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세무업계 디지털전환 바람
유니콘 택스테크 스타트업들
편익 높다는 점 긍정적이지만
세무업계와의 갈등 현재진행형
지식 부족, 개인정보 취급도 문제
AI 접목한 세무사 등장하기 전에…
디지털전환 문제 해결책 내놔야

전통을 고수하던 세무업계가 디지털에 힘을 쏟고 있다. 세무사의 지식과 손을 타던 일을 ‘기술’이 대신하는 시대가 열린 거다. 기술 발달이 혁신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막을 순 없지만, 이 과정에서 만만찮은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은 생각해 봐야 한다. 더스쿠프가 홍석구 세무사와 함께 택스테크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해 봤다.

세무업계 디지털전환이 빨라지면서 택스테크 시장이 커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무업계 디지털전환이 빨라지면서 택스테크 시장이 커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너도나도 디지털전환을 강조하는 시대. 왠지 고루할 것 같은 이미지의 세무업계도 마찬가지다. 대표 노동집약 업무였던 세무 처리를 조금씩 디지털이 대체하고 있다. 세금(Tax)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택스테크(Taxtech)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 국세 행정을 책임지는 국세청만 봐도 그렇다. 세금 신고를 간편하게 도와주는 ‘세금비서’ 서비스나 납부세액을 미리 계산해서 제공하는 ‘모두채움’ 서비스가 국민의 호평을 받고 있다. 

아예 택스테크를 전면에 내세운 스타트업도 숱하게 생겼다. 이들은 고객의 세무ㆍ회계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해 재무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고객이 세금 신고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거나 경정청구(더 많이 낸 세금을 돌려받는 행위) 제도를 활용해 과다 납부한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대리하는 서비스도 있다. 플랫폼 비교 견적을 통해 세무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주선하기도 한다.

세금 이슈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이나 개인이라면 누구나 혹할 법한 서비스들이다. 택스테크를 표방한 수십개의 기업 중에선 이미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도 있다. 소상공인 업계를 휘어잡은 플랫폼 ‘캐시노트’의 운영사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대표적이다. KDC는 지난해 8월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기업가치 약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인정받았다. 누적 투자금액만 2600억여원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이다. 

개인세금 환급 플랫폼 ‘삼쩜삼’으로 유명한 자비스앤빌런즈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예비 유니콘’에 선정된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8월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결과적으로 상장 문턱을 넘진 못했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두 업체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출사표를 각각 던졌다. 실제 인가를 받을 수 있을진 미지수지만, 세무ㆍ회계업 기반 스타트업이 제도권 금융을 넘볼 만큼 성장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세무의 디지털전환은 납세자의 후생을 높인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특히 그 편익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프리랜서 등 세무에 손대기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앞으로도 이런 택스테크 스타트업의 활약은 늘어날 공산이 크다. 세무ㆍ회계 문제는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림자가 짙은 측면도 있다는 건 생각해 볼 점이다.

■ 택스테크 좋지만… = 무엇보다 기존 세무업계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자비스앤빌런즈는 2021년 한국세무사회로부터 불법 세무대리 및 알선 혐의로 고발당했다. 무혐의 결론이 나긴 했지만 세무사회의 태도는 강경하다. “삼쩜삼이 세무사들의 먹거리를 빼앗고 있다”는 거다. 

전문직 단체와 플랫폼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타다와 로톡, 강남언니 등이 대표 사례다. 이들은 플랫폼이 기존 시장의 생태계를 유린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갈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상당히 컸다. 택스테크 분야에서도 이런 갈등이 숱하게 벌어질 건데,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두번째 그림자는 운영 미숙 문제다. 세무는 어찌 됐든 방대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택스테크를 표방하는 업체 중 일부는 이런 지식적 배경이 없다. 중소 IT 개발사가 단순히 세무사의 자문을 받고 개발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복잡한 세법을 코드에 녹여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하필이면 세법은 자주 개정된다. 자칫 업데이트를 누락했다간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세무사는 IT를 모르고, IT는 세무를 모르는 상태에서 개발한 플랫폼이 사회적 이슈로 번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문 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플랫폼이 마케팅을 과도하게 내세우면 더 큰 문제다. 당장 포털 사이트에 ‘경정청구’만 검색하면 관련 업체 광고가 무수하게 많이 쏟아지는데, 이들 모두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아니다. 

가령 경정청구를 통해 세금을 돌려받은 납세자가 사후 관리를 제대로 못 할 경우, 환급받은 세금을 다시 추징당할 수 있다. 업체는 환급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얻는 구조로 운영하는데, 추후 고객이 세금을 추징당할 경우 수수료를 다시 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는 아직 대책이 없다. 

국세청은 기술을 활용해 납세자의 편익을 늘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국세청은 기술을 활용해 납세자의 편익을 늘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운영 미숙에 따른 부작용은 공공 부문에서 이미 벌어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국세청의 모두채움 서비스가 부정확하단 지적이 나왔다. 이 서비스는 종합소득세를 계산할 때 국세청에서 납부 세액을 미리 계산해 주는 게 골자인데, 안내문상의 납부세액과 실제 세무사를 통해 계산한 납부세액에 차이가 있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은 “모두채움 안내서상 금액은 확정이 아닌 예측 금액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세액 추정이 정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면서 “안내서를 보면 ‘납부할 세액’이 이미 확정된 금액처럼 명시돼 있어서 추가 확인을 하지 않고 그대로 납부하는 납세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렇게 모두채움의 잘못된 안내로 세금을 과오납하는 경우, 납세자가 구제를 받는 방법은 ‘수정신고를 통한 경정청구’밖에 없다. 모두채움 서비스는 세무 역량이 부족한 영세 사업자나 프리랜서를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다. 이들이 세무 전문가 도움 없이 경정청구 절차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점에선 납세비용 추가 부담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개인정보 보호도 첨예한 이슈다. 세무업은 특성상 고객의 민감한 데이터를 불가피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 단순히 소득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번호부터 집 주소, 직장명 등 고객의 사적 정보를 취합한다. 

세무사는 국세청에 세무대리인으로 등록해 관련 정보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가져오지만, 세무사가 아닌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경우 이런 정보 수집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세무사회가 “삼쩜삼의 주민등록번호 처리가 위법하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를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다. 

■ 택스테크에 AI 더하면… = 그림자가 뚜렷하지만, 택스테크 산업은 갈수록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생성형 AI의 출현’이란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생성형 AI와 세무를 접목한 서비스가 나온 건 아니지만, 언젠간 인간 세무사를 대체하는 수준으로 고도화한 AI 세무사가 출시할 게 확실하다. 

세무사인 필자 입장에서도 두려움이 느껴지는 AI 기술은 이미 국세청이 준비하고 있다. 국세청은 ‘AI 세법 상담’을 올해 상반기 내로 도입할 예정이다. 생성형 AI 기술을 세법상담ㆍ법령검색 등 국세행정 분야에 적용해 납세자가 국세상담센터에 상담을 요청했을 때 국세상담관의 역할을 대신하는 서비스다. 세금 신고기간에는 전화가 집중돼 국세상담센터에 전화를 걸더라도 닿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문제를 AI로 해결하겠다는 거다. 

이렇듯 기술을 통해 납세자의 편익을 끌어올리는 디지털전환은 긍정적인 일이다. 아울러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다만 앞서 언급한 그림자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정부는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넘어 신산업 육성과 기존 이해관계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정책을 방향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택스테크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효과는 줄일 수 있다. 

홍석구 세무사(정율 세무회계 대표) | 더스쿠프 
seokgu1026@jungyul.co.kr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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