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스토리] 실외 풋살장 94.5%, 신고도 없이 지었다
[풀스토리] 실외 풋살장 94.5%, 신고도 없이 지었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347
  • 승인 2019.07.17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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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살장 안전보고서 공개
옥외 풋살장 72곳 조사
단 5.5%만이 신고절차 밟아

‘미니 축구’지만 시설까지 작진 않다. 충격을 흡수하는 펜스와 그물망을 지지하는 철제 구조물을 보면 제법 위엄이 느껴진다. 최근 건물 옥상이나 실외에 이런 ‘풋살장’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안전관리는 잘 되고 있을까. 전국 실외 풋살장 72개 중 지자체에 축조신고를 한 풋살장은 4개뿐이었다. 나머지 풋살장은 신고도 없이 지어졌다. 안전 불감증에 빠진 풋살업계의 민낯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풋살장의 안전보고서를 단독 취재했다. 

우후죽순 늘고 있는 풋살장의 안전규정이 현행법에는 전혀 없다.[사진=연합뉴스]
우후죽순 늘고 있는 풋살장의 안전규정이 현행법에는 전혀 없다.[사진=연합뉴스]

가로 20m 세로 40m, 핸드볼 경기장 만한 공간에서 팀당 5명씩 뛰면서 골문에 공을 차 넣는다. ‘미니 축구’ 풋살 얘기다. 세밀하게 공을 다뤄야 하는 만큼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가 장점이다. 풋살 삼매경에 빠진 이들도 많다. 규칙이 단순해 많은 동호회가 결성됐고, 공수전환 템포가 빨라 5~9세 유소년 축구선수들의 필수 연습코스로 꼽힌다. 풋살 전용리그 ‘FK리그’는 국내에서 10년째 운영 중이다.

드높은 풋살의 인기가 전국 풋살장 수를 빠르게 불리고 있다. 풋살장은 언뜻 단출한 시설 같지만, 의외로 필요한 게 많다. 특히 야외에 있을 경우 더 그렇다. 일단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걸 막기 위해선 철골 공사와 그물망이 필수다. 직장인들의 야간경기를 돕는 조명 설치도 빼놓을 수 없다. 

풋살장 시공 업체 관계자는 “경기장 1개당 설치비용이 못해도 5000만원 수준”이라면서 “여기에 샤워실, 대기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더하면 풋살장은 결코 작거나 가벼운 시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야외, 그것도 철골로 만든 시설인 만큼 지진이나 태풍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청소년 이용률이 높다는 점을 떠올리면 풋살장은 탄탄한 소재와 구조로 만드는 게 상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내 풋살장이 실제로 그렇게 지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전국 실외 풋살장 72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자체에 축조신고를 하고 시설의 구조계산서까지 제출한 풋살장은 단 4개(서울 1개ㆍ대전 2개ㆍ대구 1개) 뿐이었다. 왜 이런 참담한 조사결과가 나왔을까. 이유를 하나씩 짚어보자. 

■ 무법지대 풋살장 = 국내 대부분의 체육시설은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체육시설법)’의 적용을 받는다. 설치시설 기준과 위생기준 등 안전한 체육시설을 짓기 위해 꼭 필요한 가이드라인이 담겼다. 적용을 받는 업종 리스트엔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시설인 ‘가상현실(VR)방’도 있다. 

 

일본의 풋살장은 탄탄한 철골 구조로 설계됐다. 우리나라 풋살장보다 안전해 보인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일본의 풋살장은 탄탄한 철골 구조로 설계됐다. 우리나라 풋살장보다 안전해 보인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런데, 풋살장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5월 체육시설법에 풋살장업을 추가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심사단계”라면서 “현재는 풋살장의 정체를 규정할 법이나 규정이 뚜렷하게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례를 통해 ‘안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지자체도 전무하다.

높아지는 풋살의 인기

당연히 풋살장 설치에 따른 규제도 없다. 풋살장 업계에선 법ㆍ제도라는 사회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풋살장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는 시작점이다.

