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윤호 변호사의 기록
끊임없이 터지는 청소년 범죄
형사처벌 받지 않는 촉법소년
의견 엇갈리는 촉법소년 연령
법무부, 한살 하향 법 개정 추진
대법원 · 인권위 반대 의견 밝혀
촉법소년 연령 낮춰야 할까…

“촉법소년 연령을 만 12세(현행 만 14세)로 하향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공약이자 현 정부의 국정과제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는 2022년 12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로 한 살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의 공약보단 완화했지만 소년범의 처벌을 강화하겠단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그렇다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재범 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25일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서 배 의원의 머리를 돌덩이로 10여차레 가격한 범인은 다름 아닌 중학생 A군이었다.

A군은 경찰에 체포될 당시 자신이 “촉법소년이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만 14세로 촉법소년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법상 촉법소년은 만 14세 미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 사건으로 촉법소년이 또 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사실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 건 찬반양론이 워낙 뜨거운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변별능력이나 통제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을 범죄자로 낙인찍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선 “촉법소년이라는 빈틈을 악용한 청소년 강력범죄를 근절해야 한다”고 맞선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촉법소년의 정확한 정의는 뭘까. 촉법소년이란 ‘소년법상 형법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벌인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소년재판을 통해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소년재판에서 내릴 수 있는 보호처분은 총 10가지로, 호수가 높을수록 무거운 처분이다.

▲1호: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 ▲2호: 수강명령 ▲3호: 사회봉사명령 ▲4호: 보호관찰관의 단기(1년) 보호관찰 ▲5호: 보호관찰관의 장기(2년) 보호관찰 ▲6호: 아동복지시설이나 그밖의 소년보호시설에 감호 위탁 ▲7호: 병원·요양소 또는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 ▲8호: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9호: 6개월 이내 단기 소년원 송치 ▲10호: 2년 이내 장기 소년원 송치 등이다. 보호처분 유형에서 보듯, 촉법소년이 살인·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가장 무겁게 내릴 수 있는 처분은 2년 이내 소년원 생활에 그친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돼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주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본격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촉법소년 연령 만 12세 하향’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후 2022년엔 법무부까지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별다른 진척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법무부는 한동훈 당시 장관의 지시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를 구성했다. 그해 12월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한살 낮추는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은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 의견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는 13세 소년은 부모의 학대‧경제적 빈곤 등으로 가정파탄‧정신질환을 겪어 사물 변별 능력이나 행동통제 능력이 결핍된 경우가 많다. 13세 소년에게 그 행위의 비난 가능성을 전제로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어린 소년범에게 부정적인 낙인효과를 확대해 사회복귀와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반대 의견을 밝혔다. 결국 해당 법안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처럼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이 연령 하향을 추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촉법소년 범죄가 늘고 있는데, 그중엔 강력범죄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의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범죄를 저질러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2018년 7364건, 2019년 8615건, 2020년 9606건, 2021년 1만1677건, 2022년 1만643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범죄 유형별(2018~2022년 종합)로 살펴보면, 절도(2만7067건), 폭력(1만2708건)뿐만 아니라 강간‧추행(2095건), 강도(54건), 살인(11건) 등 강력범죄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히 출산율 저하로 유소년(0~14세)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촉법소년 인구는 줄었지만, 범죄 발생은 더 증가한 셈이라서다.[※참고: 통계청에 따르면, 0~14세 유소년 인구는 2017년 672만명에서 2022년 593만명으로 11.8% 감소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또 있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인 ‘만 14세’는 1953년 형법 제정 후 70년간 유지돼 왔다. 그런데 1953년의 만 14세와 2022년의 만 14세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차이가 크다. 지금의 미성년자들은 발육이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각종 범죄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촉법소년이라서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일부 촉법소년이 피해자에게 “신고할 테면 해라” “촉법소년이라 난 처벌받지 않는다” 등의 언행을 일삼는 배경이다. 다시 말해 신체적·정신적으로 범죄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높아졌다는 거다. 

[자료 l 경찰청]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강력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를 처벌하고, 이들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는 정부의 정책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촉법소년 연령만 하향한다고 촉법소년 범죄가 저절로 줄어드는 건 아니다.

필자는 촉법소년의 비행 유형별 교정·관리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보호관찰소·소년분류심사원·소년원 등의 인력을 충원해 사후 관리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뒷받침할 때 촉법소년의 재범을 막고 더욱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준비는 지금부터다.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yhnoh@aprillaw.co.kr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 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