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경제보복 정말 지긋지긋하다
[김필수의 Clean Car Talk] 경제보복 정말 지긋지긋하다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호수 348
  • 승인 2019.07.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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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에 우는 한국기업들

지겹다. 이번엔 일본이다. 외교ㆍ정치 문제를 두고 우리 기업들을 잡고 흔든다. 2016년 중국이 사드 보복으로 한국경제를 흔들 때, 이듬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으름장을 놓을 때, 우리는 뭘 했나. 그때 외쳤던 ‘수출입 다변화’ ‘원천기술 확보’ 등은 어떻게 됐나. 진짜 유효한 해법 도출이 시급하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사진=뉴시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사진=뉴시스]

일본 정부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을 두고 우리나라에 경제 보복 조처를 취했다. 우려는 심각하다. 타깃이 한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인 반도체ㆍ디스플레이라서다. 제품생산에 필수적인 소재 3종(포토레지스트ㆍ불화수소ㆍ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들 부품은 일본이 글로벌 시장 70~90%를 독점하고 있다.

일본의 조치는 치졸하다. 외교 문제를 두고 상대 정부와 담판을 짓지 않고, 애꿎은 기업의 목을 죄는 형국이라서다. 당장 한국 기업들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는 일본 정부가 가장 바라는 일이다.
 
하지만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본 기업들에도 보복 조치는 독毒이다. 한국 반도체ㆍ디스플레이 기업은 이들 부품기업에는 ‘큰손’이라서다. 글로벌 기업도 좋을 게 없다. 수출 보복으로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줄어들면 애플 등 수많은 IT 기업의 행보가 불편해진다. 이런 치명적인 피해를 정치적인 이유로 일으킨 만큼 일본 정부의 책임은 상당하다. 

이렇듯 우리는 일본 정부를 비난할 순 있어도, 유효한 해결책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런 식의 경제보복을 자주 겪었다. 가깝게는 미국이 그랬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압박에 우리 철강업계는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최근 3년간 평균 수출량의 70%로 감축하는 쿼터(할당량)를 받아들였다.

자동차 분야 관세 폭탄 이슈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차, 부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고율 관세를 부과할지는 올해 말에 결정된다. 만약 최대 80만대에 이르는 완성차 수출이 가로막힌다면 끔찍한 일이다. “우리는 리스트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안심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중국과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를 둘러싼 이슈로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의 시작이었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던 한국 문화 콘텐트나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가 끊기기 시작했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줄며 관광업계는 고사 직전에 몰렸고, 한국 유통업계는 중국시장 공략에 손을 떼게 됐다. 이때 남은 후유증은 아직도 회복되지도 않았다. 

여기에 최근 일본까지 보복대열에 합류했다. 시도 때도 없이 강대국 힘의 논리에 시달리고 있자니 비애가 느껴질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의 보복은 이제 막 막을 올렸다는 점이다. 앞으로 업종을 불문하고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 협상을 통한 빠른 해결이 답이지만, 과거사 이슈는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한일 양국 정부가 갈등에서 벗어나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상상하기 어렵다.

일본의 2ㆍ3차 후속조치가 우려되는 이유다. 당장 자동차 업종만 봐도 ‘전기차 모터’ ‘컨트롤러 시스템’ ‘배터리 전해질막’ ‘수소 탱크용 소재’ ‘자율주행차용 센서’ ‘시스템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를 일본 기업들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하나같이 한국 미래차 산업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품들이다.

매번 이런 보복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수출입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외교적 협상력을 길러야 한다” 등. 하지만 많은 시간과 꼼꼼한 전략이 필요한 일이다보니 좀처럼 실행되지 않는다.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정당성을 호소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지만,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2~3년은 걸리기 때문에 유효한 대책은 아니다. 

외교 갈등이 있어도 경제는 협력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산다. 이 당연한 논리가 자꾸만 무시된다.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해도 기업들은 일이 커지기 전에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 정부의 말뿐인 조치 말고 실질적인 조치 말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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