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세금 푸는 노인 알바로는 일자리 해결 못 한다
[양재찬의 프리즘] 세금 푸는 노인 알바로는 일자리 해결 못 한다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334
  • 승인 2019.04.15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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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粉飾 고용통계’가 다행이라는 정부
정부가 재정을 풀어 급조하는 ‘관제官製 일자리’는 고용의 질을 떨어뜨린다. 지금 필요한 건 세금 쓰는 일자리가 아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재정을 풀어 급조하는 ‘관제官製 일자리’는 고용의 질을 떨어뜨린다. 지금 필요한 건 세금 쓰는 일자리가 아니다.[사진=연합뉴스]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가 이제는 화가 난다. 월별 고용통계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소회이자 한탄이다. ‘이럴 줄 몰랐나’라는 아쉬움에서 ‘이렇게밖에 못 하나’라는 원망이 들 정도다. 지난해 2월부터 취업자 증가폭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인 1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음식ㆍ숙박업과 도소매 유통업, 사업시설관리(아파트 경비원 등) 및 임대서비스업 등 이른바 ‘3대 최저임금 민감 업종’에서 취업자가 급감했다. 

딱 보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라는 사실을 알 텐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딴소리를 했다. ‘(취업자 증가폭이 줄어든 것이지) 일자리는 계속 늘고 있다’거나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취업자 증가를 제약하고 있다’고 인구구조 변화를 탓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월별 취업자 증가폭이 불과 3000명까지 추락했다가 9월부터 수치상으로 조금씩 회복됐다. 그러나 이게 대부분 국민세금인 재정을 풀어 만든 단기 아르바이트이거나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일자리다. 공공기관을 압박해 청년인턴 자리를 급조하게 했다. 쓰레기 줍기나 초등학생 등ㆍ하교 동행 같은 일을 하루 2~3시간 하고 돈을 받는 노인 일자리도 만들었다. 

지난해 2월부터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로 추락한 탓에 전년 동기 대비인 취업자 통계가 올 2월부터 개선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른바 기저효과다. 전체 취업자가 2월에 26만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3월에도 25만명 증가함으로써 두달 연속 20만명대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속내는 문제투성이다. 늘어난 취업자란 것이 대부분 노인들의 단기 알바(2월 40만명, 3월 34만명)였다. 나라경제의 허리인 3040세대 일자리(2월ㆍ24만명, 3월 ㆍ25만명)는 계속 줄었다. 특히 40대 취업자(-16만8000명)는 1991년 12월 이후 27년만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노인 일자리를 제외하면 전체 취업자 증가폭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 벌써 14개월째다.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취업자(-10만8000명)도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5.1%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였다. 그럼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고용 상황이 나아져 다행”이라고 했다니 실망스럽다.

작금의 고용시장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민간 일자리가 줄어들자 국민 세금인 ‘재정 진통제’로 연명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정부가 급조하는 ‘관제官製 일자리’는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나라살림에도 부담을 준다. 고용시장에서 통계착시를 일으키고 세대ㆍ부문별 고용상황을 왜곡한다. 
몇달짜리 단기 공공 알바는 무늬만 일자리일 뿐 얼마 안 가 세금만 까먹고 사라지고 만다.

어두운 밤인데도 먼동이 트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가짜 새벽(false dawn)’ 현상을 일으킬 뿐 구조적으로 상시화된 일자리가 아니다. 가짜 새벽은 실상과 달리 경제상황이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미국 월가에서 한국에 투자할 때 경계하라며 들고 나온 표현이다.

관제 일자리로 통계착시를 일으키는 ‘고용분식粉飾’을 언제까지 계속할 텐가. 국민 대다수는 지금까지의 일자리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한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9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정부 정책이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 실효성이 있느냐’고 묻자 65.0%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정부가 또 꺼내든 카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연속으로 추경 편성은 연례행사가 됐다.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 재정을 쏟아부어 봤자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국민 세금, 재정에 기대는 고용은 한계가 있다. 세금 쓰는 일자리 말고 ‘세금 내는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정책을 전환하자. 민간기업이 성장엔진이고, 일자리 창출기지다. 기업들이 미래 신산업에 투자하게끔, 젊은이들이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규제를 확 풀자. 

정부는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여전히 현장과 괴리된 규제로 있는 일자리를 해외로 몰아내고 있다. 네이버가 일본으로 나가 소니와 온라인 의료사업 합작회사를 설립한 이유가 뭔가. 인공지능(AI)ㆍ빅데이터ㆍ자율주행ㆍ드론을 비롯한 신성장산업과 의료ㆍ관광 등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과감한 규제철폐로 기업투자를 촉진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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