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 특약
물품 구매 활용법

공공기관 물품구매가 다양해져야 사회적경제 기업의 판로도 넓어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공기관 물품구매가 다양해져야 사회적경제 기업의 판로도 넓어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경제 하면 멀게 느낀다. ‘내 지갑도 얇은데…’라면서 후원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관官’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경제를 육성해야 한다는 대명제는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숱하다. 하지만 사회적경제는 먼 데 있지 않다. A4 용지를 살 때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 대기업의 영역에서도 사회적경제 조직이 활약할 수 있다.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 활용하기’ 세번째 편, 물품구매의 기술이다.

사회적경제 조직도 기업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서 판매하면서 비즈니스를 통해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 연간 140조원 규모의 공공조달 시장은 사회적경제 조직의 좋은 판로다. ‘사회적경제 공공기관 우선구매’라는 제도가 뒷받침하고 있어서다. 공공기관이 지갑을 열 때, 사회적경제 기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라는 지침이다.

공공조달 시장에서 사회적경제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물품구매’다. 지난해 공공기관이 사들인 사회적기업 제품ㆍ서비스 중 ‘산업용품’ ‘사무용품’ ‘판촉물’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33.8%로 높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이 낮아 공공기관이 지갑을 열기에 부담이 적고 용역이나 민간위탁처럼 복잡한 계약을 맺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생각하면 마냥 웃을 일은 아니다. 생산이 쉽고 값싼 제품만 팔린다는 건 경쟁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물론 물품구매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사례가 없진 않다. 사소한 A4 용지 구매라도 관官의 의지만 있다면 남다른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낼 수 있어서다.

■공동구매 전략 = 서울시 광진구청이 복사용지 구입 관행에 문제점을 느낀 건 2015년 10월의 일이었다. 당시 각각의 부서가 따로 복사용지를 발주하고 있었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곳곳에서 한꺼번에 구입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거란 아이디어가 나왔다. 연간 공동구매 비용을 계산하자 4800만원으로 규모가 적지 않았다. 광진구청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공동구매’로 전환하는 참에 사회적경제 조직에 판로를 열어주자는 거였다. 

광진구청은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구매대상자로 두 사회적경제 기업을 선정했다. 발주처에도 공급처에도 윈윈 계약이었다. 광진구는 ‘나홀로 구매’를 할 때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공급처인 사회적경제 기업은 단숨에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높은 계약규모의 공공기관 구매실적은 민간시장 판로 개척에도 도움이 될 공산이 크다.

■대기업 하던 사업이라도… = ‘아동급식 전자카드 제도’는 연휴나 방학 때 밥을 굶을 우려가 있는 청소년을 위한 복지정책이다. 한도액 내에서 가맹 편의점과 식당에서 쓸 수 있는 카드를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세심함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반 체크카드와 디자인이 달라 결식아동들의 신원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을 받아들인 일부 지자체는 카드 대신 도시락을 제공했다. 송파구도 그중 한곳이었다. 도시락의 제작ㆍ유통은 대기업 계열사에 맡겼다. 공급물량이 방학 중엔 900여명, 학기 중에 500여명으로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2016년 12월 송파구는 국내 1호 사회적협동조합인 ‘행복도시락사회적협동조합’으로 사업자를 바꿨다. 이윤을 좇지 않는 비영리법인 데다 식자재를 공동구매할 수 있는 유통망을 갖고 있는 덕분에 송파구의 선택을 받았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만 좋다면 사회적경제 기업들도 능히 민간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 사례다. 

■ 숨은 조항의 비밀 = 서울도시철도공사 임직원들이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건 점퍼ㆍ방한바지 등을 제작하는 한국장애인중심기업협회 덕분이다. 2016년 서울도시철도공사와 물품구매 계약을 맺은 이 협회는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처음부터 계약이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지방계약법을 아무리 샅샅이 찾아봐도 사회적경제 조직과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는 법률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사는 대신 다른 조항을 활용하기로 했다. “2000만원 이하의 물품이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5호)” “중증장애인생산시설 제품은 적극 구매하라(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7-2호)”.

숨어 있는 법률조항까지 찾아낸 열정 덕분에 한국장애인중심기업협회는 공공의 가치를 담은 점포와 방한바지 등을 생산ㆍ납품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 수혜는 현장에서 추위와 맞서야 하는 철도공사 현장직원들이 누렸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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