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줄이는 것만이 상책

미중 무역전쟁의 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경제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미국과 중국에 수출을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6명의 전문가들에게 무역전쟁을 물어본 이유다.

미중 무역전쟁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미중 무역전쟁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경제에 큰 충격파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가 수출주도형인 데다, 주요 수출처가 미중 두 나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기업은 중국에 부품·반제품 등 중간재를 대량 수출한다. 높은 관세로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 규모가 줄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이 2차로 발표한 관세부과 품목도 한국에 나쁜 소식이다. 이는 가전·철강·로봇 등 중국의 기술성장을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제재하는 품목인데, 한국 관련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이 2차 관세부과 품목으로 중국을 제재할 경우 중국 업체들과 협력 중인 한국기업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책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 리스크를 우려한다. ‘고관세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과 미국의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국내 기업 상당수가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릴 것”이라면서 “그러면 국내 생산이 줄어들고 국민소득이 강호하는 등 내수가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 탓에 다른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수입 관세를 인상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고관세를 제소하고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오 연구원은 “글로벌 무역전쟁이 일어날 경우 수입상품을 자국상품으로 대체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예상치 못한 2차·3차 피해를 준비해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상렬 광운대(국제통상학) 교수는 “1930년 대공황 때와 비슷하다”면서 “당시 미국의 높은 관세부과정책에 교역 상대국이 보복 관세로 맞서자 세계경제가 급격히 위축됐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 흐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분쟁이 언제까지 계속되고, 또 어디까지 확산될 것이냐를 두곤 의견이 엇갈렸다. 이다은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4월만 해도 중국이 제조업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이 협상 제스처를 보내는 등 갈등이 완화되는 분위기였다”면서 “갑자기 상황이 반전되면서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말을 아꼈다.

오준범 연구원은 “관련 사례들이 거의 없어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도 “미국이 EU나 멕시코·캐나다 등을 계속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봐선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허윤 교수는 무역전쟁의 원인을 중국에서 찾으면서 ‘장기화 가능성’에 동의했다. “G2 무역전쟁을 시작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중국 정부가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그동안 중국은 국제 무역에서 반시장적인 태도를 일관해 왔다. 미국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대신 관세를 이용해 ‘중국 때리기’로 대응한 거다. 중국의 실질적인 변화 없이는 미국이 지금과 같은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한국 기업, 현지생산 비율 높일 우려

신동준 KB증권 애널리스트도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말을 이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중심의 무역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다. 이번 무역전쟁의 본질이 미중 간의 주도권 다툼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간선거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장기화 가능성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무역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중간선거 전까지 모든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자국 중심의 정책을 펼친 덕에 미국의 경제 상황은 좋은 편이다”면서 “트럼프 정부로서는 무역 적자를 더 늘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선방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이상 판을 키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오준범 연구원은 “베트남·멕시코의 대미 수출 품목은 중국과 비슷하다”면서 “이런 국가들에 수출하는 물량을 늘린다면 무역전쟁의 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무역 의존도를 낮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중국 무역 의존도를 낮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뉴시스]

장윤종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 기술산업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미국이 2차 관세품목으로 중국 산업에 제재를 가하면 중국으로선 4차 산업기술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이번 무역전쟁을 통해 한국은 기술력으로 중국을 따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이 기술혁신에 매진해 기술력으로 앞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말뿐인 줄 알았던 양국의 신경전은 어느새 ‘실행 수준’까지 올라섰다. 3월 미국이 관세부과 행정명령을 내린지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금이라도 미중 무역 전쟁에 대응할 만한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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