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되면 빙수가격 끌어올려
소확행에 숨은 가격인상의 그림자
5만원대 빙수까지 론칭

빙수가격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평균 10% 가격을 인상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올해에도 가격이 오름세다. 업체들이 매년 가격을 인상하는 건 소확행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가격이 올라도 ‘나를 위한 작은 사치’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욕 먹어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빙수업체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지난해 평균 10% 오른 빙수 가격이 올해에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평균 10% 오른 빙수 가격이 올해에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사진=뉴시스]

호텔신라가 애플망고빙수 가격을 지난해 4만2000원에서 올해 5만4000원으로 인상했다. ‘호텔 빙수’라는 점을 감안해도 ‘헉 소리’ 날 만한 가격. 그럼에도 이 빙수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빙수를 먹기 위해 종종 호텔을 찾는다는 한지영(35ㆍ가명)씨는 “최근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면서 “그래도 한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제주 애플망고를 사용해 원가가 제품 가격의 80% 이상을 차지했다”면서 “올해부터 애플망고 가격과 연동해 빙수가격을 책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빙수 가격이 오르는 건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베이커리 브랜드 아티제는 빙수 3종 가격을 1000원씩 인상했다. 망고빙수 1만7000원, 딸기빙수 1만6000원, 팥빙수 1만4000원에 판매한다. 아티제 관계자는 “재료비,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증가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SPC가 운영하는 파스쿠찌도 밀크티듬뿍빙수를 리뉴얼 출시하면서 가격을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9% 인상했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초코 크런치, 브라우니 등 토핑이 추가해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빙수 브랜드 설빙도 가격 인상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설빙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빙수 가격이 오르는 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매년 여름 반복돼온 논란이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지난해에도 빙수가격을 최소 4.7%에서 최대 19.4% 인상했다. 이유는 같았다.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다.” 당시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원재료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판매 가격을 인상했다”면서 “생활물가지수 중 식품지수 상승률이(2016년 대비 2017년) 2.92%인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가격인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업체들이 해마다 빙수가격을 끌어올리는 건 ‘소확행小確幸(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가격이 올라도 디저트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확행을 추구하는 2030세대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아닌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감)’를 추구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조사 결과, “자신이 가치를 두는 제품에 과감하게 투자한다”는 응답자가 2015년 45.1%에서 2017년 64.4%로 증가했다. 밥값보다 비싼 디저트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지호 경북대(심리학) 교수는 “소확행은 절대적인 가격과 무관하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일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소비자들이 1000~2000원 정도의 가격 인상에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렌드는 결국 소비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기업이 소확행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확행이라는 트렌드에 가려진 꼼수 가격 인상은 반드시 꼬집어야 할 이슈다. 이승신 건국대(소비자정보학) 교수는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제품가격이 인상됐을 때에는 그만큼 질적으로도 좋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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