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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증시에 외국인 몰려들며
2월 매매 비중 70%에 육박
기업지배구조 개혁 기대감 덕
日 스튜어드십 코드 강력 적용
PBR 규정으로 상장폐지 가능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4일 개장과 함께 4만을 넘어서며 역사적 고점을 기록했다. 일본 증시는 2월에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비중이 70%에 육박했다. 중국을 떠난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이 아닌 일본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기업지배구조 개편에 있다. 

4일 일본 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4일 일본 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일본 증시가 4일 역사적 고점을 기록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일본은 지난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다. 일본 내에서는 정부가 곧 디플레이션 탈출을 공식 선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2월 22일 중의원 예산위에 참석해 “일본은 디플레가 아닌 인플레이션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둘째, 엔저·저금리를 유지해 기업 이익이 개선됐다.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 대책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상황에서도 일본은행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가 하락해 수출 기업들의 수익이 개선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상반기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3000여개 기업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한 21조엔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셋째,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업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으로 일본 증시에 몰려들고 있다. 2월 현재 도쿄증권거래소 주식 거래량 중 60% 이상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2월 5~9일 도쿄증권거래소 전체 주식 매입량의 67.0%를 차지했다. 외국인의 도쿄 증시 주식 매수 비중은 2월 13~16일 67.1%, 2월 19~22일 64.7%였다. 

■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일본 증시 부활의 3가지 이유 중에서 디플레 탈출과 기업 이익 개선은 결과에 해당한다. 일본 정부는 최저임금을 매년 인상하고, 기업들의 임금 인상을 독려해 디플레에서 탈출했기 때문이다.

일본 최저임금은 2016년 이후 매년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2020년 팬데믹 기간 제외). 미즈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임금이 3% 증가하면, 개인 소비 및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각각 0.6%포인트, 0.4%포인트 상승한다. 

기업의 이익 개선도 마찬가지다. 일본은행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 급등에도 완화정책을 고수하면서 엔저를 유지했고, 기업들은 그 수혜로 수익 개선에 성공했다. 일례로 일본 시가총액 1위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2월 6일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4조엔을 넘어 5조엔(4조9000억엔)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 | 됴쿄증권거래소, 4일 오전 9시 기준]
[자료 | 됴쿄증권거래소, 4일 오전 9시 기준]

다만, 외국인 투자 유입량의 상당 부분은 미래를 향한 기대에 있다.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향하지 않고, 일본으로 온 이유는 기업지배구조가 개혁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워런 버핏은 일본이 2018년 기업지배구조 규정을 제도화하자 일본 5대 상사 주식을 각각 5%씩 매입했다. 일본 상사는 ‘계열’이라고 불리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들이다. 일본 계열은 지주사 대신 상사‧은행‧보험회사 등이 각 계열의 돈줄 역할을 한다. 일본 미즈호증권이 최근 워런 버핏의 다음 행보로 일본 보험회사, 은행주 매입을 예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 요체는 스튜어드십 코드= 그렇다면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무엇일까. 답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이다. 이에 대한 일종의 벌칙이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 퇴출 제도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기업 주총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도 고객의 자산을 충실하게 관리하는 의무에 따라서 행동하도록 마련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스튜어드십 코드라고 한다.

일본 금융청은 2014년 2월 일본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연기금 82개를 포함해 자산운용회사 329개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최종적으로 서명한 것은 2023년 9월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1년 도입한 기업지배구조 규정에 기반해 내년 3월 1일부터 PBR이 1 이하인 기업을 1년 동안 집중 감시할 수 있고, 2026년 3월 1일까지도 PBR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주식 거래를 일정 기간 중지한 후 상장폐지할 수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자산운용회사를 포함한 일본 회사들은 지금까지 모기업의 결정에 반하는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2017년 개정한 일본의 스튜어드십 코드에는 “기관 투자자와 지분 소유자는 피투자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문구를 포함했다. 기업이 ROE를 개선하려면 과잉현금·상호출자를 줄이거나, 사업 수익성을 높이거나, 자사주 매입을 늘리거나, 실적이 저조한 자회사를 정리해야 한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보험회사 소유 지분을 포함한 일본 기업집단의 상호출자 비율은 지난 1990년 50%에서 현재 10%대로 내려왔다. 영국 자산운용사 맨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도쿄증권거래소의 지배구조 규정을 보면 각주에 ROE 등 여러 장치가 들어가 있다”며 “이번에는 정말 다르다”고 평가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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