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6·7호선 상가 돌아보니 … 만나지 않는 노선처럼 합의점도 없었다
지하철 6·7호선 상가 돌아보니 … 만나지 않는 노선처럼 합의점도 없었다
  • 최아름 기자
  • 호수 364
  • 승인 2019.11.20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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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6·7호선 상가 르포

6ㆍ7호선 상인들이 서울교통공사에 요구하는 건 하나다. 새 사업 운영자와 계약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큰 돈을 들여 설치한 시설을 철거했다가 다시 설치하려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명도가 끝나지 않는다면 새 입찰자를 받을 수 없다는 원칙만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지하철 6ㆍ7호선 상가의 그림자를 밟아봤다.

6·7호선 유휴공간 임대상가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6ㆍ7호선 유휴공간 임대상가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하철 6호선과 7호선은 각각 강북과 강남을 달리는 노선이다. 환승역은 태릉입구역 하나뿐이기에 마주칠 일도 많지 않다. 가깝지도 않은 이 2개 노선이 엮이게 된 것은 서울교통공사(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가 2013년 시작한 ‘유휴공간 임대사업’ 때문이다. GS리테일은 이 사업의 운영자로 406개 상가를 중소 상인들에게 전차(재임대)했다.

GS리테일은 적자가 속수무책으로 쌓이자 첫 5년 계약 이후 서울교통공사와의 계약 연장을 포기했다. GS리테일이 계약을 연장할 것으로 알고 406개의 상가에 전대차로 들어왔던 중소 상인들은 붕 뜬 처지가 됐다. 상인들은 후임 사업자와 다시 계약해 장사를 계속하고 싶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선철거, 후계약’을 주장하고 있다. 설비를 모두 철거했다가 다시 들어올 때 재설치하라는 거다.

다섯 차례 상인들과 서울교통공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계약서에 묶인 서울교통공사와 생계 문제에 부닥친 상인들은 협의할 내용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12일, 5차 협상을 하루 앞뒀던 때 지하철 6호선과 7호선을 탔다.

지하철 6호선은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9개 노선 중 유일하게 한강을 건너지 않는 노선이다.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부터 중랑구 봉화산역까지 이어진다. 6호선 삼각지역에서 시작했다. 전쟁박물관과 가까운 출입구로 내려가자 지하 1층에서 여전히 운영 중인 상점이 눈에 띄었다. 유휴공간 임대상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비워진 임대 상가들


그러나 개찰구가 있는 지하 2층으로 내려가자 상황이 달라졌다. 개찰구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상가는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내부는 대부분 철거가 끝나 있었다. 6호선의 마지막 역인 봉화산역도 마찬가지였다. 유휴임대 상가는 모두 문을 닫았고 지하철 상가로 들어와 있는 편의점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다음 역인 태릉입구역으로 향했다. 유휴공간 임대사업이 진행된 6호선과 7호선이 유일하게 만나는 역이다. 태릉입구역 개찰구까지 나가니 줄지어 있는 상가는 모두 닫혀 있었다. 철거가 진행된 상가에는 ‘본 임대 상가는 계약 만료에 따라 영업 종료되었으며(19.10.24) 원상 복구공사 진행 후 서울 교통 공사에 반환 예정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모두 유휴공간 임대사업으로 만들어진 상가다.

6호선 화랑대역은 장사를 계속하길 원하는 브레댄코 가맹점이 있는 역이다. 문을 닫은 상점 가까이 가니 ‘단수단전하지 마시오’라는 손글씨가 눈에 띄었다. 화랑대역 점주는 “지하철역 직원들로부터 단전단수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미리 붙여뒀다”고 말했다. 11월 초 협상이 진행 중임에도 단전단수가 진행되는 상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와 상인 간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명도 이전 절차는 멈추지 않은 상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서울교통공사와 상인 간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명도 이전 절차는 멈추지 않은 상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상점 가까이 다가가니 바닥에 계고장이 눈에 띄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12일 통지한 계고장은 11월 24일까지 명도를 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상인들과 서울교통공사의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계고장이 날아온 이튿날인 13일은 상인들과 서울교통공사의 5차 협상이 예정된 날이었다.

한 정거장 차이인 태릉입구역으로 다시 돌아가 이번에는 7호선을 탔다. 7호선은 경기 의정부시 장암역에서 시작해 서울을 거쳐 인천으로 이어진다. 건대입구역에 내렸다. 2호선 환승 통로와 연결되는 유휴공간 상가는 모두 철거돼 있었다. 건대입구역 자체가 롯데 스타시티와 연결돼 있어 나쁘지 않은 상권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역 안까지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한강을 건너 7호선 논현역에서 내렸다. 환승역이 아니지만 강남 복판에 있는 곳인 만큼 지하 1~3층으로 이뤄진 역 내에는 2층에 걸쳐 상가가 포진해 있었다. 논현역 내에서 브레댄코 직영점이 있던 자리를 묻자 한 상인은 “브레댄코는 문을 닫은 지 한참 됐다”고 말하며 “지하 1층으로 올라가보라”고 했다. 시트지가 뜯겨 나갔지만 접착제의 흔적이 남아 있어 브레댄코가 운영하던 상점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6호선 유휴상가에서 본 안내문은 없었다.

브레댄코 관계자는 논현역점과 관련해 “유휴공간 임대상가는 아니지만 지난 2~3월께 서울교통공사에서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었다”며 “일자에 맞춰서 자리를 빼줬는데 여전히 비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8개월이 넘도록 상점 자리는 빈 상태로 ‘노는 자리’가 됐다.

서울교통공사는 67호선의 모든 유휴공간 임대상가를 비워내고 입찰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름의 이유도 있다. 계약서에 적혀 있는 대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교통공사 측은 “공간을 비워줘야 새 사업자가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냐”며 “GS리테일과 한 임대차 계약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서울교통공사의 모든 임대차 계약은 이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의 2018년도 개정된 표준임대차 계약서를 확인해봤다. GS리테일과 맺은 전대차가 가능한 임대계약이 아닌 일반적인 서울교통공사의 임대차 계약서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임차인이 재입찰 의사를 밝혀 명도연기를 요청해 임대인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일정 기간 명도를 유예할 수 있다.” 다시 장사하겠다는 사업자가 있다면 점포를 비워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늦은 밤 찾아갔던 6호선 합정역 브레댄코는 메세나폴리스와의 연결 통로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까지 유휴공간 임대상가 중 유일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아직 강제집행을 하겠다는 계고장이 오지 않았다. 합정역 밖으로 향하던 시민들이 매대에 나와 있는 빵을 살펴보고 있었다. 카페 안에도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상인들이 장사를 계속하고 싶어하는 이유였다.

상인들과 서울교통공사의 협상도 여간해서는 만나지 않는 2개 노선처럼 여전히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변화도 있었다. 13일 5차 협상이 끝난 이후 상인들은 “그래도 서울교통공사의 태도가 다소 바뀌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해결책이 나오길 바란다”며 희망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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