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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함정: 알뜰폰 오류➌
번호이동 이통사 추월한 알뜰폰
‘알뜰폰+자급제’ 공식 유행한 덕
이름처럼 알뜰한 가격이 경쟁력
단통법 폐지 움직임 때문에 맞은 위기
이통사 지원금 경쟁 강도 올리면
알뜰폰의 요금제 경쟁력 낮아져

# 286만건. 지난해 알뜰폰이 거둔 번호이동 실적이다. 100만건을 겨우 넘기거나 밑돌았던 이통3사의 실적과 비교하면 경쟁 우위를 다졌다. 승승장구하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 알뜰폰 시장은 이통3사 자회사가 좌지우지하고 있고, 최근엔 제4이통사란 강력한 경쟁자까지 등장했다. 정부가 단통법을 폐지하고 이통3사가 돈을 풀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도 위험요인이다. 

국내 알뜰폰 산업이 위기에 빠졌다.[사진=뉴시스]
국내 알뜰폰 산업이 위기에 빠졌다.[사진=뉴시스]

■ 알뜰폰의 공식 = 알뜰폰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한 건 애플이 아이폰12를 출시한 2020년 말부터였다.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는 단말기 가격이 최대 190만원으로 상당히 비쌌는데, 매월 납부하는 5G 요금제도 부담이 컸다.

그러자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자급제 단말기를 선택해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로 옮겨가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후로도 ‘알뜰폰+자급제’를 활용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인식은 꾸준히 퍼져나갔다.

실제로 알뜰폰의 번호이동 실적은 ‘알뜰폰+자급제’ 공식이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말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2021년 알뜰폰 번호이동 실적은 193만건으로 2020년 실적(119만건)에 비해 두배가량 증가했다.

SK텔레콤(126만건)과 KT(91만건), LG유플러스(97만건)를 크게 앞지른 실적이었다. 2022년에도 알뜰폰은 번호이동 실적 197만건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했고, 지난해엔 무려 286만명의 이통3사 고객이 알뜰폰으로 옮겨갔다.

■ 알뜰폰의 위기 = 하지만 ‘알뜰폰+자급제’ 공식도 ‘한철 장사’에 머무를지 모른다. 정부는 현재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추진 중인데, 알뜰폰 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게 뻔해서다. 정부의 목표는 ‘이통3사간 단말기 지원금 경쟁’을 다시 활성화하겠단 거다.

최근엔 이동통신 번호를 이동하는 가입자에게 위약금 등의 명목으로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 지급을 허용했다. 정부의 기대대로 이통3사가 시장에 단말기 지원금을 무차별적으로 뿌리면, 자금력이 약한 알뜰폰은 가입자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통3사 입장에선 단통법 폐지 이후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나쁠 게 없다. 이미 알뜰폰 산업은 이통3사 자회사의 점유율이 과반인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 알뜰폰 붕괴하면… =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알뜰폰 업체가 더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그 부메랑은 소비자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알뜰폰의 정책적 역할은 ‘가계통신비 인하 경쟁’을 유도하는 거다.

이통3사가 장악해 정체기에 빠진 통신시장 내 경쟁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이익을 증대하는 거다. 결국 알뜰폰이 사라진다는 건, 알뜰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사라진다는 거고, 이는 통신시장의 경쟁 요인 중 하나가 없어진단 얘기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알뜰폰 시장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통계를 보면 그렇지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알뜰폰 가입자 수는 871만9267명으로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수(5616만3726명)의 15.5%에 불과하다. 5년 전 대비 가입자 증가율도 23.0%에 그친다.

가입자 수가 대폭 늘지 않는다는 건 위험한 시그널이다. 이중 절반은 이통3사 자회사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군소 알뜰폰 업체의 입지는 훨씬 더 좁아진다. 이처럼 거품을 걷어내고 보면, 한국 알뜰폰 산업은 위기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이통3사의 지배력이 더 강해졌다는 거다. 우린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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