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이통3사 중간요금제 중간점검➍
3만원대 요금제 내놓은 KT
다른 이통사 론칭 가능성 높아
통신비 인하 기대하는 정부
가성비 떨어진다는 한계 뚜렷
소비자 이 요금제 선택할까

KT가 업계 최초로 3만원짜리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관행대로라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뒤따라 비슷한 가격대의 요금제를 론칭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요금제, 정말 쓸 만한 걸까요? 더스쿠프가 중간요금제의 문제점을 분석했습니다.

3만원대 중간요금제가 ‘반쪽짜리 요금제’란 지적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3만원대 중간요금제가 ‘반쪽짜리 요금제’란 지적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는 視리즈 ‘중간요금제 중간점검’ 3편에서 중간요금제가 실제로 효과적으로 통신비를 낮춰줄 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를 위해 이동통신3사의 중간요금제를 가성비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알뜰폰 요금제와 비교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는 알뜰폰의 ‘압승’이었습니다. 적게는 30만원(100GB 이상 요금제·이하 22개월 무이자 할부 기준)부터 크게는 40만원(30GB)까지 알뜰폰이 훨씬 더 저렴했습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알뜰폰이 중간요금제보다 통신비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소비자로선 굳이 이통3사의 중간요금제를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통3사를 설득해 중간요금제를 도입하고 있는 정부의 노력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지난 19일 또한번 새로운 5G 중간요금제를 선보였습니다(표➊). 신규 요금제를 추가하고 기존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늘렸는데, 그중에서 눈여겨볼 건 월 3만7000원에 4GB를 제공하는 ‘5G 슬림 4GB’ 요금제입니다.

이 요금제로 인해 KT 중간요금제의 가격 최저 구간은 기존 4만원대(4만5000원·5GB)에서 처음으로 3만원대까지 내려갔습니다. 이밖에 5·10GB 요금제를 4·7·10·14·21GB로 세분화한 것도 이번 신규 요금제의 뼈대 중 하나입니다.

사실 3만원대 중간요금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건 LG유플러스입니다.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는 2024년 3월까지만 가입자를 받는 조건으로 신규 선불 요금제 ‘너겟(Nerget)’을 선보였습니다(표➋). 데이터 제공량 구간을 최소 1GB(3만원)부터 24GB(4만5000원)까지 총 11개로 쪼개 ‘데이터를 쓴 만큼 낸다’는 게 이 요금제의 골자입니다. LG유플러스는 이벤트 성격으로 너겟을 운영한 뒤 반응이 좋으면 정규 요금제로 편입하는 걸 검토하고 있습니다.

누가 먼저 했든 KT의 신규 요금제로 ‘5G 3만원대 요금제 시대’가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조만간 비슷한 가격대의 요금제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 반응은 꽤 낙관적입니다. 

5G 이용자들은 중간요금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5G 이용자들은 중간요금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과기부는 18일 보도자료에서 “3만원대 중간요금제에 선택약정 25% 할인까지 적용하면 5G를 2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면서 “그로 인해 4GB 이하 이용자는 월 8000원, 6~10GB 이용자는 5000~1만원의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표➌). 3만원대 중간요금제가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3만원대 요금제는 정부 기대처럼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이 요금제를 쓰는 이들이 늘어나야 하는데, 소비자는 이 요금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소비자 입장에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과기부에 따르면 5G 가입자의 1인당 데이터 소비량은 월평균 18.8GB입니다(2023년 9월·표➍). 이 정도로 데이터를 쓰는 소비자들에게 4GB를 지원하는 3만원대 중간요금제는 성에 차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일평균 사용량(0.6GB)으로 따지면 7일 만에 데이터가 동나버리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3만원대 중간요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가성비’가 뛰어나지 않다는 점입니다. 언급했듯 이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은 4GB, 가격은 3만7000원입니다(표➎). 가격을 데이터 제공량으로 나누면 1GB당 가격이 9250원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이를 1인당 데이터 소비량(18.8GB)과 엇비슷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KT의 ‘5G 슬림 21GB(5만8000원)’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 요금제는 3만7000원 중간요금제보다 56.7% 더 비쌉니다만, 1GB당 가격은 2761원으로 70.1%나 더 저렴합니다.

범위를 넓혀 110GB를 제공하는 요금제(6만9000원·1GB당 627원)와 비교하면 3만원대 중간요금제의 가성비는 훨씬 더 나빠집니다. 요금제 가격 차이는 1.8배밖에 되지 않는데 1GB당 가격은 10배 이상 차이나니까요. 소비자가 3만원대 요금제에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자! 여기까지가 3만원대 중간요금제의 현주소입니다. 가계통신비를 인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체적으로 요금제 가격을 줄이고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적 감소를 우려한 이동통신사들은 데이터 제공량은 손보지 않고 가격만 낮추고 있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를 위해 도입된 중간요금제는 되레 ‘소비자 기만하는 요금제’라면서 날선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중간요금제는 과연 제몫을 해낼 수 있을까요?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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