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인뱅 중·저신용자 대출의 명암
고금리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4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대출
앞다퉈 대출 실적 알린 인뱅 3사
높아진 은행 건전성 악화 가능성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율 2.51%
2021년 대비 3배 이상 치솟아
정부 대출 공급계획 수정했지만
건전성 관리 쉽지 않을 수도…

“중·저신용자 대출을 지속해 포용금융을 실천하겠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량이 몇조원을 기록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돈을 빌리기 어려운 금융취약계층을 위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그림자도 있다. 고금리 영향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율이 2021년보다 3배 이상 높아졌다.[사진=뉴시스, 더스쿠프 포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이 확대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뱅 3사는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목표를 정해놓고 대출 확대에 나섰다. 

인뱅 3사의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2조232억원이었던 인뱅 3사의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은 2021년 3조5628억원, 2022년 8조2100억원, 지난해 9조5712억원(11월 기준)으로 증가했다. 4년 만에 373.0%(7조5480억원) 늘어난 셈이다. 

인뱅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도 같은 기간 12.1%에서 30.3%로 껑충 뛰어올랐다. 2022년과 지난해가 고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걸 감안하면 인뱅이 갈 곳을 잃은 중·저신용자의 대출난을 해소하는 데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인뱅 3사는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를 앞다퉈 알렸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규모가 1조3200억원, 비중은 2022년 25.1%에서 29.1%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토스뱅크도 지난해 1조5300억원의 중·저신용자 대출을 공급해 대출 잔액 비중이 31.5%를 기록했다고 알렸다. 인뱅 3사 중 유일하게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채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조1000억원이 증가하며 2022년 4분기 25.4%였던 비중이 30.4%로 커졌다. 

문제는 인뱅의 중·저신용자 대출 증가세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있느냐다. 고금리 기간에 늘어난 중·저신용자 대출은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커서다. 실제로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율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2021년 말 0.82%였던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2.51%로 3배 이상 치솟았다.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늘린 중·저신용자 대출이 건전성 악화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뱅 3사는 건전성 논란에 선을 그었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늘어나는 데 맞춰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놓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뱅크는 2022년 2618억원이던 대손충당금 규모를 지난해 3975억원으로 늘렸다.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2916억원, 3035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뒀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카카오뱅크 237.0%, 케이뱅크 217.2%, 토스뱅크 213.3%를 기록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리 변동에 따른 효과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까진 1년가량의 시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마지막으로 인상했다. 고금리의 악영향이 이제부터 본격화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정부는 인뱅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계획을 수정했다. 각사별로 달랐던 목표치를 30% 이상으로 통일하고, 기준도 말기 잔액(말잔)에서 평균 잔액(평잔)으로 변경했다. 평소엔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하다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급하게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이는 중·저신용자에겐 좋은 소식이 아니다. 평잔 기준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는 대출 건전성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저신용자에겐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신용자의 대출 상환 능력과 경기침체 가능성을 감안하면 인뱅이 건전성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강경훈 동국대(경영학) 교수는 “인뱅은 신용대출 비중이 높아 연체나 부실화로 인한 타격이 시중은행보다 클 것”이라며 “중·저신용자 대출을 의미 있게 확대하기 위해선 건전성을 관리하는 노력을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