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이코노미의 자화상, 고용 안 됐어도 해고는 당한다
긱 이코노미의 자화상, 고용 안 됐어도 해고는 당한다
  • 이지원 기자
  • 호수 363
  • 승인 2019.11.12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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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기사 첫 근로자 인정, 하지만…

오토바이로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기사. 언뜻 배달업체가 고용한 직원 같아 보이지만, 이들은 개인사업자다. 플랫폼을 통해 그때그때 일감을 얻는 긱 이코노미의 대표적인 예다. ‘자유롭게 일하고, 일한 만큼 번다’는 게 긱 이코노미의 취지지만, 배달기사의 처우를 보면 미래가 밝아보이지만은 않는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긱 이코노미의 자화상을 살펴봤다. 

고용노동부가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사진=연합뉴스]

‘평생직장’을 기대하는 건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됐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사람들이 평생 십수가지 직업을 가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가 열린 셈이다. 긱 이코노미는 기업이 그때그때 임시직이나 프리랜서로 인력을 고용하는 형태가 확산하는 경제 현상을 의미한다.

디지털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증가한 배달음식기사, 퀵서비스기사, 대리운전기사, 파견가사도우미 등이 대표적이다. 구직자로선 자유롭게 일하고, 일한 만큼 번다는게 긱 이코노미의 장점으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긱 이코노미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조사 결과(2019년), 직장인 · 구직자의 42.3%가 긱 이코노미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이라는 응답자는 전체의 19.8%에 그쳤다. 긍정 평가의 이유로는 ‘여러 일을 해볼 수 있어서(50.2% · 이하 복수응답)’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어서(47.5%)’ ‘취업시장 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 있어서(25.4%)’ 등을 꼽았다. 

취준생이나 대학생 사이에서 일반인 음식 배달 서비스가 확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반인이 자신의 자전거나 스마트 모빌리티 등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배민커넥트(우아한형제들), 쿠팡이츠(쿠팡), 쿠팡플렉스(쿠팡)에 참여하는 이들 중엔 젊은층이 많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조사 결과 따르면, 배달기사의 평균 연령은 31.3세였다. 대리운전(52세), 퀵서비스(50.6세)의 평균 연령대가 50대인 것과 대조적이다. 취준생 김연우(24)씨는 “유튜브 광고를 보고 일반인 배달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짬 날 때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도 하고 용돈벌이도 할 겸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긱 이코노미 종사자인 배달기사들은 정말 자유롭게 일하고, 일한 만큼 벌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일할 수 없다. 예컨대 배달대행업체와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배달기사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당연히 근로기준법상 사회보험, 퇴직금, 각종 수당을 보장받지 못한다.

하지만 배달대행 업체로부터 사실상 출퇴근 관리, 업무지시를 받고 있다. 껍데기만 개인사업자인 셈이다. 더구나 ‘고용’된 것은 아니지만 ‘해고’는 당할 수 있다. 고객이 주는 별점 평가, 온라인 리뷰 등에 기반해 업체가 ‘콜(주문 물량 배당)’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배달기사를 퇴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기획국장은 “소비자가 배달기사에 불만을 제기해도 책임지는 주체가 없고, 업체가 배달기사와 계약을 해지해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사실상 해고가 일상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방식으로는 배달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없는 만큼 구조를 개편해 장기적으로 배달 서비스 산업을 질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일한 만큼 버는 것도 아니다. 하루 12시간 이상 고강도 노동에 매달리는 배달기사가 수두룩하다. 근로시간을 평균으로 따져봐도 하루 10시간이 훌쩍 넘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따르면, 대기•준비시간을 포함한 배달기사의 근로시간은 하루 평균 13시간이었다.

하지만 배달기사의 월평균 순수입은 238만6000원에 그쳤다. 퀵서비스기사의 월평균 수입은 이보다 적은 143만1000원, 대리운전기사는 151만3000원이었다. “배달기사의 노력에 따라 많게는 월 400만~500만원 이상 벌 수 있다”는 배달업체의 홍보는 실상과 다른 셈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긱 이코노미 종사자의 사회적 안전망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 배달기사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퀵서비스 기사는 19.2%, 대리운전 기사는 7.1%에 그쳤다. 현재로선 배달기사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적용제외 조항이 있어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용노동부(서울북부지부노동청)가 배달앱 요기요 배달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해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월 28일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자회사 플라이앤컴퍼니(푸드플라이)와 위탁계약을 맺은 배달기사 5명이 제기한 체불임금 지급 관련 사건에서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이 전체 플랫폼 노동자에 확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용부가 “이 사건 외에 다른 배달기사와 사업자의 관계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구체적 사건에 근거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요기요는 자유롭게 일하고 일한 만큼 번다고 홍보하지만 사실상 지휘 · 감독은 하면서 근로계약은 맺지 않고 있다”면서 “위탁계약을 맺을 거라면 자유롭게 일하도록 하고, 지휘 · 감독을 하려면 근로계약서를 쓰고 현행법을 따르라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고 지적했다.  

산재보험 적용제외 없애야…

박정환 정책국장은 “플랫폼 노동자가 증가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실태조사조차 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면서 “사회보험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대상과 영역을 확정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간병 · 호스피스앱, 통 · 번역앱, 청소용역앱, IT관련업무주문앱(홈페이지 제작, 애플리케이션 개발, 웹개발), 전문업무의뢰앱(디자인, 작가, 회계, 컨설턴트, 과외, 자동차정비, 미용서비스, 컴퓨터수리기사)…. 고용정보원이 파악한 디지털 플랫폼들이다. 이는 플랫폼 노동자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긱 이코노미의 한계, 이젠 극복할 때도 됐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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