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한국車에 장애인은 없다
[김필수의 Clean Car Talk] 한국車에 장애인은 없다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호수 345
  • 승인 2019.07.0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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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성 보장 문제

국내 자동차 산업과 기술은 선진국 수준까지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 소비자를 위한, 특히 장애인의 이동성을 돕는 법ㆍ제도적 장치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장애인들이 거리에 나와 이동권 확보를 외쳐도 관심 갖는 이들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자동차 산업 선진국’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까.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에 관한 관심과 욕구는 매우 높은 편이다. 자동차 선택의 기준 역시 까다로울 정도로 엄격하고, 미래 지향적이다. 자동차 산업 역시 수준급이다. 미흡한 점들은 있지만, 수십년 사이에 100년 이상의 자동차 역사를 가진 선진국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기술을 따라잡았다.

반면 자동차 소비자를 위한 법ㆍ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자동차 기술을 따라잡는 동안 관련 법ㆍ제도까지 따라잡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지속적으로 개선을 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장애인들의 이동성 보장 관련 법ㆍ제도적 장치만 봐도 그렇다. 여전히 상당수의 장애인들은 자동차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어서다. 

사실 우리나라 인구 20명 중 1명은 장애인(2017년 기준 보건복지부)이다. 60세 이상이 51.7%(60세 미만 48.3%)이고, 이들 중 91%가 후천적 사고나 질환에 의한 것이다. 누구든 장애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내 일이 아니라고 모른척 할 게 아니란 얘기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차이는 몸을 가누는 데 있어 불편함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라는 얘기도 된다.

하지만 비장애인이 다수라는 이유로 장애인들의 불편함은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 법을 만드는 국회도 그렇다. 장애를 가진 국회의원들이 여럿 있을 때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지만, 장애를 가진 국회의원이 거의 없으면 관심이 크게 준다. 

장애인들의 이동성을 확보해줄 현실적인 수단은 자동차다. 버스나 지하철에 장애인들을 위한 장치가 있긴 하지만 무용지물에 가깝다. 버스에 설치된 휠체어 승하차 장치를 이용하려 하면 승객들은 빨리 안 간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시간에 쫓기듯 운전하는 운전기사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지하철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만 수십분이 훌쩍 간다. 인건비를 줄인다고 역무원이 없는 곳도 숱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각자의 장애 상황에 따라 운전을 쉽게 할 수 있게끔 개조해서 운전하는 거다. 문제는 돈이다. 현재 국내의 일반 양산 차량을 자신의 장애 정도에 따라 개조할 수는 있지만, 상당수의 부품은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발이 불편해서 손으로 대신할 수 있는 핸드 컨트롤 장치도 조금만 복잡해지면 해외에서 수입해야 한다.

당연히 고가다. 개조 비용이 차량 가격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정부가 장애인에게 일률적으로 1500만원의 보조금을 주지만, 중증 장애인에겐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도 해당 장애인이 취직을 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동성이 보장돼야 취업을 할 텐데 비현실적이기 짝이 없다.

해결 방법이 없을까. 먼저 정부가 나서야 한다. 비용은 심사를 통해 충분히 융통성 있게 차등 지급할 수 있다. 개조에 필요한 부품 역시 정부가 앞장서면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주관부서인 보건복지부가 산업통상자원부ㆍ국토교통부ㆍ기획재정부ㆍ행정안전부 등 타 부서와도 협업해야 한다. 하지만 타 부서들은 장애인의 이동성 문제에 관심조차 없다. 인식 개선부터 해야 할 판이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의 역할도 필요하다. 현대차ㆍ기아차는 약 20년 전 서울모터쇼에서 스타렉스를 개조한 장애인 차량 ‘이지무브’를 선보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일본은 다르다. 도쿄 빅사이트에만 가도 항상 수십가지의 장애인 차량이 기능별로 전시돼 있고, 도요타는 수시로 협업을 통해 장애인 차량을 개발ㆍ전시ㆍ판매한다. 

장애인 이동성 문제는 잠깐 관심을 가졌다가 끝낼 게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어서다. 더 이상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길거리에서 외치지 않아도 되게끔 정부와 기업이 노력할 때 비로소 우리 자동차 산업도 선진국 수준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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