정가제 등 3대 생활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정부가 단통법, 마트 의무휴업제도, 도서정가제 등 3대 생활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윤석열 정부가 ‘3대 생활 규제 폐지’를 공언했다. 1월 22일 다섯번째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➊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 폐지
➋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➌ 도서정가제에서 웹 콘텐츠 제외 


# 윤 정부는 세가지 모두 민생을 가로막던 전봇대를 빼는 것이라면서 홍보하고 있다. 여러 미디어도 ‘폐지소식’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다. 하지만 세가지 모두 따져볼 게 숱하다. 각각의 규제가 만들어진 배경이 있는 데다, 폐지가 상책上策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규제 폐지를 둘러싸고 찬반양론도 뚜렷하다. 

# 그래서 더스쿠프가 세가지 규제 폐지에 세가지 질문을 던졌다. 

Q. 단통법을 폐지하면 정말 가계통신비가 내려갈까.
Q.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폐지하면 정말 상권이 활성화할까. 
Q. 도서정가제에서 웹 콘텐츠를 빼는 게 능사일까. 


지금부터 답을 찾아가 보자. 

업계에선 단통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사진=뉴시스]
업계에선 단통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사진=뉴시스]

“이통사가 단말기 지원금을 경쟁적으로 뿌리면 가계통신비가 내려갈 것이다.” 언뜻 들으면 맞는 말입니다. 정부가 최근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한 것도 이런 논리에서입니다. 다만, 이게 성립하려면 단통법이 ‘경쟁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존재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단통법은 ‘있으나 마나 한’ 법에 불과합니다. 이번 단통법 폐지는 과연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악법惡法’의 대명사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최근 정부는 다섯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들이 저렴하게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단통법을 폐지한다”고 공언했습니다.  

민생토론회는 새해 부처별 업무보고를 대신하는 이벤트입니다. 밀실密室에서 보고받는 대신 다양한 현장에서 국민과 함께 듣겠다는 취지입니다. 민생이란 앞글자에서 보듯, 국민이 잘 먹고 잘살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겁니다. 지금의 민생은 경기침체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으니까요.

단통법 폐지는 국민 목소리를 반영한 대책입니다. 단통법을 폐지하고 이통사간 지원금 지급 경쟁이 활발해지면, 우리네 가계통신비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계산입니다. 

다만, 단통법 폐지 이후에 단말기 유통시장이 정부의 기대대로 움직일지는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10년 전 시행한 단통법은 숱한 개정을 거치면서 ‘있으나 마나 한’ 법으로 전락한 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자! 이 복잡한 이야기를 풀기 위해선 단통법의 역사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문제적 법안을 시행한 건 2014년 10월 1일의 일이었습니다. 골자는 이렇습니다. “가입 유형이나 장소에 따라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일이 없도록 이통3사가 ‘같은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거였죠.

‘똑같은 지원금’을 강조한 데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법을 시행하기 전 국내 이동통신 유통 시장은 혼란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같은 단말기를 두고도 판매점마다 값이 천차만별일 정도였죠. 가입 유형이나 요금제에 따라서도 제각각이었습니다.

단말기 출고가는 다 똑같은데, 어떤 이는 공짜로 사고, 또 어떤 이는 제값을 냈습니다. 이통사나 제조사ㆍ판매점이 대신 내주는 ‘단말기 지원금’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단통법의 취지는 이 지원금을 통일해 소비자 차별과 시장 왜곡을 막자는 거였죠. 

정부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단통법 폐지를 공언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단통법 폐지를 공언했다.[사진=뉴시스]

단통법이 시장 혼란을 잠재울 장치는 크게 두개였습니다. 첫째 장치는 ‘공시’였습니다. 기업이 분기마다 실적을 공시하듯, 이통3사는 단말기에 책정한 ‘지원금’을 의무적으로 알려야 했습니다. 한번 공시한 지원금은 일주일간 유지해야 했죠. 같은 조건의 같은 단말기라면 누구나 같은 값을 내도록 하는 단통법의 취지를 가장 잘 이행하는 조항이었죠. 

문제는 두번째 장치였습니다. 단통법은 지원금에 제한을 뒀습니다. 특히 출시 15개월 미만의 최신 단말기엔 30만원이 넘는 지원금을 책정하지 못하게 했죠. 아울러 이동통신 판매점이 재량으로 ‘추가지원금’을 지원하는 길을 열어두긴 했지만, 공시지원금의 최대 15%까지만 가능하도록 상한을 뒀습니다. 이를 넘는 액수의 지원금은 모조리 법을 어기는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단통법이 악법으로 꼽혔던 건 바로 이 장치 때문이었습니다. 정부 입장에선 과도한 지원금 경쟁을 지양하란 취지였는데, 소비자들은 “왜 싸게 팔지 못하게 법으로 정했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가령, 당시의 지원금 상한액 공식에 따르면, 소비자는 최대 34만5000원(공시지원금 30만원+추가지원금 4만5000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최신 단말기를 살 때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34만5000원에 불과했던 겁니다. 단통법을 시행하기 전엔 이런 단말기도 공짜로 살 수 있었으니,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이런 지적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지원금 상한제는 2017년 10월까지만 적용하는 일몰 조항이었습니다. 국회는 이를 연장하지 않고 폐기했습니다. 2017년 10월 이후엔 100만원짜리 휴대전화 단말기에 100만원의 지원금을 책정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어떤가요? 상한액 조항을 폐지한 지 햇수로 7년이 흘렀지만, 이통3사는 파격적인 지원금을 책정한 적이 없습니다. ‘불법지원금’을 뿌리는 속칭 ‘성지점’이 횡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성지점에서 최신 휴대전화를 ‘공짜폰’으로 지급한다는 정보를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이 매장의 위치를 ‘좌표’라고 부르며 암암리에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숱합니다. 

성지점은 이동통신 판매채널이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단말기 값을 손해를 감수하면서 대신 내주고, 이통사로부터 대량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를 얻어 그 손해를 메우는 구조로 작동합니다. 이런 문제들은 단말기 가격 경쟁을 가로막는 게 단통법이 아니라 이통3사의 탐욕이란 점을 시사합니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를 통해 ‘이통3사간 지원금 경쟁’을 다시 활성화하겠단 방침이지만, 이들이 다시 높은 지원금을 매길지 낙관하긴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지원금 경쟁은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여 정부의 의도대로 지원금 경쟁에 불이 붙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입니다. 

과도한 지원금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좋을 게 없습니다. 지원금만 더 많이 풀면 휴대전화를 팔 수 있으니, 이통3사로선 요금제나 품질, 서비스, 인프라 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지원금을 마케팅비로 지출하면 인프라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애초에 단통법이 생겨난 계기 중 하나도 이런 산업적 폐해 때문이었습니다. 이통3사에 단발로 주고 마는 지원금으로 치고받을 게 아니라 신규 서비스와 콘텐츠를 개발해 국민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란 거였죠.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단말기 부담을 낮추라고 으름장을 놨으니 이통3사는 곧 출시를 앞둔 ‘갤럭시S24’엔 계획보다 높은 지원금을 매길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식의 지원금 경쟁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높은 지원금도 따지고 보면 공짜로 주는 게 아니라 고가 요금제 가입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계통신비 인하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단통법 폐지는 긍정적인 일이긴 합니다. 어차피 유명무실한 법이니 없애는 게 맞죠. 하지만 지금은 성지점 근절 등 유통시장을 개선할 후속대책이 더 필요한 때입니다. ‘있으나 마나 한’ 법을 없애놓고 샴페인을 터뜨리면 결과는 ‘보나 마나’ 일 테니까요.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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