■편법 활용하는 업체들 = 그렇다면 법도 없이 지어진 풋살장은 모두 불법 시설물인 걸까. 아니다. 건축법이 적용됐다. 흥미로운 건, 법대로 했는데도 풋살장은 ‘안전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과정을 살펴보자. 건축법 시행령 118조는 건축물이 아닌 공작물 중 ‘지자체에 꼭 신고해야 하는 시설’의 범위를 나열하고 있다. 이중엔 ‘높이 6m를 넘는 골프연습장 등의 운동시설을 위한 철탑, 주거지역ㆍ상업지역에 설치하는 통신용 철탑,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것’이 있다. 

풋살장도 운동시설인 만큼, 이 규정과 맞닿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업계는 이 시행령을 근거로 풋살장을 지었다. 대신 철골의 높이를 6m 미만으로 올렸다. 골프공이 높이 뻗어나가는 골프연습장과 달리 풋살장은 철골을 6m까지 세울 필요도 없었다. 신고 기준은 6m 이상, 자연스럽게 풋살장은 신고 대상에서 벗어나는 구조다.

문제는 이들이 적용한 법적 기준인 건축법 시행령 118조가 적절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풋살장은 골프연습장의 철탑과 결이 다르다. 골프연습장은 철탑만 올리면 끝이다. 천장면까지 철골을 놓는 경우가 없다. 반면 풋살장은 천장면에도 철골을 나열하고, 그 위를 그물망으로 덮는다. 사실상 천장이 막혀있는 만큼, 구조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많다. 

자의적인 법 해석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또 있다. 신고 대상이 아니면 구조계산서 제출 의무도 없어진다. 구조계산서는 구조기술사가 전체 시설의 구조 안전성을 설계하고 확인ㆍ승인하는 과정이다. 특이한 구조물일수록 사고가 날 경우 인명 손실 가능성이 큰 만큼, 설계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안전성 검증을 거치기 위해서다. 

지자체 “법 없어 관리 못해”

풋살업계 관계자는 “보통 실외 풋살장엔 트러스 구조물(여러 개의 철제 소재를 삼각고리 모양으로 연결한 구조물)을 설치하는데, 구조계산서를 작성하면 법에 정해진 수량에 맞춰 촘촘한 간격으로 시공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신고대상이 아니라면 구조계산서가 필요 없는 만큼, 설치 비용절감을 위해 적은 수량과 값싼 자재로 시공하는 업체도 있다”고 꼬집었다.

■업계 논리 대변하는 지자체 = 이보다 더 황당한 건 지자체의 대응 방식이다. 실외 풋살장을 두고 있는 지자체들은 “관련법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풋살장 영업을 지도ㆍ관리할 방법은 없다”면서 책임을 떠넘겼다. 

“풋살장 설치는 건물 옥상에 조경을 꾸미는 수준”이라면서 풋살장 시설 위험을 축소하는 곳도 있었다. “사고가 날 정도로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말한 건축과 담당 공무원도 있었다. 그야말로 안전 불감증이다. 

“풋살장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는 업계와 지자체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한들,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은 풋살장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건 지자체의 사명이다. ‘법령 미비’ 핑계로 팔짱을 끼고 있을 일이 아니라는 거다.

■무관심한 체육 관련 단체 = 지자체만 무관심한 게 아니다. 한국의 체육 행정을 총괄하는 공공기관인 대한체육회는 “풋살장 시설과 관련해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역시 “풋살장 시설 관리는 해당 지자체의 책임 하에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듯 지자체는 풋살장 안전에 별 관심이 없는 데도 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풋살장 시설 문제는 우리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협회는 산하 조직으로 ‘풋살연맹’을 두고 있는 데다, 풋살 시장 육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16년 10월엔 “프리미엄 풋살장 20개 추가로 조성하겠다”며 ‘대형마트 옥상 미니 축구장’ 운영 사업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축구협회가 옥상 풋살장 운영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게 사업의 골자였다. 

결국 애꿎은 국민들만 그간 안전을 위협당하며 풋살장을 이용해온 셈이다. 법도, 규정도, 지자체도, 관련 단체도 모두 풋살장을 두고는 ‘나 몰라라’ 하고 있어서다. 최근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선 풋살장을 이용하던 학생이 사망하는 인명사고까지 발생했다. 그간 귀가 따갑도록 외쳐온 ‘안전 사회’는 여전히 구호에 불과하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강서구ㆍ고준영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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