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1편
점점 늘어나는 반려견 인구
반려동물 관련 지출도 증가
미래 준비 안 한다면 문제

여기 반려견을 끔찍하게 아끼는 부부가 있다. 반려견을 위해 최고급 사료와 영양제만을 고집하고, 한번에 수십만원씩 드는 정기검진 비용도 망설임 없이 지불한다. 문제는 반려견의 미래는 신경 쓰면서 정작 부부의 미래는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반려견 문화가 대중화하면서 서민들의 반려견 관련 지출도 불어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려견 문화가 대중화하면서 서민들의 반려견 관련 지출도 불어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짱이야~ 엄마 왔어~.” 회사 업무를 마치고 돌아온 양은혜(가명·38)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짱이의 이름부터 불렀다. 양씨가 키우는 반려견 짱이는 보고 싶었다는 듯 이미 현관문 앞으로 달려와 양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반려견과 노는 게 양씨에겐 큰 기쁨이다.

양씨의 남편 강한솔(가명·37)씨도 짱이를 애지중지한다. ‘반려견에겐 산책이 필수’라는 지인의 말을 들은 뒤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번은 산책을 나간다. 여행을 갈 때도 반려견 동반 입장이 가능한 펜션이나 호텔을 예약하는 건 기본이고, 함께 가지 못할 때는 ‘애견 호텔’에 반려견을 맡긴다. 오래전부터 자녀를 낳지 않기로 약속한 부부에게 짱이는 자녀나 다름없다.

강씨 부부는 짱이에게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한달에 쓰는 반려견 식비만 50만원에 달한다. 혹자는 ‘사룟값이 뭐 그리 비싸냐’고 물을 수 있지만, 이는 반려견의 세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무 사료나 줘도 잘 먹는 반려견이 있는가 하면, 특정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사료만 먹을 수 있는 반려견도 있다.

그렇기에 요즘 견주들은 반려견의 체중·견종·건강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고 그에 맞는 사료를 고른다.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는 간식과 건강을 위한 영양제를 꾸준히 구매하는 이들도 많다.

강씨 부부는 건식 사료보다 가격이 비싼 습식 사료를 자주 구매하고, 수제 간식을 사는 데도 돈을 아낌없이 쓴다. 영양제도 합성 원료가 아닌 천연 원료를 사용한 제품 위주로 구매한다. 부부가 반려견 음식값에만 한달에 50만원을 쓰는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씨는 짱이의 건강검진을 위해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에 방문한다. 어떤 검진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반려견 건강검진은 보통 30만~50만원이 든다. 강아지 장난감이나 미용비 등에도 돈을 쓴다. 이렇게 1년에 걸쳐 부부는 짱이를 위해 음식값을 빼고도 130만여원을 더 지출한다. 반려견 진료에 적지 않은 돈을 쓰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강씨는 “반려견 치료는 비보험인 경우가 많아 사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제는 반려견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부부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씨 부부는 노후를 탄탄하게 대비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생각과는 반대로 예금 외엔 어떠한 노후 대비도 하지 않는다. 물론 부부도 저축을 지금보다 더 늘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매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 부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금도 부부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부부는 오래전 3억원을 대출받아 59.5㎥(약 18평) 아파트를 매입했다. 현재 1억원 정도 갚은 상태다. 아내 양씨는 대출을 좀 더 받아서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하길 원한다. 요즘 집값이 많이 떨어진 걸 이용해 ‘부동산 재테크’를 하자는 거다.

남편 강씨는 신중한 입장을 내세운다. 지금보다 더 집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 무리하게 비싼 집을 사지 말고 현금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는 게 강씨의 생각이다. 이렇게 부부는 가계부 흑자 전환과 노후 대비, 내집 마련 등 ‘세마리 토끼’를 잡을 방법을 찾기 위해 필자의 상담실을 방문했다.

자! 부부의 사연을 들었으니 이젠 가계부 상황을 볼 차례다. 부부의 월 소득은 630만원이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400만원, 중소기업을 다니는 아내가 230만원을 번다. 정기지출로는 공과금·관리비 18만원, 식비·생활비 135만원, 부부 용돈 100만원, 반려견 음식값 50만원, 모임 회비 30만원, 통신비 22만원, 교통비·유류비 69만원, 보험료 29만원, 대출원리금 상환 37만원 등 490만원이 빠져나간다.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은 명절비·경조사비 100만원, 자동차 비용 125만원, 반려견 관련 비용 130만원, 부모님 용돈 200만원, 휴가비 200만원, 의류비·미용비 250만원 등 1005만원이다. 한달 평균 83만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언급했듯 예금(80만원)이 전부다. 이렇게 부부는 월평균 653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한달에 23만원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부부의 상황은 꽤 심각하다. 이제 40대로 접어드는 만큼 노후를 착실하게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부부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자녀 양육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남들보다 수월하게 재무 솔루션을 진행할 수 있지만, 반려견 지출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이 부분은 강씨 부부와 꾸준히 소통한 뒤 ‘교통정리’를 해볼 생각이다.

일단 1차 상담에선 손쉽게 줄일 수 있는 항목부터 살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100만원에 달하는 부부 용돈이다. 평소 지인들과의 모임이 잦은 부부는 용돈의 상당 부분을 지인과의 술자리 비용으로 지출한다. 또 부부는 ‘애견 카페’도 자주 방문한다. 이 카페는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 대신, 비용이 일반 카페보다 좀 더 비싸다.

부부는 술자리 모임이나 애견 카페 방문 횟수를 조금 줄여 용돈을 절약하기로 약속했다. 기존 100만원에서 70만원까지 30만원을 줄이기로 했다. 익숙해지면 최종적으론 50만원까지 줄여보자고 권유했다. 이에 따라 가계부 월 적자 23만원은 7만원 흑자로 전환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강씨 부부의 목표인 ‘노후 준비’와 ‘내 집 마련’을 실현하려면 많은 여유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지출 부분에서 ‘대수술’을 해야 하는데, 지출 비중이 큰 반려견 비용에 칼을 대야 한다. 반려견을 자식처럼 아끼는 부부가 필자의 의견을 잘 따라줄지가 걱정이다. 과연 부부는 순조롭게 재무설계를 끝마칠 수 있을까.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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