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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5일간 4차례 80달러 이상
연준 “유가 10%↑, 식품물가 0.3%↑”
러·이스라엘 지정학적 문제 여전
IEA, 최근 석유 수요 상향 조정
JP모건 2026년까지 150달러 예상
미 석유 생산량·매장량·수출량 ↑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정학적 위험은 여전한데, 석유 수요는 증가하고 공급 여력은 떨어지고 있어서다. 석유 슈퍼사이클 가능성은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한 미국의 석유 가격 지배력을 더 높여줄 수 있다. 석유 슈퍼사이클을 자세히 알아봤다. 

미국 텍사스주 켄사스시티의 유전 모습. [사진=뉴시스]
미국 텍사스주 켄사스시티의 유전 모습. [사진=뉴시스]

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최근 5거래일 동안 네번이나 배럴당 80달러를 넘겼다. 원유 가격 상승 요인은 늘어나는데, 유가 하락 요인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단기 가격 전망도 비관적이다.

JP모건은 지난 2월(현지시간) 올해 브렌트유 가격이 83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도 지난 2월 브렌트유가 올해 1분기 92달러, 4분기에는 106달러로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가 재상승하는 건 에너지 시장에서 해결한 일은 없고, 해결해야 할 일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새롭게 추가된 에너지 시장의 골칫거리는 공급 부족 문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4일 월간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글로벌 석유 수요가 기존 전망치 하루 기준 120만 배럴보다 50만 배럴 더 늘어나지만, 석유 공급량은 87만 배럴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지정학적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선에 성공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더욱 거세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대선 전날까지도 자포리자주 베르댠스크 지역을 포격했다.

이스라엘은 미국 전·현직 대통령의 만류에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준비 중이다. 라파는 이집트와 접경한 도시로 이스라엘군이 공격하면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중동 지역 확전에도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수에즈운하가 있는 홍해 문제도 심각해졌다. 예멘 반군인 후티는 최근 홍해에서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려는 상선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AFP통신은 지난 15일 예멘 반군인 후티 지도자들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중요한 회동을 갖고 가자지구 전쟁의 ‘다음 단계’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자료 | 시카고상업거래소, 참고 | 4월 인도분 기준]
[자료 | 시카고상업거래소, 참고 | 4월 인도분 기준]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미뤄진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해 12월 페즈 노트(Feds Note)의 ‘유가 상승이 해외 선진국들 인플레이션에 끼치는 2차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유가가 10% 오르면 각국 에너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3%, 명목 CPI가 0.15%, 식품 CPI가 0.3%, 근원 CPI가 0.1%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는 캐나다, 영국, 유로존을 대상으로 했다. 보고서에 언급한 2차 영향이란 유가 상승이 에너지 상품 가격 인상이라는 1차 영향 외에도 운송비 증가 등을 통해서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석유 가격의 재상승은 지난해 등장한 ‘석유 슈퍼사이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JP모건은 지난해 9월 “2026년까지 글로벌 수급 불균형으로 석유 슈퍼사이클이 발생해 브렌트유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JP모건은 지난해 11월에도 ‘에너지 슈퍼사이클’이란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석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유가는 150달러, 장기적으로도 100달러 수준으로 에너지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 2월 “수요 증가로 구리·아연·금·은 등 금속 위주의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10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슈퍼사이클은 경제 호황으로 인한 장기적인 가격 상승을 뜻한다. 파트마 에르뎀 터키 중앙은행 애널리스트가 2016년 발표한 ‘원자재 가격 슈퍼사이클 재고’라는 논문에 따르면 석유 시장에서 첫 슈퍼사이클은 미국·유럽이 산업화 과정을 거치던 1861~1882년 발생했다. 이어 일본 경제가 호황을 이어가던 1966~1996년, 중국과 신흥시장이 산업화를 이어가던 1996~2014년에 다시 발생했다. 

석유 시장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한 가운데 슈퍼사이클이 발생하면 시장 구조가 대폭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매장량, 생산량, 수출량이 모두 급증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 이후 6년 연속 세계 최대 산유국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하루 평균 1290만 배럴을 기록해 1000만 배럴 남짓인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를 크게 앞질렀다. 

미군이 지난 4일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드론에 시캡터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군이 지난 4일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드론에 시캡터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의 독주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20207년까지 생산량을 하루 1300만 배럴로 늘리려는 계획을 최근 철회했고, 러시아 노바텍도 지난해 4월 석유 생산량을 추가로 늘리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반면 미국은 악착같이 석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3월 알래스카 유전개발을 위한 ‘윌로 프로젝트’를 승인해 30년간 6억 배럴 이상의 매장량을 추가했고, 지난해 12월엔 석유 시추를 위해 멕시코만 인근 29만5420㎢(7300만 에이커) 지역의 경매를 시작했다. 

미국의 석유 수출량은 2015년 수출을 허가제로 바꾼 이후 15배 이상 늘어났다. 2015년 11월 하루 기준 32만 배럴에 불과했던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2023년 12월 현재 452만7000배럴에 달한다. 이론적으로는 미국 상무부가 석유회사들의 수출 허가를 통제하면 브렌트유가 150달러를 넘어서도 미국내 WTI 가격은 얼마든지 떨어뜨릴 수 있다. 이는 미국의 물가·기준금리와 그 외 국가들의 수준이 상당 기간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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