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 랩장의 1인칭 책읽기
구단 리에의 「도쿄도 동정탑」
문학상 작품 속 AI의 문장
자아도 도구인 작가의 일

AI는 이제 창작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AI는 이제 창작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 글은 AI(코파일럿ㆍ챗GPT4)를 통해 쓰였다. 수전 손택의 「아르토에 다가가기」 와 기자의 글, 그리고 「도쿄도 동정탑」 관련 글을 AI 학습에 이용했다. 글은 최소한의 퇴고만을 했다. 구조나 어색한 문장들을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글을 직접 쓰는 것보다 오래 걸렸다.

일본 문학계에서 인공지능(AI)으로 작성한 작품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의 중심에 선 소설은 제170회 아쿠타가와상에 뽑힌 소설가 구단 리에의 작품 「도쿄도 동정탑」이다.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일부 내용을 생성형 AI를 이용해 작성했다는 점이다.

아쿠타가와상은 일본의 문예춘추文藝春秋에서 제정한 권위 있는 문학상이다. 1927년 사망한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이 때문에 「도쿄도 동정탑」의 수상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논란이 됐다. AI가 창작에 참여한 소설이 역사가 깊은 문학상을 받았다면 ‘작가의 위기’가 아니냐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도쿄도 동정탑」 출판사는 이 작품을 생성형 AI 시대의 예언서라고 평가했다.

「도쿄도 동정탑」은 근미래의 도쿄를 배경으로 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범죄자 역시 동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 고층 교도소의 설계를 맡은 건축가다. 소설은 생성형 AI가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사회를 그린다.

소설가인 구단 리에는 작품 속에 생성형 AI와의 대화를 담았고, 전체의 5% 정도는 실제로 AI가 생성한 문장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은 문학의 영역 내에서 AI의 역할과 위치를 향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학상의 수상은 일반적으로 작가 개인의 창의성과 노력을 인정한 결과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도쿄도 동정탑」의 수상은 이런 전통적인 관념에 도전장을 내민다. 실제로 아쿠타가와상 선정위원회는 AI를 활용한 작품 작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점에서 이번 아쿠타가와상의 결과는 AI가 작성한 문장을 작품에 포함한 게 문학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며, 오히려 새로운 창작 방식을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실 이 작품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AI라는 기술의 사용에 국한하지 않는다. 작가의 역할, 창의성의 본질, 그리고 인간과 기계 사이의 상호작용이 창작 과정에 미치는 영향 등 광범위한 주제가 엮여 있다. 그렇다면 AI가 5%가 아닌 100% 작성한 작품이 나온다면 우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서 문학과 예술의 본질을 향한 질문을 제기한다.

좋은 문학은 타고난 재능이 아닌 끊임없는 사유 속에서 탄생한다. 천재성의 발현을 믿으며 고립된 문학은 이미 누군가의 발자취를 반복할 뿐이다. 혹은 반복이라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작가는 지금의 예술과 문학의 경계를 정확히 확인하고 그것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예술가는 기존의 예술과 자신의 자아와의 불협화음에서 예술의 기준선을 찾아내곤 한다. 하지만 AI는 작가 자신의 자아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AI는 작가의 의도대로 문장을 뱉어낼 수밖에 없다. 좋은 문학의 기준은 오롯이 작가의 몫이다.

[사진=Rie Qudan 인스타그램]
[사진=Rie Qudan 인스타그램]

지금도 문학계는 좋은 글의 기준선을 다르게 보고 있다. 집단마다 나이마다 협회마다 문예지마다 나아가서는 개인마다 다른 이야기를 한다. 실천문학實踐文學,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미래파 등 수많은 좋은 문학의 기준이 있다.

하지만 결국 좋은 문학이란 것은 자신의 세계에서 나온다. 기존의 문학과 자기 자아의 차이를 바라보는 훈련이 없는 작가에게는 AI도 의미가 없다. AI는 결국 도구일 뿐이다. 이 글은 AI를 통해 작성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내 글이 아닌 것이 없다.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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