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의 벼랑 끝 전략 살펴보니…
식약처, 인보사 회수ㆍ폐기 명령
인보사 외엔 파이프라인 부실
행정소송 패소 시 코오롱 치명타
승소해도 신뢰 얻을지는 미지수
미 FDA 임상 승인 여부도 관건

코오롱이 벼랑에 몰렸다.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논란 탓이다. 코오롱은 두가지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폐기명령을 내린 식약처의 결정을 뒤집는 게 첫째 전략이다. 둘째는 미 FDA에 인보사 논란의 이유를 소명하는 것이다. 전자는 코오롱생명과학, 둘째는 코오롱티슈진이 맡는다. 문제는 둘 중 어느 하나라도 통하지 않았을 때다. 그렇다면 코오롱은 절망적인 기로에 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위기의 코오롱을 둘러싼 두가지 시나리오를 취재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파이프라인이 없다.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가 치명적인 이유다.[사진=뉴시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파이프라인이 없다.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가 치명적인 이유다.[사진=뉴시스]

숱한 논란을 빚은 ‘인보사(제품명 Invossa-K Inj) 사태’가 변곡점에 섰다. 인보사 사태를 둘러싼 고의성 논란에 판단을 유보하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본격적인 행정조치에 나서면서다. 식약처는 지난 9일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한 데 이어, 11일엔 회수ㆍ폐기 명령을 내렸다. 

인보사 사태의 핵심은 ‘성분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당초 연골에서 유래했다고 밝힌 세포가 알고 보니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유래세포(293세포)’였다는 거다. 여기엔 안전성과 유효성, 고의성 문제가 얽혀있다. ▲성분이 바뀐 인보사가 관절염에 효과가 있는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지는 않는지 ▲코오롱 측이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숨겼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식약처가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폐기명령을 내린 건 이런 요건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식약처는 인보사 폐기명령을 내린 이유를 “인보사는 허가받은 내용과 달리 안전성ㆍ유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고,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성분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고의성 문제도 남아있다. 6월 18일 진행된 청문절차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은 “허위자료를 제출해 허가를 받았다”는 식약처의 조사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5일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린 것도 고의성 의혹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상장사로서 적격한지 따져보고 경우에 따라선 상장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코오롱티슈진이 상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인보사가 있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식약처의 판매허가를 받았고, 그해 11월 코오롱티슈진은 코스닥에 상장됐다. 인보사 사태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밝혀지면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될 공산이 크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성 여부를 수사하던 검찰의 칼끝도 코오롱티슈진을 향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를 압수수색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를 폐기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사진=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를 폐기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사진=연합뉴스]

코오롱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두가지다. 하나는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이다. 소송을 통해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면 식약처의 처분(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및 폐기명령)을 무효화할 수 있다.

또 다른 타개책은 미국에서 중단된 인보사 임상3상을 재개하는 것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올 2월 인보사의 성분이 바뀐 걸 발견하고 임상을 중단했다. 이를 재개하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성분이 바뀐 이유를 소명해야 한다. 

■행정소송 패소하면… = 그럼 코오롱의 두가지 카드를 둘러싼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코오롱생명과학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한다면 더 이상 인보사를 판매할 수 없다. 이는 코오롱생명과학에 치명타다. 이 회사는 제약ㆍ바이오기업이지만 사실상 인보사를 개발ㆍ판매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나 다름없다. 인보사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게 없다는 거다. 현재 3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1개(임상1상 승인)를 제외하면 아직 전임상 단계에 불과하다.

당연히 충주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감행한 투자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생산량을 기존 1만 도즈(1회 접종량)에서 10만 도즈로 늘리기 위해 5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하지만 인보사의 품목허가가 취소되고, 대체할 만한 바이오의약품마저 없는 상황에선 이 생산설비를 활용하긴 어려울 공산이 크다.

■행정소송 승소하면… = 코오롱생명과학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는 면하더라도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환자들이 염려하는 유효성과 안전성 문제를 단기간에 증명하는 것도 어렵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인보사가 과학적으로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써본 적이 없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인보사의 판매가 재개된다고 해도 실적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FDA의 판단에 따라… =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미 FDA가 코오롱의 소명(성분 바뀐 이유)을 받아들이면 상황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미국에선 자발적으로 임상을 중단했기 때문에 도의성 문제는 없다”면서 “유효성과 안전성도 FDA와 협의를 하며 진행했기 때문에 왜 성분이 바뀌었는지만 소명하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 FDA가 인보사의 임상 재개를 승인하지 않거나 중단을 명했을 경우다. 이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체결한 해외수출 계약이 파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글로벌 제약사 먼디파마를 비롯해 몽골 제약사 빔메드, 중국의 중기 1호 국제 의료 그룹 등과 인보사 수출 계약을 맺었다.

총 16개국에 인보사를 수출할 수 있게 된 셈인데, 미국 임상이 중단되면 이를 장담할 수 없다. 식약처의 결정보다 미 FDA의 결정이 해당 국가와 기업들의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문제가 된 세포의 성분을 당초 계획대로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 임상을 재개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동안의 임상에서 얻은 데이터는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바뀐 신장유래세포를 통해 얻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임상을 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코오롱티슈진이 지난 2005년 미 FDA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고 임상3상까지 오는 데 13년여가 걸렸다. 임상을 다시 시작한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오는 8~9월이면 행정소송 결과와 미국 임상 재개 여부가 판가름 난다. 둘 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코오롱생명과학이 회생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둘 중 하나라도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코오롱생명과학엔 치명적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절망적인 기로에 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