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걸의 有口有言] 지방 LCC가 바라는 ‘특별대우’
[윤영걸의 有口有言] 지방 LCC가 바라는 ‘특별대우’
  • 윤영걸 편집인
  • 호수 312
  • 승인 2018.11.06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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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고 공정하게 면허심사 진행해야
정부가 항공사 신규면허 발급 방침을 발표했다. 철저한 경제논리에 따라 면허심사를 진행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정부가 항공사 신규면허 발급 방침을 발표했다. 철저한 경제논리에 따라 면허심사를 진행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요즘 항공업계가 무척 부산하다. 오랫동안 꽁꽁 닫혀있던 항공운송시장에 국토교통부의 신규면허 발급 방침이 발표되면서 새 항공사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플라이강원ㆍ에어로케이ㆍ프레미아항공ㆍ에어필립 등 4~5곳이 줄이어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부가 폐쇄적 항공시장을 개방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꾼 건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다. 지난 10여년 국내시장 성장의 과실을 외국항공사에 빼앗기면서도 오너 갑질파문, 칼피아 유착 의혹 등 불미스러운 사태나 빚는 후진적 항공산업 체질을 개선할 근본 해법은 시장개방과 경쟁촉진뿐이다.

그런데 막상 진입규제가 좀 풀리자 이번엔 반대 방향에서 시장논리에 역행하는 이상한 주장들이 횡행하고 있다. 지방공항을 활성화하기 위해 특정 지역거점 항공사들에 우선권을 주거나 재정도 지원하자는 식의 논리다. 국토교통부 공무원 입에서 탈락 경험이 있는 재수생ㆍ삼수생을 먼저 고려하겠다는 동정론이 나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 공식서류를 받는 단계인데 벌써 2강2약 구도라는 일부 보도가 나오는 등 짜 맞추기 심사 조짐마저 엿보인다. 정치적 물밑거래는 물론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존 업계의 방해공작 냄새가 풀풀 난다.

면허 신청업체 가운데 중장거리 해외노선을 겨냥하는 프레미아항공을 제외하곤 모두가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한 단거리 저비용항공사(LCC)들이다. 지방공항을 활성화하고 지역경제와 관광수요를 활성화한다는 등의 거창한 비전을 내세운다. 다만, 그건 자기 능력으로 하겠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역균형개발’ 같은 가면을 쓰고 특별대우를 받으려 드는 건 과거 지방공항을 건설할 때 써먹던 꼼수와 영락없이 닮은꼴이다.

국내 14개 공항 가운데 10개 지방공항이 5년째 적자에 허덕이는 현실이 바로 그런 정치 논리의 산물이라는 걸 모를 국민은 없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항을 짓는 게 아니라 공항을 지으면 수요가 생긴다는 해괴한 논리가 비행기 대신 ‘파리’만 날아다니는 지방공항을 양산했다. 그래놓고 이제 그 공항을 활성화하기 위해 거점항공사에 혜택을 주자는 건 옛날 과오를 새로운 과오로 덮어버리자는 궤변이다.

사실 기존 항공시장 판도도 LCC만 떼어놓고 본다면 국토부가 내걸었던 ‘과당경쟁 우려’는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다. 이미 LCC 6개사가 비슷한 가격, 비슷한 노선을 무기로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에 큰 차별성도 없는 지역항공사 한두개가 더 추가된다고 해서 고객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될지 의문이다. 다만, 정부가 불필요하게 시장에 개입해서 규제 권한을 남용하면 더 큰 부작용만 낳을 테니 경쟁체제에 맡기는 게 나을 뿐이다.

기존 LCC 대부분이 거점공항을 표방하거나 항공사 이름에 지명地名을 붙여 마치 그 지역을 대표하는 양 행세하지만 실제 운항내용을 들여다보면 명분과 딴판이다. 예컨대 군산공항을 거점으로 삼는 이스타항공은 전체 노선 중 군산 비중이 5%도 안 된다. 제주항공의 제주노선 공급 비중은 2011년 73%에서 지난해 41% 선까지 하락했다. 진에어는 청주공항을, 티웨이는 대구공항을 적극적으로 취항하고 있지만 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항은 인천ㆍ김포ㆍ제주다. 에어부산의 김해공항 노선 비중이 계속 줄어드는 데 비해 다른 LCC들의 부산노선 비중은 급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시장수요에 따른 항공사들의 공급조절로 일어난 변화인지, 혹은 특정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취지인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바꿔 말하면 다들 시작할 때는 지역발전 운운하다가 몇년 지나면 명분은 사라지고 자기이익 챙기기 바빠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LCC들이 온갖 이유를 들이대며 특별대우를 바라는 건 시장논리와 무관한 정치적 흥정인 셈이다.

정부가 인허가를 강력하게 틀어쥐고 있는 산업일수록 특혜시비가 빚어지기 쉽고 후유증도 엄청나다. 한국재벌들이 국가경제를 떠받치는 근간이면서도 지금껏 국민 신뢰를 못 받는 이유가 공정경쟁 아닌 특혜를 통해 성장해온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건 상식 아닌가.

정부는 철저한 경제논리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면허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경제정책의 제1원칙인 국민 후생 증대,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제1과제인 일자리창출 차원에서 불편부당한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 여기에 지역논리, 정치논리 따위가 개입되고 특혜 논란이 일면 훗날 공무원들이 뒷감당을 하지 못할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새로운 항공사 탄생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돼 있음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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