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무임수송 손실만 매년 5343억원
승객 1명당 5928원씩 손실 발생
원가 대비 운임은 4분의 1 수준
무임수송의 근거는 법률로 명시
정부가 무임수송 비용 책임져야

# 4ㆍ10 총선을 앞두고 지하철 무임수송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지하철 무임수송 제도의 폐지와 존속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면서다. 이 대표는 무임수송으로 인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경제적 손실을 강조했고, 김 회장은 무임수송이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경제적 손실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인신공격성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감정이 격해질 정도로 예민한 이슈란 방증이다. 

# 그런데 지하철 무임수송 논란에서 핵심이 빠졌다. 무임수송에서 발생하는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경제적 손실을 메워야 하는 주체가 누구냐는 거다. 이를 따져보면 ‘지하철을 무료로 타는 노인들이 많아져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거나 ‘무임수송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찝찝함이 없지 않다. 

도시철도 무임수송은 법에 따라 시행되는 만큼 손실도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사진=뉴시스]
도시철도 무임수송은 법에 따라 시행되는 만큼 손실도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는 사회적 약자에게 도시철도 이용 요금을 할인 또는 면제해준다. 그중에서도 노인, 장애인, 유공자에게는 요금을 면제해주고 있다. 무임승차(공공운임감면)를 허용해주는 건데, 교통복지정책의 일환이다.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는 노인이나 장애인,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에게 이런 혜택을 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이 요구되고 있는 요즘 꼭 필요한 복지정책이기도 하다. 

문제는 돈이다. 무임수송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2022년 기준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서울교통공사ㆍ부산교통공사ㆍ대구교통공사ㆍ인천교통공사ㆍ광주교통공사ㆍ대전교통공사)의 무임수송 손실액은 5410억원에 달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이들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무임수송 손실액 합계는 2조6717억원이었다. 무임수송으로 인한 손실액이 연평균 5343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다.[※참고: 지하철 무임승차 비중(2022년 기준)을 보면 노인이 84.4%로 가장 많다. 장애인은 14.7%, 유공자는 0.9%를 차지했다.]

물론 정부는 각 도시철도에 일부 재정을 지원해준다. 하지만 건물이나 설비, 전동차 등에 투입하는 돈의 일부를 보조해주는 게 전부다. 무임수송에서 발생하는 손실분을 지원해주지는 않고 있다는 거다.

2022년 65세 이상의 무임승차 비용을 보전해주는 ‘도시철도 PSO(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 예산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무임수송에 따른 나머지 손실을 오롯이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이 져야 하는 상황이다. 중요한 건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의 재정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거다. 2022년 이들 기관 중 당기순이익을 낸 곳이 없다. 6개 기관의 당기순손실 합계는 1조3448억원에 이른다. 기관 1곳당 평균 22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셈이다.[※참고: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이 6420억원으로 전체의 47.7%를 차지했다.]

당기순손실 총액은 2021년(1조6091억원)보다 약간 줄었다. 하지만 당기순손실 총액은 2017년(1조241억원) 이후 2021년까지 계속 늘었다가 겨우 감소한 것이어서 재정 상황이 좋아졌다고 보긴 힘들다.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이 무임수송으로 인해 매년 5000억원(합계 기준)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이 무임수송으로 인해 매년 5000억원(합계 기준)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재정 상황이 신통치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수송원가 대비 운임이 워낙 낮아서다. 2022년 기준 평균운임은 서울 1014원, 부산 763원, 대구 688원, 인천 796원, 광주 1265원, 대전 762원이다. 전년 대비 서울만 약간 올랐을 뿐, 나머지 지역에선 더 떨어졌다. 

반면 수송원가는 서울 1920원, 부산 2665원, 대구 3615원, 인천 2556원, 광주 7193원, 대전 3946원이었다. 쉽게 말해, 도시철도로 승객 1명을 수송할 때마다 최소 906원(서울)에서 최대 5928원(광주)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요금인상폭은 작다. 기본운임만 봐도 부산교통공사가 2016년 1200원에서 2017년 1300원으로 100원 올린 걸 제외하면 다른 지역은 모두 1250원으로 동일하고, 수년째 동결 상태다. 사실 요금을 올리기도 어렵다. 고물가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올리면 공공요금이 전체 물가상승을 주도할 수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임수송 손실액이 각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악영향은 적지 않다. 2022년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당기순손실에서 무임수송 손실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1.5%에 달했다.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교통공사로 49.1%였고,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광주교통공사로 18.4%였다. 

결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서 무임수송 손실을 누군가가 메워줘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누가 이 손실을 메워야 하느냐는 거다. 입장은 두가지로 갈린다. 

한쪽에선 “원칙적으로 도시철도의 건설과 운영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이며, 도시철도 무임수송은 도시철도가 운영되는 지역주민에 한정해서 편익을 제공하므로 국가가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도시철도 무임승차 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쪽에선 “도시철도 법정무임승차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법률에 따라 제공되는 교통복지제도이며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무임수송 손실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낮은 운임으로 인해 도시철도 운영기관에도 재무건전성도 나쁘다”는 점을 근거로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맞받아친다. 

어떤 주장이 더 합리적일까. 여기서 생각해볼 건 도시철도 무임수송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점이다. 무임수송은 법에 기초하고 있다. 도시철도 무임수송 제도는 1984년 6월 노인복지법에 임의규정을 만들어 노인들에게 무임승차를 허용하면서 시행됐다.

장애인은 1991년 장애인복지법(강행규정), 유공자는 각 유공자의 예우법(1985~2005년ㆍ강행규정)에 따라 무임승차를 허용했다. 결국 정부의 지시로 무임승차가 가능해진 셈이다.[※참고: 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철도에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공익서비스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감면액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앙정부가 도시철도 무임수송을 ‘지방사무’라는 이유로 제도 운영에 따른 재정적 책임을 미루는 건 온당하지 않다. 무임수송을 결정한 주체가 재정적 책임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 확대는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무건전성 악화와 투자 축소로 이어져 시민의 안전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악화일로를 걷는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적절히 분담해서 책임져야 마땅해 보인다. 무임수송의 폐지냐 존속이냐도 중요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재정 보전을 위한 논의부터 해야 한다는 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전문위원
sonjongp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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