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전세사기특별법 뒷받침하는
지자체 조례 내용 살펴보니
지자체마다 피해 지원 달라
법보다 지원 많은 조례 있어
조례보다 좁은 특별법 괜찮나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건 2022년 말이다. 이때부터 피해자들은 피해자를 먼저 돕고 나중에 정부가 전세사기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외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나마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특별법’도 반년이 지나서야 나왔다. 그렇다면 지역 내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역 내에서 도울 수 있는 조례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인천 미추홀구는 전세사기 사건이 터진 지 2년이 흐른 2024년 1월에서야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사진=뉴시스]
인천 미추홀구는 전세사기 사건이 터진 지 2년이 흐른 2024년 1월에서야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사진=뉴시스]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신축 다세대 주택(빌라)을 매입했던 집주인들은 애초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 이 기만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2022년이었다. 그해 말 ‘빌라왕’이라 불린 집주인의 죽음으로 전세제도에 기생했던 집주인들의 ‘빚잔치’도 끝났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이때부터 자기 돈은 물론 빌린 돈까지 갚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국가가 자격증을 발급한 공인중개사를 믿었던 세입자들은 무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기준으로 삼아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2023년 5월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들을 돕겠다며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와 지원 방식이 결정됐다. 다만, ‘선구제 후회수’는 그때에도 수용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도 같은 발걸음을 떼었다. 각 지자체가 자신들의 조례에 전세사기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던 거다. 국토부가 법을 만들었는데, 왜 조례가 필요했던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예산 사용의 명분이다. 지역 내 예산은 조례에 근거해야 집행할 수 있다. 지역 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역 내 예산으로 지원하기 위해선 조례가 필요했던 거다. 

■ 이슈➊ 조례 제정일 = 그렇다면 각 지자체는 얼마나 빨리 조례를 제정했을까. 국토부가 전세사기특별법을 만든 지 2개월 만에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도 있지만 1년이나 2년이 흐른 후 조례를 마련한 곳도 있었다.

그 구체적 실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참고: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례를 제정하거나 발의한 곳은 총 10개구였다. 3개구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의 보증료를 지원하는 조례만 제정했다. 나머지 12개구는 전세 사기와 관련해 지원하는 조례를 별도로 만들지 않았다.]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 전세사기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은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였다. 강서구의회는 법 제정 두달 만인 2023년 7월 ‘전세피해 및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는 법 제정 4개월 만인 9월에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서울 강서구와 함께 피해가 막심했던 인천은 서울보다도 늦게 조례를 만들었다.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지 1년이 넘어선 지난 1월 인천 미추홀구 의회가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인천시의회는 그보다 한달 뒤인 2월 ‘전세피해임차인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 이슈➋ 지원 대상 = 각 지자체의 지원 수준도 조례마다 달랐다. 지원 대상도 달랐는데, 국토부가 인정하는 ‘전세사기피해자’만 지원하는 경우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까지 포함하는 경우로 나뉘었다. 
강서구는 전세사기피해와 전세피해를 모두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 전세피해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단순 보증금 미반환까지 포함한다. 강서구와 달리 서울시는 국토부로부터 ‘전세사기피해자’로 인정받은 경우만 인정했다.

■ 이슈➌ 주택 인정 범위 = 주택의 경우 건축물대장상 ‘주택’으로 인정받는 경우와 실제로 주택이 아니더라도 주택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주택으로 보는 경우로 갈렸다. 대표적인 곳이 도봉구다.

2023년 11월 전세피해 및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한 도봉구는 건축물대장상 주거용 건물이 아니더라도 주택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라면 피해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는 근린생활시설 등에 살고 있어도 지원 대상자로 삼았다는 거다.

마포구 역시 ‘주택임대차 피해 예방 및 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지원 조례’에 공부公簿상 주택이 아니어도 주택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지원 대상이라고 명시했다.

■이슈➍ 지원 내용 범위 = 지자체별 지원 내용도 차이가 있었다. 전세사기 피해지원 조례안을 제정하거나 발의한 10개 자치구에서는 대부분 법률 상담 지원, 안전한 계약체결을 위한 홍보·교육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금전적 지원은 서로 달랐다. 강서구·관악구·도봉구 총 3개구에서는 이주비에 월세까지 지원했다. 일례로 강서구 조례엔 ▲지방세 납입 기한 연장,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보증료 지원, ▲이주비, ▲월세 지원이 포함됐다. 

반면, 동대문구·동작구·마포구 등 8개구는 월세 지원을 제외했다. 이처럼 어떤 조례는 ‘법’의 빈틈까지도 메웠다. 주택이 아니더라도 주택으로 쓰고 있다면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인천 미추홀구처럼 조례에 월세 지원을 포함해 소송비용까지 지원하는 광범위한 지원책을 담은 것도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 미추홀구 조례에서는 피해 지원 대상을 전세사기특별법의 피해자로 한정해 근린생활시설을 주택으로 불법 개조한 건물의 세입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특별법’을 고쳐서 피해지원 대상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늘린 지자체도 있다. 이 노력은 ‘특별법 개정’까지 닿을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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