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듯 보이는 것

❶ Kayip(이우준), 경계의 풍경#2(Landscape in between), 2016, 혼합매체, 가변설치 ❷ Kayip(이우준), 경계의 기억, 2018, 오디오‧비디오 인스톨레이션, 6분
❶ Kayip(이우준), 경계의 풍경#2(Landscape in between), 2016, 혼합매체, 가변설치 ❷ Kayip(이우준), 경계의 기억, 2018, 오디오‧비디오 인스톨레이션, 6분

저 너머 북녘땅이 보이는 도라산전망대, 분단이 낳은 장소 임진각. 파주 하면 DMZ(한반도비무장지대)로부터 이어지는 지리적 특성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파주는 예술가 마을이 자리하고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긴장과 경계의 장소인 최일선 지역에 가까우면서 동시에 일상 여가의 장소이기도 한 파주에는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공존한다.

자연의 평화와 문화가 병존하는 이곳에 살아있는 나무를 품에 안고 지어진 미술관이 있다. 2013년에 개관한 블루메 미술관(BMOCA)은 현대미술의 현장을 해석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지역사회와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치미술가 애나 한과 작곡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Kayip(이우준) 작가가 함께 작업한 전시 ‘Emotionscape’가 오는 12월 30일까지 블루메 미술관에서 열린다. 올해 블루메 미술관은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게 될 미래 시대를 바라보며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인간적인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인간 감정의 의미와 가치에 주목했다. 상반기 전시 ‘Play Music, Play Emotion’전에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자유롭게 천천히 걸어 들어가거나 바라만 볼 수도 있는, 하나의 풍경으로 흐르는 감정을 텍스트로 제시한다.

❸ Kayip(이우준),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2, 2018, 혼합매체, 가변설치 ❹ 애나한, Fear Me Not, 2017, 시폰‧선풍기‧네온‧프로젝터‧피아노사운드‧거울?모터‧캔버스에 아크릴‧우산‧전구‧LED‧반짝이, 2090×1390×1020㎝ ❺ 애나한, 빛과 당신이 머무는 곳, 2013, 노란천‧시트지‧카펫, 가변설치
❸ Kayip(이우준),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2, 2018, 혼합매체, 가변설치 ❹ 애나한, Fear Me Not, 2017, 시폰‧선풍기‧네온‧프로젝터‧피아노사운드‧거울?모터‧캔버스에 아크릴‧우산‧전구‧LED‧반짝이, 2090×1390×1020㎝ ❺ 애나한, 빛과 당신이 머무는 곳, 2013, 노란천‧시트지‧카펫, 가변설치

Kayip은 결코 한단어로 요약할 수 없는 ‘흐름’으로서의 감정을 부유하는 듯한 음악적 흐름과 시각적 풍경으로 그려낸다. 작곡하듯 소리로 그려낸 풍경은 진한 울림을 준다. 애나 한은 색이 만들어내는 기억과 감정의 공감각적 경험을 다룬다. 형체를 알 수는 없지만 누구나 분명 느끼고 그 파동을 함께 공유할 때 증폭되는 공감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두 작가의 작품은 여러 예술장르 중에서도 음악의 공감 능력을 떠올리게 한다. 같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시공간에 둘러싸인 듯한 경험을 하게 하고, 이를 통해 공동체적 공감의 영역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교감으로 읽히는 텍스트 안에 흐르고 있는 일상적ㆍ비일상적인 감정들을 해석의 소재로 제시한다. 공감각적으로 펼쳐낸 감정의 풍경 앞에서 관객들은 함께 몸담을 수도, 타인의 풍경으로 지나칠 수도 있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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