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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영업이익 흑자전환 성공
32년 만에 BI 교체, 새 출발 선언
무너진 2조원대 매출 회복 못 해
부동산 경기침체 여전히 진행 중
당기순이익 적자인데 배당 확대
예고된 부메랑 피할 수 있을까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이 32년 만에 BI(Brand Identity)를 교체했다. 오랜 역사를 넘어서 새출발을 선언한 셈이다. 때마침 희소식도 날아들었다. 2022년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후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 ‘김유진호號’가 출범한 이후 수익성 강화 전략을 펼친 게 효과를 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한 건 아니다.

2022년 창립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한샘이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사진=뉴시스]
2022년 창립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한샘이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사진=뉴시스]

한샘이 최근 ‘BI(Brand Identity)’를 교체했다. 한샘이 BI를 바꾼 건 1992년 이후 32년 만이다. 삼원색(빨강·노랑·파랑)을 활용한 로고의 콘셉트는 유지하되 영문 ‘HANSSEM’을 좀 더 부각했다. 

김유진 한샘 대표는 “한샘이 54년간 국내 홈 인테리어 1위 기업으로 쌓아온 경험을 계승하고, 현시대에 맞는 새로운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BI를 리뉴얼했다”면서 “최신 트렌드의 주거환경 가치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쇼핑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BI를 교체하는 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브랜드와 각 계열사 BI부터 매장 인테리어,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제품 포장까지 모두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샘이 BI 교체를 단행한 건 그만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방증이다. 

한샘은 2021년 사모펀드 ‘IMM PE’에 인수된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걸어왔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재료 가격 상승 등 악재를 이겨내지 못했다. 2022년엔 창립 이래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샘이 지난해 구원투수로 김유진 대표를 영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대표는 IMM PE 소속이던 2017년 커피전문점 ‘할리스’, 2021년 화장품 브랜드 ‘에이블씨엔씨’ 대표를 지내면서 수익성과 기업가치 제고를 이뤄낸 전력을 갖고 있다. 특히 에이블씨엔씨는 김 대표가 수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흑자전환(2021년 224억원 적자→2022년 100억원 흑자)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BI를 바꾼 김 대표의 전략은 한샘의 체질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긍정적인 지표와 부정적인 시그널이 공존한다. 한샘이 지난해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건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3분기(누적) 기준 판관비를 120억원(3412억원→3292억원) 줄인 게 수익성 개선을 견인했다. 

한샘 측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하 잠정치)은 1조9669억원으로 전년(2조9억원) 대비 1.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9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면서 “사업구조를 혁신해 원가 구조를 개선하고 비용 효율화를 이루는 등 수익성 중심의 사업 전략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림자도 있다. 한샘의 주요 원재료인 ‘PB(파티클보드)’와 ‘MDF(중밀도섬유판)의 가격은 2022년 대비 2023년(이하 3분기) 각각 11.3%(1만221원→9682원), 5.2%(2만2742원→2만167원) 떨어졌다. 

그런데도 한샘은 지난해 9월 일부 제품 가격을 끌어올렸다. 가령, ‘침실가구 601 트윌 붙박이장’ 가격은 2022년 대비 2023년 3분기 12.7%(162만6000원→183만3000원), ‘유로 601 키안티 소파’ 가격은 같은 기간 1.0%(157만4000원→159만원) 올렸다. 김 대표가 수장을 맡은 지 한달여 만이었다. 

문제는 이같은 ‘가격 인상책’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수익성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고, 인상한 가격 대비 품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샘이 ‘배당 확대’ 전략을 펴고 있다는 점도 짚어볼 만하다. 한샘은 실적 악화로 중단했던 현금 배당을 지난해 2분기에 재개했다. 2022년 2분기 이후 4분기 만이다. 

배당금액도 꾸준히 늘려왔다. 2022년 2분기 주당 400원이던 배당금은 2023년 2분기 주당 1500원(총 249억원), 3분기 주당 3000원(총 498억원)으로 늘었다. 한샘 측은 “배당가능이익(상법상 배당할 수 있는 이익) 한도 내에서 배당을 실시했다”면서 “적극적인 주주환원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9억원에 불과했고, 당기순이익은 621억원 적자였다. 회사의 실적은 완전한 궤도에 오르지 못했지만, 최대주주(지분율 35.44%)인 사모펀드는 배당확대책의 수혜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한샘이 1992년 이후 32년간 유지해온 BI를 교체했다.[사진=뉴시스]
한샘이 1992년 이후 32년간 유지해온 BI를 교체했다.[사진=뉴시스]

이정희 교수는 “기업이 성장세일 땐 배당 확대가 무리 없겠지만 지금은 전방산업인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 배당을 확대할수록 투자 여력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샘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유진 대표, 6개월여 만에 흑자전환이란 성과를 일궜지만 가격 인상과 의미 없는 배당 확대는 ‘부메랑’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과연 한샘은 예고된 부메랑을 피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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