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군포시, 예산 등 문제로
학교사회복지사업 포기
시민단체, 학생 강하게 반발
이후 예산 마련 방법 생겨
경기도교육청 지원 약속해
그럼에도 풀지 못한 문제들
지자체와 교육청 간 채용 논쟁

지난해 6월 군포시가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논란이 일었습니다. 사업의 주체, 예산 등의 문제를 들어 “학교사회복지사 사업에 예산 편성이 어렵다”는 게 골자였죠. 학생과 학부모, 시민단체가 들불처럼 일어났고, 경기도의회는 그해 12월 ‘학교사회복지사업의 예산을 지원하는’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그럼에도 이 사업이 지속할지는 의문입니다. 더스쿠프가 이 예민한 문제에 펜을 집어넣었습니다.

경기도의회는 학교사회복지사업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사진=뉴시스]
경기도의회는 학교사회복지사업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 경기도 군포의 학생들이 군포시청을 찾았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었습니다. 이제 학교를 떠나 성인이 되는 학생들은 공무원들 앞에서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유지해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무슨 사업이었길래 학생들이 이런 부탁을 한 걸까요? 우리는 2023년 10월 ‘청소년 복지사업’ 없앤 군포시에서 벌어진 일(더스쿠프 통권 569호)’이란 기사에서 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그 이후 다른 변화는 없었을까요?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학교사회복지사업을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학교사회복지사는 용어 그대로 학교에 상주하는 전문인력입니다. 누군가는 ‘학교에 사회복지사가 왜 필요하느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필요성은 차고 넘칩니다.

사람은 자신이 태어나는 환경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진 자신의 힘만으로 환경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운이 좋은 사람은 부모님의 덕을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습니다.

실제로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혼자 끙끙 앓는 학생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문제를 학교 교사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방과 후 생활까지 교사가 책임질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럴 때 필요한 전문인력이 바로 학교사회복지사입니다. 2003년 중앙정부가 추진한 교육복지우선지원 사업에서 학교사회복지사 사업이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군포시는 2024년 이 사업을 더이상 지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교육청이 맡아야 했던 사업이고 지자체는 보조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도 교육청이 더 책임을 지고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지원을 할 여력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지방 교부금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경기 수원, 용인, 의왕, 안양, 성남은 경기도 지원을 받아 학교복지우선지원사업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군포시 8개교에서만 사회복지사가 사라지는 셈이었죠.

군포시 소재 학교의 고3 학생들이 공무원을 직접 찾아가 “학교복지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군포시 측은 당시 이 요청에 “경기도교육청에 지원을 요청했고 예산 절반이라도 지원받을 수 있다면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 헝겊원숭이운동본부 제공]
[사진 | 헝겊원숭이운동본부 제공]

■ 법과 약속 = 그렇다면 학생들이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사라지는 걸 막아달라고 요청했던 10월 이후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걸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학생들의 진심이 통했는지, 조금의 변화는 있었습니다. 일단 경기도교육청이 관련 예산의 절반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경기도의회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정윤경 경기도의회 의원은 2023년 11월 ‘경기도 학교사회복지사업 지원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고, 12월 통과됐습니다. “돈이 모자라서 못 한다”는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도록 경기도가 지자체의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겁니다.

이 조례에 따라 경기도지사는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위한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사업을 위한 비용 일부도 교육경비 보조, 지방보조금을 활용해 지원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의회 측은 조례를 검토하기 위해 작성한 감사보고서에서 ‘학교사회복지사 115명(현 경기도 기준) 인건비의 30%’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추계했습니다. 2024년 사업을 실시한다면 15억7500만원, 5년간 사업을 진행한다면 78억7500만원의 예산이 예하 지자체에 전달됩니다. 일선 학교로선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실시할 만한 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입니다. 

■ 풀어야 할 과제 = 이렇게 군포시의 학교사회복지사업을 가로막았던 예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니, 이제 모든 난관이 풀린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넘어야 할 산은 아직 숱합니다.

첫째, 예산이 실제로 언제쯤 만들어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2024년 새 학기에 학교복지사업을 시작하려면, 2월쯤엔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경기도는 아직까지 군포시에 공문을 발송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2월 추가경정예산 계획이 짜여진 상태란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내 추경에 넣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합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군포시의 학교사회복지사업에 필요한 예산 중 절반을 부담하겠다는 약속 역시 넘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예산은 주겠지만, 학교사회복지사를 고용하는 건 군포시가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입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예산을 받아도 결국 ‘학교사회복지사’를 고용하는 데 집행할 수 없는 셈입니다. 

군포시 관계자는 “애초 교육청이 해야 하는 사업이어서 지자체가 채용하는 게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지금까지도 학교사회복지사는 학교장이 채용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렇다고 경기도교육청이 채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경기도교육청의 규정에 따라 고용할 수 있는 인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사회복지사와 비슷한 업무를 하는 교육복지사(저소득층 학생 한정)와 위클래스 상담교사(상담 업무 한정)를 뽑아왔습니다. 법적 성격은 무기계약직 교육공무원으로 교육공무직입니다. 이 인원은 채용할 수 있는 규모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미 뽑은 인원을 학교사회복지사로 재배치하기도 어렵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학교사회복지사의 법적 지위는 1년 계약직으로 주로 학교장이 채용해왔습니다. 하는 일도 다릅니다. 교육복지사는 저소득층 학생을, 위클래스 상담교사는 규정에 따라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만 도맡습니다.

반면, 학교사회복지사는 조건 없이 학생을 살핍니다. 비슷한 업무지만 기회를 누릴 수 있는 학생의 폭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학생과 학부모, 시민단체가 학교사회복지사의 고용문제까지 해결해야 학교사회복지사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돈 문제’가 최종 해법은 아니란 겁니다. 

군포시에서 어린이ㆍ청소년을 위한 ‘밥놀식당’을 운영하는 시민단체 헝겊원숭이운동본부의 김보민 대표는 “학교사회복지사업은 청소년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란 점에서 지속가능해야 한다”면서 “고용 규정에 문제가 있다면 다른 지역처럼 경기도교육청 등도 규정을 바꿔 학교사회복지사업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군포시에서 학생들을 살폈던 학교사회복지사들은 다른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효과 있는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위해 예산부터 고용까지 개선할 순 없는 걸까요?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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