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IT 언더라인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찍은 애플
13년 만에 2위 밀려난 삼성전자
가성비 따지는 삼성전자 텃밭
흥미롭게도 고가 애플폰 인기
삼성전자 vs 애플 격전지 분석

인도·중동·아프리카 등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텃밭’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미세하지만, 애플 아이폰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이 때문인지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 부문에서 13년 만에 처음으로 애플에 뒤처지는 ‘쓴맛’을 맛봤습니다. 지금 삼성전자의 마당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애플이 삼성전자 텃밭에서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인도 뭄바이에 문을 연 애플스토어.[사진=연합뉴스]
애플이 삼성전자 텃밭에서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인도 뭄바이에 문을 연 애플스토어.[사진=연합뉴스]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 뜻밖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미소를 지은 건 애플입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이 출하량 2억3460만대를 기록해 삼성전자(2억2660만대)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업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애플이 출하량에서 1위를 기록한 건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지 16년 만에 처음입니다. 거꾸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 발을 들인 지 13년 만에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삼성전자로선 쓴웃음을 지을 만한 일입니다.

지난 1년간 어떤 일들이 있었길래 이런 의외의 결과가 나온 걸까요? 갤럭시(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쓰던 소비자들이 일제히 아이폰(애플)으로 갈아타기라도 한 걸까요? 삼성전자와 애플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두 기업의 통계가 뒤바뀐 원인을 엿볼 수 있습니다.

■ 격전지 분석➊ 유럽 = 먼저 두 기업이 팽팽히 경쟁 중인 유럽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곳에선 삼성전자가 우세해 보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의 유럽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33.0%로, 애플(23.0%)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0%포인트 상승한 반면 애플은 2.0%포인트 줄어든 게 두 기업의 순위를 갈랐습니다.

물론 삼성전자가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출하량이 늘어서 점유율이 올라간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8.0%가 감소했고, 애플은 21.0%가 빠졌습니다. 애플의 출하량이 삼성전자보다 더 급격하게 줄어서 점유율 격차가 벌어진 겁니다. 이는 유럽 스마트폰 시장이 2012년 이후 11년 만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탓입니다. 이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격전지 분석➋ 인도 = 이제 눈을 돌려 삼성전자의 ‘텃밭’인 국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중동·아프리카 등이 대표적인데, 그중 인도에서의 애플 실적이 최근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해 4월 애플은 인도의 수도 뉴델리와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 뭄바이에 오프라인 매장 ‘애플스토어’ 1·2호점을 열었습니다. 1호점인 뭄바이의 경우, 개장에 맞춰 팀 쿡 애플 CEO도 현지 방문할 정도로 신경을 썼습니다.

애플스토어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애플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미미했습니다. 2022년 기준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브랜드는 20.0%(카운터포인트·이하 출하량 기준)를 차지한 샤오미였고, 삼성전자(19.0%), 비보(16.0%), 리얼미(14.0%), 오포(10.0%)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애플은 점유율이 낮은 탓에 기타(20.0%)로 분류됐었죠. 업계 추정에 따르면 2022년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5%대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애플스토어 입점 후 아이폰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애플은 지난해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34.0% 증가한 250만대의 아이폰을 출하했습니다. 애플의 역대 인도 출하량 중 최고치입니다.

여전히 ‘기타’ 항목으로 분류될 정도로 점유율이 높진 않습니다만,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같은 기간 19.0%에서 17.2%로 줄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 고무적인 결과입니다. 카운터포인트도 보고서에서 “2023년 애플 점유율이 전년 대비 2.8%포인트 상승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 전망대로라면 하반기 기준 애플 점유율은 7.8%에 이릅니다.

이같은 성적은 애플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인도에선 중저가 스마트폰이 인기가 높습니다. 가성비로 인기가 높은 샤오미의 점유율이 높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삼성전자도 고가의 프리미엄폰과 중저가폰을 모두 앞세우는 ‘투트랙 전략’을 인도에서 구사하고 있습니다.

반면 애플 제품은 가격이 비쌉니다. IDC에 따르면 제품당 평균판매단가(ASP)가 950달러(약 126만원)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인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건 그만큼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을 환영하고 있단 얘깁니다. 향후 애플스토어를 늘려 소비자 접점을 더 넓힌다면 아이폰 점유율이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인도에서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가 방심할 수 없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 격전지 분석➌ 중동·아프리카 = 가성비폰의 인기가 높은 중동과 아프리카의 상황도 인도와 비슷합니다. 이곳에서 삼성전자는 저가 모델인 갤럭시A 시리즈를 앞세워 ‘흥행몰이’ 중입니다. 그 덕분인지 시장 점유율이 16.0%(2022년 2분기)에서 24.0%(2023년 2분기)로 8.0%포인트나 상승해 중국 브랜드 테크노(16.0%)를 누르고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테크노는 이곳에서 2G폰·3G폰 등 구형 저가폰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중국 제조사입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주목할 점은 이렇게 저가폰이 인기를 끄는데도 가격이 비싼 애플 아이폰이 판매 호조세를 잇고 있다는 겁니다. 애플의 중동·아프리카 점유율은 2022년 2분기 4.0%에서 지난해 2분기 6.0%로 상승했습니다. IDC는 2023년 9월 보고서에서 “지금은 구형 모델이 돼 가격이 떨어진 아이폰14가 인기를 끌어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75.0% 늘어난 게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안방’인 한국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국내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0%포인트 상승한 15.0%(카운터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 점유율이 같은 기간 84.0%로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이 기타 업체(3.0→1.0%)의 점유율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점유율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 삼성전자로선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어떤가요. 애플이 어떻게 출하량 부문에서 삼성전자를 제칠 수 있었는지가 눈에 보이나요? 언급했듯 애플은 지난해 상반기에 인도·아프리카·한국 등 삼성전자의 주요 무대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는 ‘상반기의 삼성, 하반기의 애플’의 구도를 깨뜨릴 정도로 파급력이 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1월 31일 신제품 갤럭시S24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행사장이나 마케팅 차원에서 제품을 미리 써본 이들의 반응은 꽤 긍정적입니다. 실시간 통·번역, 실시간 이미지 검색 등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혁신 기술을 대거 도입한 덕분입니다. 과연 삼성전자는 신제품으로 지금까지 잘 가꿔왔던 텃밭을 계속 지켜낼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