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OOK Review] 서툴러야 여행이다
[Weekly BOOK Review] 서툴러야 여행이다
  • 이지은 기자
  • 호수 348
  • 승인 2019.07.22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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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
무심한 소설가의 서툰 여행법
여행에서 경험하는 가장 소중한 순간은 바로 사소한 인연들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행에서 경험하는 가장 소중한 순간은 바로 사소한 인연들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행지에서 길을 찾고자 할 때, 예상 밖의 상황에 놓일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은 드물다. 스마트폰으로 지도 앱을 연결하거나 누군가의 경험담을 찾아보면 해결될 일이다. 우리는 휴대전화와 무선인터넷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진화된 여행’을 한다. 시행착오도, 낭패를 겪을 일도 줄었다.

일본의 여류 작가 가쿠타 미쓰요는 “때때로 ‘옛날’ 여행을 동경해 마지않는다”고 말한다. 그가 여행에서 경험하는 가장 소중한 순간은 바로 사소한 인연들이다. “지도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거니와, 곤란한 상황이 되면 나의 뇌는 제멋대로 갑자기 멈춰버리기에 어떤 문장이나 시간표도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그러면 의지할 것은 사람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나는 20여년 전부터 현재까지 여행지에서 무수의 낯선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말을 걸었다.” 그는 뜻밖의 만남 속에서 경험하는 타인과의 교감, 그리고 자신이 낯선 세계와 연결돼 있다는 감각 같은 것이야말로 여행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설명한다. 

「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는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가쿠타 미쓰요가 펴낸 여행 에세이다. 잡지 「SWITCH」에 연재된 여행 칼럼을 엮은 것이다. ‘무심한 소설가의 서툰 여행법’이 편안한 필치로 담겨 있다. 저자의 독특한 시각으로 고찰한 인생이 곳곳에 배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이 책은 멋진 여행지를 소개하거나 여행이 주는 낭만 혹은 여행 중 겪은 모험담을 중요하게 다루진 않는다. 저자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우연의 순간들을 통해 인생에서  인연의 의미를 반추한다. 

저자는 30년 가까이 여행하며 “여행의 참된 즐거움은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만날 수 없었을 사람과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대화를 나누거나 말로는 전달할 수 없는 무언가를 서로 교감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여행이 아무리 영리해지고 구글 지도가 ‘미지의 세상’을 사라지게 만든다고 해도 그런 반짝이는 순간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인생의 어느 지점에든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타국의 버스 안에서 만난 이들과 보낸 몇시간을 통해 인생 곳곳에 놓인 ‘환승장’에서 스쳐간 인연의 순간들을 떠올린다거나, 평범한 도시의 일상 속에서 느낀 뜻밖의 외로움을 통해 사람이 ‘몸을 붙여’ 살고 있는 공간을 실감하는 일이다. 타인과의 교감은 여행의 경험을 더욱 확장하기도 한다. 태국의 타오섬에서 저자는 잊지 못할 자연의 광경을 목격하는데, 그 순간이 정말 멋졌던 것은 “내가 발견한 어떤 것에 함께 공감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여행의 모든 순간을 통해 일상의 흩어진 조각을 맞춰 인생의 의미를 그려낸다. 낯선 길에 발견한 크고 작은 삶의 의미와 소중한 인연의 순간, 우리가 직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과제들이 여행길에도 그리고 우리의 인생길에도 만나게 되는 것들이라며…. “여전히 서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낯선 길에서 헤매길 주저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세 가지 스토리 

「넥스트 실리콘밸리」
다케야리 유키오 지음|세종서적 펴냄


전세계 ICT(정보통신기술) 엔지니어들이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아닌 인도의 방갈로르를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서 ICT 기술의 표준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의 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인도에 1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미국의 IBMㆍ아마존ㆍ월마트도 인도 기업과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세계 비즈니스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가운데 한국이 가야할 길을 시사한다.

「AK47」
래리 캐해너 지음|이데아 펴냄


닭 한 마리 가격에 거래돼 ‘치킨건’이라 불리는 무기. 전세계 인구 77명 당 1개꼴로 보급된 ‘AK47’은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퍼진 살상도구다. 테러리스트뿐만 아니라 제3세계 소년병과 거리의 갱들도 이 도구를 들고 있다. 널리 퍼진 만큼 환수해서 파기할 수 없다는 점은 비극적이다. 이 책은 베트남전쟁부터 이라크전쟁까지,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AK47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추적한다.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
알렉상드로 타로 지음|풍월당 펴냄


피아니스트들의 내면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피아니스트에 관해 책을 쓴 작가는 있었지만, 작가들은 그들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 없었고, 피아니스트 중에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글을 쓴 이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로 타로의 에세이다. 그가 피아니스트로서 겪고 관찰한 일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거울 속의 이미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꿈속의 이야기로 끝이 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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