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언제 ‘고용 있는 성장’ 했던가
우리가 언제 ‘고용 있는 성장’ 했던가
  • 김정덕 기자
  • 호수 304
  • 승인 2018.09.19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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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성장론 vs 이윤주도 성장론

“모든 게 소득주도 성장정책 때문이다.” 이쯤 되면 고용쇼크의 주범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했으니, 고용쇼크가 온 건 당연하다는 논리다. 자! 이 가정이 100% 옳다고 치자. 그럼 ‘이윤주도 성장론’은 답이 있었는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주창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 우리나라는 ‘고용 있는 성장’을 했던가.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여러 면에서 설익었다. 이 정책을 비판하는 논리도 설익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고용문제의 핵심을 짚어봤다. 

정치권과 언론의 소득주도 성장정책 비판은 균형감이 거의 없다.[사진=연합뉴스]
정치권과 언론의 소득주도 성장정책 비판은 균형감이 거의 없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IMF 이후 19년 만에 최악의 청년실업률’ ‘8월 취업자수 증가폭 5000명에 불과’ 등 고용통계가 나오면서다.

비판의 프레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주창한 이후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다. 그로 인해 타격을 받은 서비스업(자영업자 등)에서 고용을 줄이면서 실업률이 크게 늘었다. 이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 논리는 허점이 많다. 무엇보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최저임금 인상’으로 압축해 효과를 따지는 건 섣부른 데다 합당하지도 않다. 최저임금 인상만이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철희 서울대(경제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세부 내용에는 가계소득증가 외에도 일자리 질質 개선, 사회안전망 강화, 저출산 구조개선 등 여러 복지정책이 주를 이룬다.”

이 교수는 설명을 이어갔다. “이런 정책들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을 통해 효과를 이야기해야 한다. 더구나 고용엔 매우 복합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최저임금 인상 단 한가지를 고용이 악화된 이유로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 

 

김성희 고려대(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까지 해온 방향(이윤주도 성장론)대로 가는 게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새롭게 도입한 게 소득주도 성장정책이지만, 진행되는 걸 보면 지금껏 쓰지 않았던 바퀴를 하나 더 달아서 실험을 해보는 정도”라면서 “아직 강력한 정책들은 쓰지도 않고, 고작해야 한참 후퇴한(산입범위 포함) 최저임금 하나 인상했을 뿐인데, 벌써 평가를 한다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의 파급효과가 그리도 큰 것이었는지 의문”이라면서 “주도권을 쥐고 경제를 끌어왔던 이들이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률과 실업률 ‘입맛대로’ 

자! 이번엔 보수적 경제관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하는 ‘통계’로 설명해보자. 먼저 통계의 일반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제를 달았다. 기준은 5월부터 다음해 7월까지 14개월로 한정했다. 직전 대통령 탄핵 때문에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특성을 감안했다.

문재인 정부의 평균 고용률은 60.9%였다. 박근혜 정부(60.3%), 이명박 정부(59.4%), 노무현 정부(59.8%)보다도 높았다. 청년(15~29세) 고용률 평균치는 노무현 정부(45.0%)가 가장 높았고, 다음이 문재인 정부(42.4%), 이명박 정부(41.3%), 박근혜 정부(40.0%) 순이었다.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문재인 정부(48.1%)는 노무현 정부(49.0%) 다음으로 높았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의 고용지표가 모두 좋았던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평균 실업률(3.7%)은 노무현 정부(3.6%), 박근혜 정부(3.2%), 이명박 정부(3.4%) 시절보다 높았다. 청년실업률 평균치도 문재인 정부가 9.6%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통계가 시사하는 건 두가지다. 경제이념별로 수용하는 통계가 다르다는 거다. 문재인 정부의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고용률을 완전히 제쳐둔 채 실업률 하나만으로 ‘고용쇼크’라고 단정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 

주목해 볼 것은 또 있다. 역대 정부 14개월의 고용률과 실업률을 멀찌감치 떨어져 살펴보면, 높낮이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래프의 모양은 거의 흡사하다. 각 정부별 일자리 정책이 같았을 리 없는데도 추이가 비슷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계절적 요인에 의해 고용률과 실업률이 들쑥날쑥했다는 거다. 

실제로 2003년 1월 이후부터 2018년 7월까지 월별 실업률을 살펴보면 겨울철(12~1월)에 실업률이 늘고, 2월부터 10월까지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역대정부가 밀어붙인 각종 일자리 정책이 효과를 나타낼 시기가 바로 지금 14개월이라는 거다. 반대로 풀어보면,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맞았다는 주장도 논리가 약해진다. 

계절 타는 역대 정부 고용률과 실업률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의 주장은 또 다른 오류도 안고 있다. 그들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폐기하고 이윤주도 성장정책으로 회귀할 것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윤주도 성장정책을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라는 이름으로 대놓고 추진한 이명박 정부 때 고용지표는 어떨까. 

 

이명박 정부 집권 5년간 경제성장률은 3.2%(명목 GDP)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2.9%)보다는 높고, 노무현 정부(4.4%)보단 낮다. 고용이 특별히 확 늘어난 것도 아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평균 고용률은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았다. 청년고용률은 박근혜 정부 다음으로 낮았다.

이런 통계를 제시하면 많은 비판이 쏟아진다. 이명박 정부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냐는 이유에서다. “이명박 정부 집권기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또 확산됐다. 세계경제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그만한 성적’을 올렸으면 잘 한 것 아니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분명 단견短見이다. MB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고환율 정책’을 썼다. 그 덕분에 수출 대기업은 정책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럼에도 ‘부富’는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대기업들은 ‘고환율 정책’으로 벌어들인 잉여자금(2010~2014년 30대 기업 사내유보금만 해도 170조원)으로 고용을 늘리는 데는 인색(같은 기간 신규채용은 약 2만2000명) 했다. 이는 이윤주도 성장론의 핵심 콘셉트인 ‘낙수효과落水效果’의 무용론을 되레 뒷받침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고용지표에 악영향을 미쳤다면 그들이 대안으로 꺼내든 ‘비즈니스 프렌들리’ 역시 고용에 부정적 효과만 줬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 땐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다”는 주장의 문제는 또 있다. 변수에 시달리지 않는 정부는 없다. 이명박 정부 때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G2(미국ㆍ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계시장이 혼란스러운 것도 마찬가지다. 

정책은 진공상태에서 이뤄지지 않아

이철희 교수는 “어떤 정책이든 진공상태에서 추진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요소가 고용과 실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분류해내기는 쉽지 않다”면서 “금융위기가 아니었더라면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고용이 늘고 실업이 획기적으로 줄었을 거라는 주장은 실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역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고용을 안정화하고 실업률을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사진=연합뉴스]
역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고용을 안정화하고 실업률을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완벽하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조절하지 않은 것을 두곤 시장의 분위기를 읽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장기적 효과 외에 단기정책을 유효하게 추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득주도 성장론이라는 콘셉트 자체를 잘못 만든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잇따른다. 검증되지 않은 이론에 섣불리 ‘성장’이라는 단어를 꿰맞췄다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 이철희 교수의 일침은 그래서 귀담아들을 만하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대부분은 복지정책들이다. 이런 정책들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경제성장에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이름 붙여 놨으니 성장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비판을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나. 양극화와 고용환경 악화 등을 고려할 때 당연히 해야 하는 복지과제라고 한다면 되레 설득력을 얻기도 쉽고, 공격도 덜 받았을지 모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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