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지호 NCS 컨설턴트

빈 점포가 늘어난다. 가게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부쩍 증가한 탓이다. 사람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 위기를 부추겼다고 말한다. 정부는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일견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자영업을 늪에 빠뜨린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건물주의 탐욕과 권리금이다. 책상머리에 앉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고질병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박지호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컨설턴트에게 이 문제를 물어봤다. 그는 전직 자영업자다.

박지호 NCS 컨설턴트는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라도 마음 편히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연합뉴스]
박지호 NCS 컨설턴트는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라도 마음 편히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연합뉴스]

 

NSC 컨설턴트 박지호씨는 전직 자영업자다. 2011년부터 한 빌딩 1층의 모퉁이를 임차해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다 2016년 어쩔 수 없이 폐업했다. 건물주가 계약연장을 거부하고, 공간을 직접 사용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권리금도 못 받고 쫓겨났다. 건물주와 법정에서 2년 넘게 싸웠지만 별 소용 없었다. 박씨는 자신과 같은 소상공인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NCS 기업활용 컨설턴트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의 눈에 비친 자영업자의 현주소는 어떨까. 

✚ 자영업자들이 먹고살기 힘들다는 뉴스가 계속 나온다. 원인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나.
“자영업자 입장에선 신통치 않은 내수경기가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식당이나 편의점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영업, 다시 말해 가게를 얻어 장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 종사한다. 산업이 시들해지면 자영업도 활기를 잃는다.”

✚ 경기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건가.
“자영업자 입장에서 그렇다는 거다.”

✚ 무슨 말인가. 
“경기가 안 좋으면 모두가 힘들다. 자동차나 조선도 힘들고, 젊은이들은 취업난으로 힘들다. 그럼에도 자영업자의 고통을 다루는 뉴스가 유독 많이 나오는 건 그들이 더 힘들기 때문 아니겠는가.”

✚ 자영업자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기도 한 듯하다. 
“전국 자영업자 수는 약 650만명이다. 그들에게 딸린 식구들까지 감안하면 국민의 4분의 1 혹은 3분의 1이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거나 다름없다.”

✚ 최저임금 인상이 불을 지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정부로선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최저임금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은 공무원이나 일반적인 회사원이 아닌 기업의 단기계약직이나 자영업의 아르바이트 종사자들과 직결된 문제다. 지난해와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률만 합해도 27.3%다. 이처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들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거다.”

✚ 전체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많지 않아서(지난해 기준 24.5%) 생각처럼 타격이 크지 않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10월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좀 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좀 줄자 정부가 ‘최저임금 여파가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책상에 앉아 통계수치만 보고 있으니 정부든 언론이든 그런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 공정경쟁하는 시장인가 

✚ 어떻게 다른가.
“직원이 3명이든 1명이든 자영업자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다. 얼마나 줄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3명을 쓰던 자영업자가 줄고 1명을 쓰는 신규 자영업자가 늘었다면 어떤가. 최저임금이 아무런 영향을 안 미쳤다고 할 수 있겠는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었다고 혹은 실질적인 폐업률이 줄었다고 최저임금 영향이 미비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 자영업자가 너무 많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동의한다. 다만,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이지도 않은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운운하니 답답할 뿐이다.”

✚ 사실 공정경쟁이 담보된다면 자영업자도 구조조정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공정한 경쟁 과정을 통해 도태되면 변명의 여지가 없이 폐업해야 된다. 하지만 여기엔 3가지 맹점이 있다.”

✚ 뭔가. 
“하나는 퇴직 후에 갈 곳이 없어 자영업에 뛰어들었는데 여기서도 밀려나면 어딜 가야 하냐는 거다. 정부는 재취업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말해서 뭐 하겠나. 이런 게 현실성 없다는 건 누구나 안다.”

✚ 두번째는 뭔가.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도 않는다. 정부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규제에 나서기도 했지만, 여전히 자영업자는 을이다. 게다가 서비스와 품질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지 않고, 자본의 투입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인터넷 블로그 마케팅이나 배달앱 광고 등이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

✚ 마지막 하나는 뭔가. 
“허술한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쫓겨나는 문제다. 노력해서 살아남은 곳들이 이런 이유로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상가임대차 문제는 자영업자를 위기로 몰아넣는 고질병이다.” 

 

✚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큰 문제로 보나.  
“그렇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타격은 서서히 온다. 그래서 준비할 기간이라도 있다. 하지만 건물주가 계약연장을 않고 나가라고 하면 정말 속수무책이다. 장사가 안 되면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기 전에 임차인이 알아서 나간다. 오히려 장사가 잘되면 쫓아낸다. 직접 운영하거나, 세입자가 만들어놓은 상권을 이용해 더 높은 임대료를 받거나, 임대료 인상으로 건물 가치를 높여 팔 수 있어서다.”

✚ 자영업자들이 이 문제를 심도 있게 짚지 않는 이유는 뭔가. 
“최저임금 이슈는 모든 자영업자에게 해당되지만, 상가임대차 분쟁은 상당수에게 ‘아직 일어나지 않은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좋은 건물주도 있다. 십중팔구 건물주가 바뀌면 문제가 된다. 그러니까 사회적 공감대도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 계약만료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한 건 성과 아닌가.
“그렇긴 하지만, 자영업을 해보지 않은 이들이 제도를 손보니 제대로 바뀌질 않는다. 계약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10년 정도면 나름 상권을 만들 수 있다. 기간이 돼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지 어쩌겠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하려 해도 권리금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래서 권리금을 받는 데 기한이 없어야 한다는 거다.”

✚ 상가임대차보호법에 권리금 회수기회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조항이 있지 않나.
“법에선 물론 그렇다. 하지만 현실에선 건물주가 방해해 권리금을 못 받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당사자 간 협의를 하는 게 아니라면 건물주가 감정평가를 통해 권리금을 산정하는데, 그 가격이 시장가격과 괴리가 크다. 최소한 감정평가 결과와 시장가격의 절충선을 만들어야 한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장해줘야

✚ 권리금이 높아서 새 임차인 못 들어오면 건물주도 손해 볼 수 있지 않나.
“권리금이 터무니없이 높으면 부동산중개업자가 먼저 말도 안 된다고 한다. 시장이 먼저 안다.”

✚ 회수기간만 정하면 된다고 보나.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건물주가 계약종료 6개월 전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명을 할 수 있다. 임차인은 계약종료 3개월 전부터 권리계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건물주가 나가라고 한 시점 이후부터 6개월간 권리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건물주가 계약종료 1개월 전에 통보를 하면 그사이에 권리계약을 할 수가 없다.”

✚ 상가임대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다른 자영업 지원정책들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거라 보나.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갈 데가 없어서 오고, 장사가 안 돼서 나가고, 장사가 잘되면 쫓겨나고, 나가고 나면 다시 갈 데가 없다. 자영업 시장이 무덤이 되는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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