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내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엄마를 이해하는
솔직하면서도
대담한 고백

책의 저자들은 엄마와의 관계에서 생긴 상처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고백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책의 저자들은 엄마와의 관계에서 생긴 상처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고백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엄마와 자식의 관계는 세상 누구보다 가깝다. 그만큼 둘 사이엔 아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모두가 이상적인 엄마, 완벽한 자식이 될 순 없다. 아낌없이 주는 ‘엄마’와 엄마가 바라는 모습의 ‘자식’으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온전히 사랑의 감정만 주고받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러기 어렵다. 서로에 의해 상처 나고 가까운 만큼 몇 배 더 아프기도 하다.

미국 작가 15인의 엄마에 관한 앤솔러지 「엄마와 내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이 출간됐다. 책의 기획자이자 편집자인 미셸 필게이트를 비롯한 저자들이 차마 엄마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 엄마에게 받은 사랑, 상처의 기억 등 엄마와 이야기하지 않는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다섯 개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엄마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저자 중 몇몇은 엄마와 관계가 소원하지만 또 몇몇은 몹시 친밀하다. 레슬리 제이미슨은 엄마의 전남편이 쓴 소설을 통해 ‘엄마’가 되기 전 그녀의 모습을 알아간다. 안드레 애치먼은 농인 어머니와 나누거나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멀리사 페보스는 신화를 렌즈 삼아 자신과 심리치료사 엄마의 친밀한 관계를 들여다본다.

줄리애나 배곳은 그녀에게 모든 걸 말해주는 엄마 이야기를, 사리 보통은 경제적 지위가 변한 엄마가 일종의 ‘계급 배신자’가 돼 가는 모습과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것이 복잡해져 가는 상황을 그려낸다.

가슴이 저릿해지는 사랑 이야기가 있는 반면 ‘어떻게 그럴 수 있어?’란 생각이 드는 엄마들도 있다. 미셸 필게이트는 계부의 폭력과 이를 묵인한 어머니를 이야기한다. 브랜던 테일러는 언어적·신체적으로 자신을 학대한 엄마를 회상하며 그녀를 생각한다.

나요미 무나위라는 이민, 정신질환, 가정폭력 등 혼돈의 가정에서 자란 기억을 공유하고, 알렉산더 지는 어릴 때 겪은 성폭력으로부터 엄마를 지켜야 한다고 느낀 잘못된 책임감을 고찰한다.

우리는 종종 관계를 깨트리지 않고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침묵’을 택하기도 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고통을 피하려는 본능이 내재해 있어서다. 특히 가장 가까운 이와의 관계로 인한 고통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드러내기보단 내면 깊숙이 묻어두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침묵을 깨고 고통을 마주한다. 그리고 마침내 진실한 대화를 나누고 상처를 치유한다. 비로소 ‘모성 신화’에 가려진, 한 인간으로서 엄마를 이해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저자들은 “이것이 우리가 서로를 헤쳐나간 방식”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이 자신의 진실, 혹은 엄마의 진실을 말할 수 없다고 느껴본 모든 이에게 등대가 되길 희망한다. 알 수 없고, 현재에도 미래에도 알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마주칠수록, 서로를 이해하는 폭도 더욱 넓어질 것이다. -미셸 필게이트”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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