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 ESG와 기업가 정신
더스쿠프-가톨릭대 공동기획
제3막 소비자 권리와 기업의 책임➊
소비자 ‘알권리’ 챙기지 않는 기업들
지하철 알뜰폰 와이파이 속 정보 오류

우리는 실물을 눈으로 확인하지도 않고 수많은 제품을 구입한다. 기업의 신뢰성이 나날이 중요해지는 이유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실물을 눈으로 확인하지도 않고 수많은 제품을 구입한다. 기업의 신뢰성이 나날이 중요해지는 이유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은 기업이 내놓는 제품의 실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기업이 정보를 과장했거나 거짓정보를 흘렸다면 우리는 이를 잡아낼 수 있을까.

# 누군가는 ‘인터넷만 검색하면 제품의 모든 걸 해부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불가능하다. 제품의 진짜 정보는 여전히 기업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 권리’를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기업이 슬쩍 보여주는 정보를 ‘믿을 수밖에 없는’ 수동적 위치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ESG 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더스쿠프가 가톨릭대와 함께 기획한 클래스 ‘ESG와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통해 소비자가 놓치고 있는 ‘알권리’를 살펴봤다. 視리즈 ‘소비자 권리와 기업의 책임: 원동력일까 재앙일까’ 첫번째 편이다.


더스쿠프 취재진은 2023년 2학기 가톨릭대에서 진행한 클래스 ‘ESG와 새로운 기업가 정신(김승균 교수)’의 멘토로 참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제1막 「위험한 산업: 건설이 변하지 않는 이유」 편에선 최아름 기자와 권기경·유지원·이채원 학생이 머리를 맞댔다. 

제2막 「기업의 탐욕, 그린워싱의 세계」 편은 이지원 기자와 박채윤·주민경 학생이 컬래버레이션했다. 제3막 「소비자 권리와 기업의 책임: 원동력일까 재앙일까」 편에는 이혁기 기자가 멘토로 참여해 김지호·박서경·하송민 학생과 협업했다.

소비자에게 알 권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기업이 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에게 알 권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기업이 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음료수 한 캔을 마신다고 가정해 보자. 십중팔구는 따개를 열고 입으로 캔을 곧장 가져갈 거다. 음료수에 이물질이 들어 있진 않은지, 제조사가 제품 설명란에 잘못된 정보를 적어놓진 않았는지 일일이 따지는 소비자는 실제로 많지 않다. 이는 소비자가 기본적으로 음료수 제조사를 신뢰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기업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기업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소비자가 잘못된 정보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정보가 인터넷이란 광범위한 망網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현대 사회에선 더 그렇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들 사이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ESG 경영이념이 산업 전반에 퍼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의 ‘알 권리’가 충족되고 있느냐다. 그렇지 않다. ‘정보 오류’ 탓에 소비자가 기대했던 성능과 실제 제품·서비스의 성능이 달라 불편함을 겪는 경우는 여전히 빈번하다.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자.

■ 사례➊ 5G = 2019년 4월, 한국에서 5G가 상용화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당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는 ‘최고 속도 20Gbps’ ‘4G(LTE)보다 20배 빠른 속도’ 등 5G의 성능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영화 1편(2GB)을 내려받는데 0.8~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자극적인 문구도 내걸었다. 이통3사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인지 5G 가입자 수는 빠른 속도로 불어나 4년 8개월이 흐른 현재 3251만24 40명(2023년 10월)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5G는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이통3사가 대대적인 광고를 펼쳤을 당시 5G의 속도는 20Gbps의 3~4% 수준인 656 ~801Mbps에 불과했다.

문제는 속도만이 아니었다. 서울과 수도권 외 지역에선 5G가 먹통이 돼 LTE로 전환하는 경우가 잦았다. 5G 통신에 필요한 이통3사 기지국 수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었다. 이통3사의 광고만 믿고 5G에 가입한 소비자로선 “사기를 당했다”고 느끼기에 충분했다.

정부 제재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이통3사가 상용화 전후로 5G 속도를 과장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이통3사에 총 336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실제로 구현될 수 없는 5G 속도 광고, ▲평균 속도가 아닌 최대 지원 속도 표기 등으로 소비자에게 혼란을 줬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동통신기술은 전문적이어서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이 크다”면서 “소비자는 사업자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사례➋ 알뜰폰 = 최근 뛰어난 가성비로 주목받는 알뜰폰에서도 ‘정보 불균형’으로 불편함을 겪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더스쿠프는 2023년 8월 ‘알뜰폰 가입자는 정말 ‘지하철 와이파이’ 사용 못하나요?’ 기사에서 알뜰폰 업체들이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에 관해 제대로 된 정보를 고지하지 않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알뜰폰 사용자도 이통3사 요금제를 납부하는 사용자처럼 지하철에서 전용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알뜰폰 업체들이 이통3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쓰는 구조이기에 가능하다.

간혹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탔을 때 지하철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긴 하다. 이는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소비자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맥 주소(Wi-fi MAC Adress·일종의 식별번호)’가 통신사 전산망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에서 주소를 찾아 통신사 고객센터에 알려주면 간단하게 풀린다.

문제는 이를 소비자에게 사전에 알려주는 알뜰폰 업체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통3사는 물론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에 문의해도 “와이파이 맥 주소가 누락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공지하지는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지어 한 알뜰폰 업체는 “알뜰폰은 이통3사의 부가서비스이기 때문에 지하철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다”는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알뜰폰 사용자 중에선 “알뜰폰은 지하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없다”고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소비자가 ‘와이파이 맥 주소가 빠질 수 있다’는 기술적 결함을 인지하고 있을 리도 없다. 이통3사와 알뜰폰 업체가 소비자의 ‘알권리’를 허투루 다룬 탓에 벌어진 촌극이다.

알뜰폰도 지하철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지만 이를 아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사진=연합뉴스]
알뜰폰도 지하철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지만 이를 아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사진=연합뉴스]

이같은 기업·소비자 간 ‘정보 불균형’은 유통업계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이 그렇다. 수많은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곳에선 ‘상품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점을 악용하는 판매업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피해를 입고 있을까. 이 부분은 視리즈 ‘소비자 권리와 기업의 책임: 원동력일까 재앙일까’ 두번째 편에서 다뤄보겠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김지호 가톨릭대 학생 
hosun0927@naver.com 

박서경 가톨릭대 학생
ui3094@naver.com


하송민 가톨릭대 학생
candy71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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